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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흥사 종
절의 종각에 걸린 커다란 종이나 전각 내에 있는 작은 종을 일러 범종(梵鐘)이라 한다. 그 소리가 지옥까지 울린다고 하는 범종은 땅속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식용 도구로, 법고, 목어, 운판과 함께 불교 의식에 필요한 사물(四物) 중 하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280호인 ‘천흥사 종(天興寺銘 靑銅 梵鍾)’은 고려 전기 충남 천안시 성거읍 천흥리 소재 천흥사에서 제작한 범종으로 형태나 장식 등에서 전형적인 한국 종의 양식을 충실히 계승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려 시대 범종이다.
전체 높이가 174.2㎝인 천흥사 종 몸체에 돋을새김 되어 있는 위패 모양 안에는 ‘聖居山天興寺鍾銘統和二十八年庚戌二月日(성거산천흥사종명통화이십팔년경술이월일)’이라는 명문을 새겼는데, 이는 천흥사 종이 1010년에 제작되었음을 알려 준다.
종을 거는 고리인 용뉴(龍鈕) 옆 원기둥 모양의 음통(音筒)은 5단으로 나누어 꽃무늬를 새기고, 종 윗단과 아랫단에는 한 줄의 띠를 두르듯이 공간을 나누어 덩굴무늬를 장식했다. 종 몸체 윗부분 네 군데에는 사다리꼴 모양의 곽을 만들어 9개의 연꽃봉오리 장식을 덧붙였으며, 아랫부분에는 종을 치는 자리인 당좌(撞座)와 비천상을 교대로 배치했다.
천흥사 종은 제작 수법이나 양식 면에서 고려 종을 대표할 만한 우수작으로 손꼽힌다. 천 년을 간직해 온 아름답고 그윽한 종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