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김주태의 우리문화] 2016년,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 - 고택=이야기=미래 자산의 등식에 주목해야



 최근 강원도문화재자료 제71호로 지정됐던 조견당(김종길 가옥)이 문화재에서 해제가 되었다. 이유는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면서 문화재로서 가치가 손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적시한 네 가지 이유가 다 이유가 되지 않는다. 강원도가 보내온 문화재 해제 사유는 이렇다. 

 

1. 광이 방으로 개조되었다. 

2. 부엌 공간에 방이 만들어졌다가 다시 없어졌다. 그 과정에 훼손이 생겼다. 

3. 부엌이 원형을 잃었다. 

4. 담장이 훼손되었다.   

       

 1번에 대한 답은 이렇다. 1985년 문화재로 지정할 당시에도 방으로 돼 있었다. 

 

 2번에 대한 답은 이렇다. 1991년 처음 문화재 보수공사를 할 때 부모님이 기거할 곳이 없어 부엌 한 공간을 방으로 꾸미고 잠시 생활하다 공사가 끝나고 다시 원상 복구했고, 당시 벽에 만들었던 두 짝 문이 지금 남아 있을 뿐이다.

 

 3번에 대한 답은, 어머니 살아계실 때 불 때는 아궁이를 가지고 겨울을 도저히 지낼 수가 없어 보일러로 난방을 바꾸었던 것을 2013년 ‘안진근 회전구들’이라는 전통에 바탕을 둔 전통 명장으로 하여금 구들을 놓게 하여 지금도 온전히 사용하고 있다.

 4번에 대한 답은, 2011년 강풍으로 임시 창고로 만든 함석집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문화재인 안채 지붕으로 올라앉는 이변이 생겨 그 때 함석집 쇠기둥이 담장을 크게 훼손시켜 문서로 또 구두로 수차례 영월군에 보수공사를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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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해제를 요구하며 주민들이 내걸었던 현수막들>


 이것이 조견당이 문화재에서 해제된 이유이다. 한마디로 이유가 되지 않는 이유를 들고 있다. 광이 방으로 개조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조견당이 문화재로 지정된 1985년 훨씬 이전의 일이다. 1960년대 초부터 방으로 사용했다. 20대에 그 방에서 신방을 차리고 자식을 낳고 살던 사람이 지금 조견당 인근에서 살고 있다. 지금 8순을 바라보고 있으니 50년 전이라고 해야겠다. 50년 전이라면 1960년대이고 40년 전 이래도 1970년대가 아닌가. 한옥은 공간을 이렇게 저렇게 변형할 수 있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다. 필요에 따라 부엌의 빈 공간이 방도 되고 광도 되고 다시 방이 되는 게 훼손으로 보는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이 안타깝다. 부엌이 원형을 잃었다는 데는 주인으로서 참으로 유감이다. 멀쩡하게 불이 잘 들어가는 아궁이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원형을 잃었다는 것은 도대체 뭔가? 조견당에 실사를 나온 문화재 위원 두 명과 문화재 전문위원 한 명 도합 3인 중에서 누구도 부엌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당시 부엌에는 이런 저런 물건이 쌓여 있어서 들어갈 수도 없었을 것이다. 주인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으니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한다? 그것이 강원도 문화재위원들의 수준이다. 무식하고 사악하다. 담장이 훼손된 것은 문화재 담당 공무원의 직무유기이다. 단지 몇 백만 원의 예산이면 족한 것을 5년이 넘도록 방치한 것이다. 문화재 담당 공무원을 주리를 틀고 징계해야할 사안이지, 그것이 문화재 해제의 사유라고? 미친 것들!

 

 우리나라는 참으로 웃기는 나라이다. 우리나라에 2백 년이 넘는 고택이 그리 많지 않다. 새로 집을 지을 수는 있어도 2백 년의 세월의 때를 입힐 수는 없다. 그런 소중한 문화재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문화재에서 해제를 하는 그런 한심한 나라이다. 공무원은 소신이 없고, 군의원, 도의원은 눈치만 본다. 군수 도지사도 마찬가지이다. 국회의원도 다르지 않다. 어쩌면 문화재는 그들과 관계가 없다.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문화재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문화재를 해제하기로 담합을 한 것이다. 표를 가진 주민들 편을 들어주는 척. 문화재를 부정하고 문화재 소유자의 자부심과 자긍심에 먹칠을 했다. 문화재위원들은 공무원들의 의중대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문화재를 해제하는 데, 그것도 이유라고 억지춘향 엉터리 논리를 만들어 문화재 해제의 논리를 제공한 것이다. 대학에서 밥 먹고 사는 게 참 안쓰럽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대학 교수가 양심과 양식 있는 자들의 집단이 아닌 것이 세상에 다 알려진 마당에 이들을 뭐라고 할 것도 없다. 공무원 말 안 들으면 다음에는 그 알량한 문화재위원도 안 시켜줄 테니까 말이다.        

 

 고택=이야기=미래자산이라는 등식에 주목하다보면, 영월군이, 강원도가, 대한민국이 얼마나 거꾸로 가고 있으며, 얼마나 한심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있는 것도 버리고 외면했다. 소유자가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문화재를 지키겠다는데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문을 걸어 잠궜다. 이 과정에서 누구 하나 이건 잘못된 것이다, 멀쩡한 문화재를 그깟 몇 몇 사람이 자기 이해관계를 위해 문화재를 음해하고 동네 사람들을 부추겨 문화재를 해제하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두 사람의 이해관계 때문에 문화재를 희생시키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파리 한 마리 때려잡는 것처럼 해치웠다.

 

 고택=이야기=미래자산이 없어지는 현장이 눈앞에서, 표를 내세운 다수의 폭력으로 무참히 짓밟히는 참담한 현실을 온몸으로 치를 떨며 감내해야만 했다. 여기에는 동네의 집단 이지매와 군청, 도청, 군의회, 도의회 등 각자의 이익에 매몰된 눈 먼 자들의 싸늘한 외면과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책임회피가 있었을 뿐이다. 이들에게 고택의 정신적 가치를 얘기하는 건 애당초 무리였다. 이들에게 고택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우리의 미래 자산이라는 걸 설명하는 건 쇠귀에 경 읽기, 바로 그런 것이었다. 이들은 정신적인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알아도 외면했다. 인간이 무식하면 용감하고 이를 뒤에서 즐기는 사악한 자들이 항상 이들을 이용하는 게 세상의 또 다른 이치이다.

 

 고택=이야기=미래자산은 오늘날 한류 문화를 가능케 한 원천 자산이다. 이런 자산의 소중함을 모르고 멀쩡한 문화재를 일방적으로 해제하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행위가 2016년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는 아직 문명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 문화를 외면하고 문화재의 가치를 왜곡할 뿐 아니라 그것을 지키고 보전하지 못하는 무능하고 얼빠진 국민이다. 헌법 제9조에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이렇게 명시돼 있다. 땅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문화재를 백안시하고 문화재를 해제하는 나라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한심하고 정신 나간 국민인지 알 수 있다. 아름다운 건축 문화재를 남기신 조상들께 한없이 부끄럽고 면목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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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태 

MBC 미디어사업본부 재직   

영월 주천 고택 조견당(강원도문화재자료 제71호) 소유자     

(사)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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