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김주태의 우리문화] 한옥은 현대인들에게 더 필요한 건축물이다



 한옥이 친환경적인 건축물이라는 것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다들 수긍할 것이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거스름이 없이 잘 조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친환경적인 건축물인 한옥은 주변 환경에 잘 어울릴 뿐 아니라, 건축물 자체도 물론이거니와 건축물이 앉은 자리와 좌향(坐向) 등 어느 것 하나 예사롭게 넘길 게 하나도 없다.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사람이 사는 집터를 양택(陽宅), 죽으면 묻히는 곳을 음택(陰宅)이라 해서, 여기에 기울인 노력과 학문 그리고 재물까지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쏟아 부었다. 요즘 말로 여기에 올인한 셈이다. 그 결과물인 집터와 묫자리는 한마디로 명당이냐 아니냐 하는, 종종 세간의 관심이 되기에 충분한 논란과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었다. 

 

 ‘명당이냐 아니냐’도 결국은 ‘친환경적이냐 아니냐’의 판단에서 그리 벗어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을 이롭게 하는 그런 환경조건이냐 아니냐의 기준이 명당의 조건이 되고 친환경의 전제조건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런 면에서 고택이 앉은 자리를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조상들이 심혈을 기울여 잡은 양택의 결과물인 고택이 오늘날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흙과 나무로 지어진 한옥이 어떻게 비바람에 견뎌내고 오늘에 이르렀는지, 이것의 궁금증을 푸는 게 핵심 사안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 금환락지(金環落地), 구례 운조루>


 자리를 잡을 때 흔히 쓰는 말이 ‘풍수(風水)’다. 풍수는 말 그대로 바람과 물이다. 바람은 땅 위 공기를 말하고, 물은 땅 밑 지형을 말한다. 땅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많은 것들이 있다. 암반이 있을 수도 있고, 물이 흐르는 수맥이 있을 수도 있고, 모래땅도 있을 것이고 차진 진흙땅도 있을 것이다. 그 땅속 지형을 알아야 그 위에 무엇인가 건축행위를 하거나 말거나  판단을 할 수가 있다. 따라서 풍수를 알아야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본적인 판단 기준이 생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풍수를 말할 때 풍수와 함께 늘 따라다니는 말이 있는데, 그 단어가 ‘비보(裨補)’이다. 비보란 뭔가 부족한 면을 메운다, 보완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명당에 대해 얘기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히 갖추어진 명당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명당이란 이론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 명당은 우리가 바라는 하나의 이상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부족한 무엇을 채우고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데, 이 말이 비보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풍수하면 비보요, 비보하면 바로 풍수라는 말로 일종의 대구(對句)를 이루어 사용해 왔다.

 

 풍수나 비보의 원리를 이용해 집터를 잡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집 주인이 자신이 살 집에 대해 능동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집이 완성될 때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의미한다. 따라서 집을 짓는 목수나 미장이나 기와를 잇는 와공, 석공들 어느 누구도 집 주인의 지시에 따라 집을 지어야 하고, 집 주인의 눈치를 보며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완성된 집은 주인이 직접 지었다는 뿌듯한 성취감이 동반되고, 오래도록 이 집에 대한 애정과 남다른 자부심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요즘 우리 주거환경을 보자. 내가 의사 결정을 내리고 집터를 잡고 집을 짓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선택 받은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일 것이다. 현대인들은 어쩔 수 없이 도시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대도시는 주거환경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물밀듯이 몰려다니는 자동차 때문에 공기가 그리 맑지 않다. 먼지도 큰 문제이다. 소음도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 중의 하나다. 한여름에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아파트 창문을 활짝 열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대게 에어컨을 켜게 될 것이다. 에어컨이 좋은가? 에어컨 공기가 한여름에도 감기를 일으키고 냉방병을 유발한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주거하는 공간에 온갖 문명의 이기들을 구비하고 살지만, 정작 인간 스스로가 원하는 원초적인 것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요즘 도시에서 태어나는 아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토피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보고가 있다. 아토피는 거의 선천성 피부염인데, 나쁜 공기와 먼지, 도시생활이 주는 스트레스 등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아토피가 있는 어린이 중에서 절반이 넘는 아이들은 평생 이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보고도 있다. 현대인의 주거환경이 이만큼 사람이 사는데 치명적인 결함과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이다. 


<영월 김종길 가옥 사랑채 효성재>


 한옥은 단순한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 한옥의 뼈대를 이루는 기둥이나 도리, 서까래는 모두 나무이다. 나무 사이를 메워 주거공간을 구획 짓는 벽체는 역시 잔 나무와 흙이다. 기와는 흙을 구워 만든다. 흙으로 성형해 아무리 높은 열기에 구워냈다 해도 기와는 돌이 아니라 흙에 가깝다. 기와에 이끼나 풀씨가 쉽게 자리 잡는 걸 보면 확실히 기와는 흙에 가까운 물건이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한옥은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집이다. 기와가 없으면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올렸는데, 초가지붕도 다 친환경적인 소재가 아니고 무엇이랴.

 

 또 한 가지 현대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도시생활이 사람들의 꿈을 빼앗아 간다는 점이다. 도시생활에는 하루하루의 일상은 있을지 모르지만, 일상을 벗어난 자신만의 생활과 행동방식,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원초적으로 추구하는 꿈과 이상에 다가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도시인들은 주말이면 산이 미어터지도록 산을 찾는다. 산을 내려오면 다시 도시의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또, 시간이 나면 여행도 다니고 스키장도 찾는다. 돌아오면 다시 피곤한 월요일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현대인들은 육체적인 것 보다 정신적인 것에 목마르다.

 

 주거환경이 좋으면 일상탈출이라든가, 어디 먼 데로 여행을 굳이 안 해도 생활에 활력을 스스로 찾고 지친 심신을 추스릴 수 있다. 도시의 일상에 찌든 사람들에게 한옥에서의 생활을 권하고 싶다. 한옥하면 사람들은 비싸다, 아무나 지을 수 없다, 같은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한옥도 이젠 어느 정도 규격화되었고, 따라서 시공 단가도 다른 건축물에 비해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앞으로는 더욱 저렴한 가격에 한옥을 지을 날도 멀지 않았다. 

 용기가 있으면 지을 수 있다. 현대인의 지친 심신을 다시 새롭게 생동감 있는 삶으로 변화시켜줄 한옥에서의 생활, 꿈이 있으면 다 할 수 있는 거다. 무엇보다 먼저 꿈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김주태 

◆ 약 력 ◆ 

MBC 보도국 재직   

영월 주천 고택 조견당(강원도문화재자료 제71호) 소유자     

(사)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이사



 News & Company

법인명 : 주식회사 리몽 | LEEMONG corp.

등록번호 : 강원 아00093 |  발행일자 : 2011. 9. 5

발행인 :  이원석 | 편집인 : 이진경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은미 기사배열 책임자 : 이원석

[25464] 강원도 강릉시 운정길 63 강릉선교장

63, Unjeong-gil, Gangneung-si, Gangwon-do,[25464] Republic of Korea

Email : kchnews@naver.com T : 02-733-5270 F : 02-6499-9911

 ⓒ문화유산신문 당사의 기사를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링크, 게재하거나 배포하실 수 없습니다.

Copyrightⓒ 2019 KCHN All rights reserved. Hosting &  Powered by Leemong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