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전통건축에 담긴 조영원리: ⑯ 툇간의 지혜



주거공간에는 구성원들의 삶과 지혜와 조영의식이 녹아 있기 때문에 살림집은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살림집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살림집은 수많은 인자들로 이루어졌다. 살림집의 공간은 기본적으로 안채와 바깥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채는 안방, 대청, 건넌방, 부엌 및 광으로, 바깥채는 사랑방, 대문간, 헛간, 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실은 정칸과 퇴칸의 조합을 통해 독특한 주거공간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안채의 퇴는 안마당을 향하고 대청과 건넌방의 전면과 부엌의 전면에 위치하며, 사랑채의 퇴는 바깥마당을 향하도록 사랑방 전면에 위치한다. 이들 퇴는 각 채의 실과 실을 연결하는 동시에 외부공간과 상호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대청은 전면에 고주를 세우거나 고주를 세우지 않고 오량과 평사량으로 구성하는데, 고주 없이 대량을 걸 경우 안쪽 대청과 전면의 툇마루가 트이게 되어 대청을 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퇴를 꾸미는 것은 대청을 넓게 사용하고자 하는 것 이외에도 대청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함이다. 이때 퇴는 대청이 협소한 농촌 민가의 공간을 넓히는 역할을 하지만 외부공간 측면에서 보면 대청의 전퇴는 외부공간의 연장선상에 위치하여 내·외부공간의 완충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대청 전면의 툇마루는 외부공간인 안마당에서 행하는 작업 활동의 연장공간이 된다. 또한 툇마루 안쪽의 대청은 신을 벗고 올라와 좌식생활을 하는 공간이지만, 대청 앞의 툇마루는 가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신을 벗지 않고 걸터앉을 수도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툇간은 신을 벗지 않고 친분이 있는 외부 손님을 접객할 수 있는 접객공간으로도 사용된다.

 

 경기지역 살림집의 바깥채는 사람이 기거하는 주거공간(사랑방 등), 안채로 출입하기 위한 출입공간(대문간), 가축의 우리인 축사공간(외양간), 물건을 넣어 두는 저장공간(헛간, 광, 창고) 등으로 되어 있다. 바깥채의 퇴는 바깥채의 실을 중심으로 안팎에 구성되는데 바깥마당과 기타 외부공간을 향하도록 구성한 것이 일반적이다. 바깥채 전퇴는 마루 또는 봉당으로 되어 있으며 마루 구조가 가장 일반적이다. 흙바닥으로 된 전면 툇간은 바깥마당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농기구나 물건을 임시로 보관하는 저장공간으로 사용되거나, 전퇴에 벽체를 꾸며 벼광으로도 사용한다. 이런 모습은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한 살림집의 특징이다.

 

 바깥마당을 향한 바깥채의 전퇴는 외향적 성향이 강하지만 안마당을 향한 안채의 퇴는 내향적 성향이 강하다. 바깥마당을 향한 퇴는 농사와 관련된 작업 활동의 연장공간이 된다. 사랑방 전면의 툇마루는 외부에서 내부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동시에 바깥마당에서 이루어지는 농작업에 필요한 보조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바깥마당 및 외부공간에 면한 툇간은 외부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길을 지나던 마을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툇마루에 오른다. 주인이 없어도 잠시 더위를 피해 쉬었다 간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집주인이 적극적으로 외부와 소통하고자 한 결과다. 따라서 외부의 길과 인접한 사랑방 전면의 툇마루는 이웃주민이나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작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집주인의 가치관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은 퇴는 외부공간인 안마당 또는 바깥마당과 각 채의 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사적공간의 확보, 실용적인 저장공간의 확보, 외부로부터 접근성의 확보, 개방된 시야의 확보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외부와의 적극적 접촉과 이웃과 소통을 위해 툇간을 꾸민 모습은 오늘날 벽체와 담장을 쌓아 외부와의 선을 긋는 오늘날 가치관과 사뭇 다르다. 이제 우리는 물리적인 형상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물리적 공간 속에 보이지 않은 선배들의 지혜를 찾아 이를 재현하고 활용할 때가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오늘날 현대한옥을 짓는 건축가들이 툇간의 지혜를 현대적 공간에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통건축의 계승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할 때뿐만 아니라 무형의 지혜를 발굴하여 현대인의 삶 속에 이식시킬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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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상  
안동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 약력 ■

 

-전통건축 목수 및 기술자 수업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박사(2006)

-현 경상북도 및 대구시 문화재전문위원

-현 안동대학교 건축공학과 조교수

-건축 역사 및 이론, 건축문화유산 보수 및 유지관리 연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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