[문화칼럼]전통건축에 담긴 조영원리: ⑭ 골목길



오늘날 사람들은 살림집의 대문이 반듯한 큰길가에 있어야 집의 가치가 높다고 대부분 말한다. 이와 달리 과거 선조들은 살림집의 대문을 큰길가보다 한번 꺾어 들어간 골목 안쪽에 꾸몄다. 이때 대문을 향한 골목길은 넓지도 않고 곧바르지도 않다. 그 모양새는 자연의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담을 쌓아 길을 감싸도록 했다. 이와 같은 대문 앞의 골목길을 옛사람들은 ‘고샅’이라 불렀다. 옛날 살림집들은 그 모습을 바깥쪽으로 드러내기보다 안쪽으로 들어 앉아 터를 잡고 밖을 보고 싶어 했다. 오늘날 관점에서 이런 길을 따라 살림집으로 접근한다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선조들이 불편함을 무릅쓰고 이런 상황을 선택한 것은 외부 환경 변화로부터 집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문 앞의 골목길은 평탄한 길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경사면에 터를 잡은 대부분의 살림집은 대문을 향해 똑바로 길을 조성하지 않고 갈지자로 경사면에 진입로를 만든다. 집주인은 집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면 아주 먼 원경부터 집으로 오는 손님들의 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외부의 접근 시간을 늦추어 집주인에게 여유를 준다. 특히 성곽의 성문도 비슷한 원리로 성문 앞에 옹성을 조성하여 외부의 접근을 꺾어 돌아 진입하도록 하여 외부의 충격을 완화시킨다.


 살림집의 골목길은 좌우에 돌로 돌담을 쌓아 길의 경관을 꾸미거나 토담을 쌓아 길의 경관을 만든다. 토담은 내외에 판재를 댄 후 흙을 다져 만드는데, 그 모습은 산 흙의 구수함이 거푸집 나무의 부드러움과 만나 골목길에 시골의 흙 내음을 짙게 품어내고 있다. 돌담은 표면의 이끼가 오랜 세월의 시간을 머금고 있어 골목을 걷고 있는 사람에게 살림집과 마을의 유구한 시간을 보여준다. 특히 돌과 기와 표면의 이끼가 빗물을 맘껏 들이켰을 때 우리는 그 모습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다. 돌담 위에 자라고 있는 호박과 담장 아래 길가에 자라고 있는 봉숭아꽃, 담장 옆에서 마을과 역사를 같이 한 고목은 가을날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한층 더 예스러운 풍광을 만들어 골목길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대문 앞의 골목길은 좌우 이웃집의 담장이 감싸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텃밭이 있거나 텃논이 있고,  물이 흐르는 경우도 있다. 텃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살림집에 다양한 것을 제공한다. 아침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다양한 먹거리는 사람들의 입맛을 돋운다. 텃밭과 텃논은 겨울을 견뎌낸 봄의 기운을 제공하고, 여름의 소리를 제공하고, 다시 가을의 풍요로움을 제공하고, 겨울의 한가로움을 제공한다. 특히 봄날 길가에 돋아난 냉이와 쑥 등을 보고, 사람들은 자연의 생명력과 고귀함을 배운다. 집주인은 집을 나가면서 들어오면서 이런 것들을 본다. 집주인은 이런 것들을 통해 자연의 이치를 자연스럽게 배워간다.


 대문 앞 골목길은 근현대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돌담길과 토담길은 시멘트 블럭 담장길로, 돌담 위 호박넝쿨은 날카로운 유리조각과 철망으로 바뀌었다. 길가의 봉숭아와 채송화는 시멘트포장으로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집 앞 골목길은 한결 깨끗하게 되었다. 하지만 골목길은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과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온기가 사라져 무미건조한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필수품으로 자동차 한 대씩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골목길은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구도심의 골목길과 집 앞은 자동차의 주차장으로 변했고, 종종 주차 문제로 이웃 간 충돌이 발생하곤 한다.


 과거 선조들은 그들이 만든 삶의 공간과 골목길을 걸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이웃과 공유했다. 최근 이를 안타까워하는 몇몇 사람들은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헐어내고 과거의 숨결과 현재의 온기가 살아 있는 골목길, 마을 가꾸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더 나아가 담장을 헐어내어 집 앞의 넓은 골목길, 마을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현대인들은 무미건조해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 혼자 옛길을 걷기도 하고,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과 걷는다. 여러분 가을이 가기 전 과거 선조들이 걸었던 골목길을 걸으며 시간을 초월해 생각을 공유하고 음미하시기 바랍니다. 이때 우리는 건축문화유산 속에 숨어 있는 조영원리와 문화유산의 가치를 이해하여 이웃과 공유할 수 있고 후손들에게 참된 문화유산을 남길 수 있다.

정연상

안동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 약력 ■

-전통건축 목수 및 기술자 수업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박사(2006)

-현 경상북도 및 대구시 문화재전문위원

-현 안동대학교 건축공학과 조교수

-건축 역사 및 이론, 건축문화유산 보수 및 유지관리 연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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