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전통문화살롱 21 > 가버린 세월에도 누가 그댈 기다리는가?



어둠을 수거하는 새벽은 어른의 하품을 걷어가고 구름처럼 떠오르며 환한 빛을 던지는 아침 햇빛은 우리 눈을 부시게 한다.

 

 겨울 초입에 들어서서 그렇게 매섭게 몰아쳤던 추위가 요즘 들어선 잠시 쉬고 있는 듯 따뜻하다. 그래도 간혹 그늘지어 얼어버린 영동고속도로 위에서 수 십 대의 차량이 뒤엉키고 사고로 인해 통행이 몇 시간씩 막혀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필자는 종종 지리산 산양이 어찌 하고 있나싶어 불곡산 바위틈에 걸터앉아 산양들을 기억해 본다.

 

 스산한 겨울 들어 젊은 청춘들의 꿈 발전소에서는 지금 무슨 꿈들이 돌아가고 있으며 미래를 향해 질주해야하는 사회 초년생의 현실 희망은 어느 정도일까? 대학의 젊은 꿈 발전소와 젊은 미래 희망의 공작소에선 곧 다가올 꿈과 희망이 지금 한창 잘 돌아가고 만들어 지고 있는데도, 술 취한 ‘현대’라는 미래역사의 세월은 그냥 우리 발밑에서 노신(老身)이 되어 늙어 가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청년들은 정규대학을 졸업하고 생존을 위해 ‘취직’이란 해독주스를 마시고, ‘월급’이란 보상으로 노임의 대가를 받는 치료를 통해서 그럭저럭 인생에 작은 만족을 해보지만, 현대인의 가슴에 남은 허무와 고민은 이 시대의 통증으로 세상에 배치되어 주인 아닌 타인이 되어 살고 있다. 생명이란 중요한 단어가 인생에서 환원 생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행복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마치 우리가 어느 식당에 가서 이미 지나간 탕국의 맛을 보지 못하듯 역사란 시대오류의 시선에 눈멀어 있고, 품행이 불손한 봉건형태의 내림 세습으로 꾸며진 전통으로 정통이 아닌 비(非) 정통이 주인노릇을 하는 것과 같다.

 

 또 때로는 우리의 심로한 분노가 엉키고, 서로의 주장이 뒤틀리고, 생각이 틀어지는 일들이 이 세상을 살면서 흔히 겪는 일이긴 하지만, 우리 젊은 전통 장인들의 희망과 꿈에까지 비 정통과 기다림이 상처를 줄 수는 없다.

 

 역사는 언젠가부터 이 상처를 뒤로한 채 당연시 여겨왔었지만 현대의 우리는 이런 상처를 집도해서 치료해 주어야 한다. 설사 과거 우리 역사의 아물지 않은 상처 또한 옛 조상과 우리 시대 기성장인들만이 겪는다 해도. 미래의 젊음에게 행복을 전제로 한 길을 이제라도 전문 장인이 초보 장인에게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희망은 어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일이지만 진정한 용기를 낸 후배들에게 먼저 선험자의 한 팔을 선배가 내어 주고, 소통이 있는 젊은이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훈계하는 선배가 아닌 그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설왕설래가 있는 전승과 전통을 이어가는 상혼(相魂)이길 이미 지난 세월이 바라고 있다.

 

 고대역사로 이어진 ‘시간’이라는 파편에 상처 입은 현재는 과거 자성이란 역사를 수리하면서 빨리, 그리고 느리게, 늦게 달려온 큰 상처의 흔적과도 같다. 시간은 늘 기다리면서 남모를 애통함을 주워들고 떠나온 길을, 알고 있는 지식이 없어 이제야 수탈되고 빼앗긴 민족문화유산을 잊을 수 없다고 난리치며 떠들어 대고들 있지만, 기다려 주지 않는 세월에 오늘의 역사는 과연 누구를 또다시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구영국

국가문화재보존협회장, 국립이리스트대학교 종신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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