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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루각 자격루
물시계는 물의 증가량이나 감소량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로 이미 삼국 시대부터 사용해 왔다. 1434년(조선 세종 16) 장영실과 이천에 의해 만들어진 물시계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되어 종과 북이 저절로 울려 시간을 알리도록 만들었다. 기존의 물시계는 일일이 다가가 눈금을 확인해야 시간을 알 수 있었으나 이 물시계는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알려주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영실이 제작한 물시계는 전해지지 않는다.
이 후 1536년(중종 31)에 제작한 물시계가 바로 국보 제229호 보루각 자격루(報漏閣 自擊漏)이다. 자격루의 원리는 맨 위 큰 물그릇에 물을 부으면 그 물이 아래 작은 그릇을 거쳐 제일 아래쪽 긴 물받이 통에 흘러들어간다. 이 통에 물이 고여 그 위에 떠 있는 살대가 점점 올라가 미리 정해진 눈금에 닿게 되면 그곳에 설치해 놓은 지렛대 장치를 건드려 쇠구슬을 굴려 차례로 다른 여러 공을 건드려 종과 징, 북이 울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 자격루는 대파수호(大播水壺) 1개‧소파수호 2개‧수수호(受水壺) 2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청동제 대파수호는 지름 93.5㎝, 높이 70㎝이고, 도자기로 만든 소파수호 2개는 최대 지름 46㎝, 높이 40.5㎝이며, 청동제 수수호(통) 2개는 바깥지름 37㎝, 높이 196㎝이다. 현재 덕수궁에 남아 있는 자격루는 쇠구슬이 굴러 작동하는 장치는 없어졌고, 작은 그릇이 놓였던 돌받침대는 창경궁에 남아 있다. 옛 모습대로 복원된 보루각 자격루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