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중정원가 예찬 29] 그림 위에 희극으로 이야기를 입힌 중국 원림예술의 절정기, ‘한정우기(閑情偶寄)의 이어(李漁)’ 편



중국 청조는 자본주의 유입이라는 혼란한 정세 속에 전통사회의 끝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원림분야는 절정에 올라 있었다.  폐허가 되어 찬란했던 중국황제시기가 영광의 조롱거리로 바뀔 운명을 전혀 알지 못한 듯 중국 ‘천년의 정원’은 청나라에 와서도  화려한 발전을 멈추지 않았다.

 

 명말 청초 시기는 신기술과 신지식 그리고 국외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이 있었다. 

여진족의 한 부족인 만주족의 끊임없는 침략으로 인해 명조는 결국 멸망하게 된다. 이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는 기존 명조의 제도를 수용하는 정책으로 한족 문화와 융화를 꾀한 영향에 힘입어 원림조영은 청조에 그 절정을 이루게 된다. 당시 문인, 화가와 집권계층의 식을줄 모르는 원림취미는 원림 조영의 수준을 갈수록 향상시키게 되고 전문가집단도 양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원림의 조영방식은 체계적이고도 복잡성을 띈 종합예술적 경지가 된다. 명청 양대를 거치는 과도기의 원림은 시대의 연속성이라는 특징을 바탕으로, 신구 원림조영 방식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좋은 예로도 평가된다. 


<이어 자화상>


 이번호에서는 청조원림의 발전에 기여한 대표인물인 이어(李漁)를 예찬한다. 이를 통해 명말 청초라는 과도기 원림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이어(1611-1680)는 강소 여고(如皐)에서 출생하였다. 본래 이름은 이선려(李仙侶)였으나 훗날 이어로 개명하였고, 자는 적범(謫凡), 호는 입옹(笠翁)이다. 

 그는 명조 말기에서 청조 초기에 활동하였던 희곡가이며 원림 설계 및 원림 기록에서도 탁월한 인재이다. 명나라의 수재라 일컬어질 만큼 학자로서의 자질이 뛰어 났으나 명조가 멸망하게 되면서 그 뜻을 펴지 못했다. 

 결국  청조가 출범하면서 출사하지 못한 채, 고심 끝에 그 학문적 재능을 다양한 계층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희극 연출에 바치기로 결심하고 오랜 세월 각지를 유람하며 희극을 연출했다. 그는 오랜 세월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의 말년에 중국 최초의 연극이론을  정립하고  《한정우기(閒情偶寄(1671))》를 저술했다. 이 문집은 ‘입옹 비서 제 일종(笠翁秘書第一種)' 또는 '입옹우집(笠翁偶集)’이라 불리기도 한다.
 

<개자원 화전 초본>


 이어는 평생 희극연출을 하면서 동시에 원림가 일을 병행했었다. 그의 원림 미학과 조영기술은 생활고를 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각지의 고관대작의 원림을 조영하며 오랜기간 축적되어 온 것이었다. 

 이어는 남경의 개자원(芥子園), 북경의 반묘원(半畝園), 항주 이원(伊園) 등에 자신의 원림을 조영하였고, <개자원화전 (芥子園畵傳)>과 같은 그림으로 원림을 기록하였다. 또한 그의 희극 속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로서 창작되고 묘사되었던 원림을 실제 적용함으로서 자신만의 특출한 원림 조영 미학을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개자원>


 그의 대표작 《한정우기》는 사곡부(詞曲部), 연습부(演習部), 성용부(聲容部), 거실부(居室部), 기완부(器玩部), 음찬부(飮饌部), 종식부(種植部), 이양부(頤養部)의 여덟 부분의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234개의 소주제를 다루고 있다. 

 

 원림조성과 관련된 거실부는 방사(房舍第一), 창과 난간(窗欄第二), 벽과 담(牆壁第三), 대련과 편액(聯匾第四), 산석(山石第五)의 조성방법을 서술하고 있다. 방사(房舍)는 건축과 원림의 입지, 포장, 공간 구성을 다루고 있으며 소박함과 실용을 강조하고 있다

(人之不能無屋,猶體之不能無衣。衣貴夏涼冬燠,房舍亦然。堂高數仞,榱題數尺,壯則壯矣,然宜於夏而不宜於冬。登貴人之堂,令人不寒而粟,雖勢使之然,亦廖廓有以致之;我有重裘,而彼難挾纊故也。及肩之牆,容膝之屋,儉則儉矣,然適於主而不適於賓。造寒士之廬,使人無憂而歎,雖氣感之乎,亦境地有以迫之;此耐蕭疏,而彼憎岑寂故也。吾願顯者之居,勿太高廣。夫房捨與人,欲其相稱).

 

 창난(窗欄)은 창과 난간의 설계방식과 원칙을 서술하였다. 또 차경을 통해 경관 미학을 발전시켰고 대련과 편액을 통하여 조영자의 사상과 심미관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원림 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산석은 그 미학적 가치와 조영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고 더불어 돌을 쌓는 첩석의 기법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종식부(種植部)에는 화목의 특성과 재배기법 및 그 조합기법 등을 다루고 있다.
 

신현실

중국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문화재수리기술자(조경)

(사)한국전통조경학회 편집위원

(사) 한국전통조경학회 집행이사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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