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택]청송 송소 고택 (松韶 古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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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

 

 온통 산으로 겹겹이 쌓여 있는 청송을 방문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머리를 짜내 보지만, 그저 시간 낭비일 뿐.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를 믿고 가는 것만이 최선이다. 멀고도 험한 곳, 그래서인지 청송은 청정 자연과 함께 우리 전통문화가 곳곳에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올해 대한민국 관광의 최고상인 ‘2011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된 고택,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있는 청송 송소 고택(松韶 古宅, 중요민속문화재 제250호)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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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

 

조선 영조 때 만석꾼의 부를 누린 청송심씨 심처대(深處大)의 7대 종손인 송소 심호택(沈琥澤) 선생이 호박골에서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동으로 옮기면서 지었다고 전해진다. 1880년경에 지어진 이 집은 조선 후기 상류층 주택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99칸 ‘청송 심 부잣집’으로 더 많이 알려진 송소고택은 솟을대문이 있는 대문채 앞 넓은 앞마당을 바라보며 집안의 큰 어른이 기거하던 큰 사랑채와 큰아들이 기거하던 작은 사랑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팔작지붕의 큰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자형 건물로 넓은 대청을 사이에 두고 책방, 사랑방이 있다. 작은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대문간, 도장, 사랑방, 대청이 있다. 넓은 안마당이 있는 안채는 사랑채 뒤에 ‘?’자형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정면 6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대청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안사랑과 상방이, 오른쪽에는 안방과 부엌이 있다. 높게 앉은 누마루가 눈에 뜨이는 별당은 정면 4칸, 측면 2칸인 건물로 단출하게 온돌방과 대청으로 구성됐다. 그 외 사당이 있으며, 넓은 대지 위에 건물들이 모두 시원스럽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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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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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

송소 고택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헛담’과 ‘구멍담’이다. 담은 공간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한다. 하지만 그 기능을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은 담에는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우리 문화의 멋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홍살이 설치된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까 잠시 망설이게 하는 헛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외가 엄격하던 시절, 안채로 드나드는 여자들의 모습이 사랑채에서는 눈에 띄지 않게 한 담이다. 자연스레 여자들은 오른쪽으로 돌아 안채로 들어가게 되고 남자들은 왼쪽으로 들어가 사랑채로 향하게 되어 있다. 구멍담은 안채 뒤를 돌아 여자들이 머물던 안사랑 쪽에 가면 볼 수 있다. 담장 안쪽에는 분명 3개의 구멍이 나 있는데 사랑채 쪽 바깥에서 보면 구멍이 6개다. 사랑채에 손님이 몇 분이나 오셨는지 볼 수도 있고,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던 여자들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한옥에는 선조의 지혜와 배려, 여유가 곳곳에 묻어 있다.

  

 가을날 짙푸른 하늘 아래 선 고택은 한층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청송심씨 11대 종손 심재오 선생과 약속한 시각보다 일찍 도착해 혼자서 집 안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2만 석 농사를 지었다는 집. 주인 없는 사랑채 대청마루에 올라 사람들로 북적였을 그때 그 시절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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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


비록 주인은 아니지만, 다시 한 번 그런 영화가 와 주길 기다리는 심정으로. 기둥을 액자 삼아 마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선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가온 풍경은 낯선 곳을 찾아온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먼 길 마다치 않고 여기까지 찾아오는 이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고즈넉한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도시 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 한다.

 

 심재오 선생 부부가 돌아오는 기척이 들렸다. 솟을대문 안으로 두 분이 나란히 들어오더니 헛담을 사이에 두고 심재오 선생은 사랑채로, 부인 최윤희 여사는 안채로 들어간다. 심재오 선생은 이곳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2010년 10월 이곳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50년 넘게 서울 생활을 했단다. 학창 시절 땐 부모님을 만나고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에 고향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지만, 지난해 귀향할 때는 종가를 보호하고 가꿔서 후손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서 발걸음이 매우 무거웠다고 한다. 30년 넘게 방치되다시피 한 고향 집은 훼손된 곳이 너무 많아 내려온 지 1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손볼 데가 넘친다. 선생은 수시로 찾아오는 관람객을 맞이하랴, 지인과 손님들을 대접하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필자가 들린 날도 오전에 안동을 다녀왔다는 선생은 오후에는 고택에서 열리는 음악회 준비로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한단다. 서울과 청송을 오르내리며 두 집 살림을 꾸려가는 부인 최윤희 여사 역시 찾아오는 손님 접대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다.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려는 수많은 관광객이 이미 8년 전부터 송소 고택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9월 송소고택은 문화부가 주관한 체험형 숙박시설 부문에서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지만, 7년 동안 고택 관리를 다른 사람에게 위탁했다가 선생이 직접 운영한 건 1년이 채 안 됐다. 선생께 상 받은 소감을 여쭈었더니 “옛날 부잣집에서는 찾아오는 풍류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돌아갈 때는 노잣돈까지 챙겨 주었다. 이런 선조의 아름다운 덕까지 베풀지는 못하더라도 집안의 얼굴인 고택을 잘 보존·관리하여 찾아오는 체험객들이 마음 편히 쉬다 갈 수 있게끔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지만, 같이 경쟁했던 고택 소유자들께는 미안하다. 책임감과 긍지를 가지고 고택을 가꾸는 일에 정성을 다하겠다”라고 담담한 어조로 말씀을 잇는 선생. 아울러 “한국 관광의 별을 선정함에 지금 같은 방식이면 지자체별로 경쟁심을 부추겨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라며, “선정 방법을 달리해 주면 좋겠다”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심재오 선생은 요즘 문화부를 비롯해 문화재청, 시도 지자체 등에서 고택, 종택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해 주는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이라 한다. 하지만 지금 문화부에서 ‘전통한옥 체험시설 지원사업’ 항목으로 지원하고 있는 시설 개·보수비가 집 규모와는 상관없이 한 집당 똑같은 금액인 건 문제가 있다며, 집 규모에 따라 지원 금액의 단계적인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택·종택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어야만 소유자들이 고택을 떠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쁜 일정을 쪼개 시간을 내 주신 두 분께 감사 인사를 남기고 고택을 나섰다. 편안하게 웃으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두 분의 모습. 그곳에서 오래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들녘.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 부자가 된 듯 내 마음조차 넉넉해진다.

 

 덕천마을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 송소고택이 있는 덕천마을은 전통 테마 마을로 ‘청송 참소슬마을’이라고도 한다. 이 마을은 전통 한옥인 송소고택을 비롯해 송정고택, 찰방공종택, 창실고택, 초전댁에서 전통문화를 느끼며 고택체험도 할 수 있고, 천연염색체험, 한지체험. 사과농장체험 등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곳은 청송에서 영양을 거쳐 봉화와 영월을 연결하는 외씨버선길이 지나가고 있어 자연을 벗 삼아 느긋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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