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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粉靑沙器)
청자에 흰 흙가루를 바른 분청사기는 ‘분장회청사기(紛粧灰靑沙器)’의 줄임말이다. 미술사학자인 고유섭 선생이 처음으로 명명한 분청사기는 조선의 독자적 기술과 감성에서 자생적으로 태어난 명품 도자기로, 조선 초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자유분방한 선과 해학적 문양이 특징이며, 겉면 장식 기법에 따라 백토나 자토를 끼워 넣는 상감, 꽃 모양 도장을 찍는 인화(印畵), 무늬를 그려 넣은 뒤 무늬 외의 백토를 긁어내는 박지(剝地), 선으로 무늬를 새기는 조화(彫花), 철분 많은 물감으로 무늬를 그리는 철화(鐵畵), 풀비로 분장만 하는 귀얄, 백톳물에 담가서 분장하는 덤벙 등 7가지로 나뉜다.
청색도 아니고, 백색도 아닌 분청사기의 오묘한 색은 가장 한국적인 색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故 박수근 화백의 그림에서 우리네 산천과 사람을 닮은 분청사기의 빛깔과 질감을 발견할 수 있는데, 화강암같이 울퉁불퉁 거친 화면(畵面)은 분청사기 겉면의 거칠고 투박한 질감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1960년 프랑스 파리에서 분청자어문선각편병(사진 참고)이 전시됐을 때, 프랑스인들은 몸체에 배치된 물고기 두 마리와 무늬를 그려 넣은 담백한 선(線)에서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 앙리 마티스의 그림에서 느꼈던 것처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며 격찬했다 한다.
박물관 전시실에서 가장 한국적인 멋을 가장 잘 표현한 그릇으로 평가받는 분청사기를 수사(修辭)한 ‘자유분방함·수더분함·구수함·천진난만함·익살스러움·대범한 생략’ 등과 같은 단어가 자연스레 떠올려진다면, 그대 역시 한국인임이 틀림없으리.
※사진설명
분청자어문선각편병(국보 제178호)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