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김영관 칼럼] “서양공주님 처음 만나니 판타지한 느낌...”?: 국가정상의 외교적인 의전결례



 벨기에 필립국왕의 특사로 방한한 아스트리드 공주가 지난 6월 13일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문대통령은 공주에게 뜬금없이 판타지한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습니다(동아일보 2017년 6월 14일자 기사 “서양공주님 처음 만나니 판타지한 느낌”). 정말로 언어수준이나 사고방식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지 천박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스트리드 공주의 청와대 방문 장면. 사진=청와대>


 표현되는 언어는 그 사람 생각의 얼굴이고 자신의 무의식적인 세계의 표출인데 일국의 정상으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무례하고 저급한 단어를 사용하고 말았습니다. 

 

 서울시내 삼류호텔 직원들도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호텔지배인이 이를 발견했다면 그 직원은 크게 질책 당하거나 심하게는 해고될 정도의 성희롱 발언인데도 신임선출대통령이다 보니 다들 눈치들 보고 아부하느라 그 누구 하나 이런 엄청난 외교적 결례를 지적하지도 기사화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것이 외교적으로 얼마나 큰 결례인지 아닌지도 분간 못하는 저능한 행정부로 전락된 듯합니다.

 

 ‘판타지(FANTASY)’란 단어는 성적인 흥분을 야기한다는 사전적 의미가 강한데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비하하는 성희롱의 대표적인 표현입니다. 기사 내용대로 라면 “나는 당신에게 성적으로 매료됐다” 또는 “나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이상야릇하게 성적인 느낌이 듣다”라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일반 여성도 아니고 설사 일반 여성일지라도 그렇습니다. 더구나 국빈으로 방한한 특사인 공주에게 어찌 이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례하게 대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것도 한 국가 정상의 입에서 튀어 나온 표현이니 더욱 더 그렇습니다. 

 

 도대체 청와대 의전실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저 자리만 보전하고 월급만 받아가는 것입니까? 외국왕실에 대한 기본적인 의전 매뉴얼은 있기나 한 것입니까? 하기야 현존하는 자기 나라 황실도 나 몰라라 푸대접하는데 외국왕실에 대한 의전방식이 어떠한지는 관심도 없을 것이고 당연히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할 것 입니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더구나 오빠인 국왕을 아버지라고 표현한 언어실수와 외국국빈에 대한 정보무지부재는 외교적으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큰 결례였습니다. 더구나 벨기에 공주를 “서양공주”라고 표현했으니 마치 한국의 공주가 벨기에에 가서 “동양공주”라고 지칭되는 것과 마찬가지니 이 얼마나 큰 결례가 저질러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스트리드 공주의 오빠인 벨기에 7대 국왕 필립. 사진=벨기에왕실>


 문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은 이런 글을 썼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고 맹목적으로 비난하겠지요. 그러나 할 말은 해야 하겠습니다.

 

 누가 누구를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고를 떠나서 무엇이 옮고 그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일국의 국가원수가 갖춰야할 가장 기본적인 예의와 덕목 그리고 격식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사회 풍조는 객관적인 사고방식도 합리적인 의결방식도 사라졌고 돈과 권력 그리고 인기의 힘이면 뭐든지 가능한 뿌리 없는 천박한 천민졸부재벌배금만능주의신봉 국가로 전락됐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인들은 매우 화가 나 있는 것 같습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기가 무서울 정도로 차도와 인도는 무기 없는 무자비한 전쟁터가 돼 버렸습니다. 그러니 얼굴에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어쩌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원수 대하듯이 무섭고 찡그리는 표정으로 응수합니다. 

 

 이러니 자신의 의견과 대치되면 서로 토의하여 이해하고 합일점을 찾기 보다는 무조건 우겨대고 목소리 높여 상대의 관점과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하기 일쑤입니다.

 

 이것이 지난 수년간 경험한 한국사회의 민낯이며 교육계뿐만 아니라 최고의 학문을 한 지성인들의 집단인 각 분야별 학계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학회에서 학자들이 모이면 서로 자기  주장 우겨대느라 싸우고 다투다가 급기야는 서로 원수가 되고 맙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언어의 순화입니다. 한마디 한 마디 상대의 입장과 감정을 배려하고 격조 있는 단어들을 잘 선택하여 표현 할 줄 아는 언어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놈의 입시위주 교육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다 명문대 S대 가겠다고 하면 이 나라의 공동체적인 균형발전은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모두다 최고가 되겠다고 고군분투하지만 노블한  품격을 갖춘 격조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노력을 목도하는 일은 소원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니 사람의 형상은 갖추었으나 참된 인성이 결핍된 표피적인 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걸음걸이 하나하나 뛸 때마다 천한 모습이 뚝뚝 떨어지고 말 한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저질스럽고 비루한 용어들이 서슴없이 분출되니 아무리 비싼 명품 옷 입고 고급 화장품을 발라도 고귀한 인격이 저절로 갖춰지는 것도 아니며 뼈 속 깊이깊이 박혀 있는 그 내적인 천박함 역시 절대로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루 속히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된 품격 있는 한글언어교육 도덕윤리교육 예절교육을 활성화하여 참된 인간교육을 실현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면 나라를 이끌어 갈 미래지도자들의 언어수준과 행동양식은 기초적인 외교의전 격식수준에도 미달되어 무지불식 간 국제적인 망신살을 뻗칠 뿐만 아니라 어쩌면 외국 정상이나 국빈 앞에서 게콘 식 코메디 발언을 연출하거나 강남스탈 춤을 추자고 무대포로 들이댈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북유럽의 작은 왕국 공주가 겉으로는 미소를 짓지만 속으로는 어처구니 없어하고 기가 막혀 하여 한국이라는 곳을 두 번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동북아의 먼지 많고 덥디 더운 변방의 작은 나라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우려되는 일입니다. 이로 인해 결국 국가의 외교교류 발전 및 경제활동영역 저변확대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말지도 모를 일입니다.
 

  왜냐하면 유럽의 왕실들은 서로 사돈 사촌 팔촌 지간들이기 때문에 서로 정기모임도 갖고 자주 왕래하기에 벨기에 공주가 한국에서 받은 좋은 인상이나 나쁜 경험들은 유럽 내에서 삽시간에 입소문으로 퍼지고 공유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벨기에 공주가 한국에서 국가정상으로부터 성희롱급 취급을 받았다면 유럽왕실 내에서의 한국의 국격인식은 더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뻔하지 않겠습니까. 

 

 이래서 국가 지도자 한 사람의 성품과 품행의 척도가 그 나라의 대내외적인 국격수준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나라를 이끌어갈 입법 행정부 지도자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절 언어교육을 의무화하여 국빈으로 초청된 외국 지도자들이나 왕실구성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례를 범하지 않도록 철저한 언어훈련 및 품행교육을 시행해야 합니다.

 

 이로서 과거 조선-대한제국의 대내외적인 존립 근간이었던 인간존중배려 정신이 재확립되어 동방예의지국으로서의 메카 명성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김영관 (PhD., McGill)

사단법인 한국효문화원 원장, 

대한황실문화원 문화재환수위 연구위원/

해외왕실교류위 수석위원,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 방문연구 교수

베뢰아국제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종교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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