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전통문화살롱 19 > 향기 나는 꽃



 어미는 자식의 성장을 위해 근심하고, 아비는 자식의 성공을 위해 걱정한다. 늘 부모 자식 간, 또는 형제지간 친척지간에도 그렇겠지만 말처럼 근심걱정이 인생여정 내내 사그라지지 않는다. 세상살이란 항상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전부가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도 않고 뜻대로 되지도 않는다. 가끔씩 그 고통이 고단한 인생으로 밀려온다. 우리 역사와 같이 함께 달려 온 세상살이가 오늘도 예외 없이 고달픈 것이다.

 

 세상살이에 대한 고단함은 우리 인간 세상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하얀색 얼굴에 노란 털을 가진 서양의 가면올빼미는 주변 자연환경의 변화로 자신들이 살던 초원을 떠나 나무로 지은 집이나 헛간 같은 목조건물에서 서식한다. 화려한 깃털로 인해 수난을 당하는 유럽파랑새, 잠자리를 잡아먹는 벌잡이새, 생쥐사냥을 하는 쇠부엉이, 하늘을 나는 새 중 가장 무거운 무게 15kg의 새 느시, 풍뎅이를 잡아먹는 쇠올빼미, 자신이 왔던 길을 잘 찾아간다는 올빼미. 이런 새들의 삶 또한 인간의 삶과 다름없이 고단하고 지친 날개로 하늘을 날고 공기를 가른다.

 

 

 향기가 지나치면 고운 향기를 망치고, 꽃이 도를 넘으면 꽃의 청순한 아름다움을 잃는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본래의 것을 상실하면 본질에서 밀려 균형이 깨지고 변질된다. 사람으로 예를 들자면 변질된 사람일 것이고, 음식으로 말하자면 상한 음식일 것이고, 꽃으로 말하자면 병든 꽃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많이 병들어 있다. 어른이 제 구실을 못하고 아이가 불안한 행동을 하며 우리의 역사가 잘못 가르쳐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시대별 왕조들의 오랜 역사는 향기 없는 꽃으로 비유될 수는 없다. 왜냐면 그것은 우리가 어렵게 지켜온 성장의 자랑이고, 성공의 꽃이 이제야 선인들의 희생으로 조금 잘살게 되는 꽃으로 세상에 피어났기 때문이다.

 

 오래 전 남해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순천 낙안읍성에 들렸을 때의 일이다. 성 안의 어느 주막집인 듯 한 곳에서 무명치마를 입고 머리에 하얀 보자기를 싸맨 주모가 내온 막걸리와 안주 등과 같은 음식이 우리가 보통 어디에 가서나 먹을 수 있는 것이란 걸 알았을 때는 이미 서울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얼마 전 청담동의 국내 한식집으로는 최고의 요리가 나온다는 음식점에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요리가 즐비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나물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으면서도 고급 나물로 만든 요리를 먹고 있던 나를 발견 했을 때에, 우리는 그 집에서 조용히 나와야 했다. 마지막 디저트를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이 많이 알고 다 알 것 같아도 우리에겐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자신의 것 같지만 내가 모르는 최고의 다른 사람은 지식, 교양, 인격, 기술을 더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세상이 넓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변질되지 않는 향기 나는 꽃으로 살아야 한다. 솟증(‘울화통이 터지는 마음새’의 옛말) 내지 말고, 솥발내기(‘꼼짝할 수 없어 아무 일도 못함’의 옛 뜻)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존경할 사람은 사람이 무게가 있고, 함부로 나대지 않으며 상대를 공경한다. 문화를 아는 사람은 진중하고, 자신보다 먼저 남을 챙겨준다. 향기 나는 꽃은 그대의 가슴에 있다.

5c8b10a660530.jpg

구영국


국가문화재보존협회장, 국립이리스트대학교 종신석좌교수



 News & Company

법인명 : 주식회사 리몽 | LEEMONG corp.

등록번호 : 강원 아00093 |  발행일자 : 2011. 9. 5

발행인 :  이원석 | 편집인 : 김은미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은미 기사배열 책임자 : 이원석

[25464] 강원도 강릉시 운정길 63 강릉선교장

63, Unjeong-gil, Gangneung-si, Gangwon-do,[25464] Republic of Korea

Email : kchnews@naver.com T : 02-733-5270 F : 02-6499-9911

 ⓒ문화유산신문 당사의 기사를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링크, 게재하거나 배포하실 수 없습니다.

Copyrightⓒ 2019 KCHN All rights reserved. Hosting &  Powered by Leemong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