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승]명승 제44호 단양 도담삼봉 (丹陽 島潭三峯) 신선이 노니는 삼신산



동양문화에 나타나는 산수에 대한 동경은 바로 자연 자체의 작용 방식을 인간의 삶의 방식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반영한 것이다(고부응, 2005).
 조선 영·정조시기를 아우른 공신인 채제공은 인간과 명승지를 두고 “그 사람이 거기에 가지 않으면 명승이 또한 스스로 나타나지 못하고, 이는 서로 기다려서 이루어지는 이치”라고 부용재기(芙蓉齋記)에 적었다. 경관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사람들이 자주 찾고 널리 알려져야 비로소 명승의 의미를 갖게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가 자연을 닮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구체화된 곳으로는 2008년 명승 제44호로 지정된 단양 도담삼봉(丹陽 島潭三峯)이 대표적이다. 특히 도담삼봉은 2017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개최한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한국의 명승 사진전 설문조사에서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명승으로 선정된 바 있다. 


<단양 도담삼봉>


 도담삼봉은 충청북도 단양군(丹陽郡)에 있는 8개 명승지 중 하나로 석문(石門)ㆍ옥순봉(玉筍峰)ㆍ하선암(下仙巖)ㆍ중선암(中仙巖)ㆍ상선암(上仙巖)ㆍ사인암(舍人巖)ㆍ구담봉(龜潭峰)과 함께 단양팔경을 구성하고 있다. 물 위에 모여 있는 세 개의 봉우리는 마치 동양화를 풍경으로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권14 충청도 단양군《新增東國輿地勝覽 卷十四 忠淸道 丹陽郡》편에는 이곳이 “단양군 북쪽 24리에 있는데, 세 바위가 물 가운데 우뚝 솟아 있어 도담삼봉이라 불리는 곳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 비변사인방안지도에 보면(그림 오른쪽 끝부분) 세 개의 봉우리가 마치 강가에 서 있는 듯 짧은 연장선만 강 속에 그려져 있는데 도담(島潭)이라는 글씨가 눈에 띤다. 도(島)는 섬을 말하고 담(潭)은 강물이 마치 연못처럼 잔잔한데서 얻은 이름이니 명칭이 형태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비변사인방안지도 자료제공=서울대규장각한국학연구원>


 도담삼봉은 남한강을 휘돌아 깊은 못을 이룬 곳에 석회암 원추 카르스트 지형이 형성되면서 생긴 지형으로 그 형상이 기이하다(문화재청). 또 이곳은 삼봉 정도전과 관련 깊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자연과 닮으려고 하는 습속 때문에 주로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하는 상징적인 내용을 용사하여 명칭 등을 짓곤 했다. 삼봉이 정도전의 호가 된 것에는 이러한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도담삼봉의 가장 높은 가운데 봉우리 허리쯤에 수각(水閣)이 있는데 이 수각은 정도전이 지었다하고 지금은 고쳐 지어져 있다. 도담삼봉은 퇴계 이황을 비롯한 수많은 시인묵객과 김홍도 이방운 등 유명화가들의 시와 그림이 전해진다. 퇴계 이황은 해질 무렵 도담삼봉의 진풍경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석양엔 저녁놀 드리웠네 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달 적어 별빛달빛 아래 금빛파도 너울지더라
 


세간에 삼봉을 장군봉과 첩봉, 처봉으로 부르기도 한다. 세봉우리가 물위에 마치 구름을 뚫고 나온 듯 우뚝 솟아 있는데 물안개가 자욱할 때는 그 자태가 더욱 신비롭다. 이전에 적당히 차 있는 강 수위는 마치 동양화적 구도를 잘 고려한 듯 했으나 수위가 높아진 지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도담삼봉은 중국의 삼신산인 봉래 방장 영주에 빗대에 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조선 시대 문인 황경원의 <강한집(1790年刊)>에 도담삼봉을 주제로 한 시가 있다. 황경원의 나이 26세인 갑인년(1734년, 영조 10)에 단구를 유람하면서 도담삼봉을 방문하였다. 단구는 밤이나 낮이나 항상 밝은 땅으로 선인이 산다는 전설적인 지명으로 이 시에서는 단양을 가리킨다.《도담창화시》는 오원, 남유용 등과 함께 도담을 유람하고 남긴 시첩으로 황경원의 강한집 권1에 실려 있는 도담삼봉을 주제로 한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도담〔島潭〕 


세 섬이 맑은 못에 솟아 있는데 / 三島出澄潭

구름 노을 자욱하게 어리어 있네 / 雲霞欝蔥然

동쪽 섬엔 소나무가 누워있고 / 東嶼偃神松

서쪽 섬엔 유천이 솟아나네 / 西嶼泄乳泉

가운데 섬은 은하수를 찌를 듯하니 / 中嶼凌河漢

신선이 내려올 만도 하구나 / 可以來靈仙

둥실둥실 떠있는 저 방구산(봉래산의 이명으로 도담삼봉을 미화하여 부르는 말)은 / 汎汎防丘山

아마도 푸른 바다에서 옮겨졌으리 / 疑自碧海遷

지금 이 시절 봄기운 한창이라 / 是時春氣盛

온갖 꽃이 산천을 둘러 피었네 / 百花繞山川

그래서 오학사(오원을 가리킴))를 따라 / 爰從吳學士

술병 끼고 고기잡이 배에 올랐지 / 携酒升釣船

거문고 소리 꽃 위 이슬을 적시고 / 繁絃浥華露

맑은 젓대 소리 먼 하늘에 떠도네 / 淸管飄遠天

날 저물자 모두 함께 거나해져서 / 日暮偕酣飮

흥건한 채 술병 베고 잠이 들었네 / 淋漓枕壺眠

흰 갈매긴 돛 그림자와 더불어 / 白鷗與帆影

다만 저녁 물결이 끄는 대로 따라가네 / 但隨夕波牽

오늘 밤 강마을서 자게 되면 / 今夜宿江村

곱디곱게 뜬 달을 보게 되겠지 / 將見月姸姸

(박재금 외2인 2014)

<하늘에서 내려다 본 도담삼봉>


 삼도(三島)는 바다 속에 있다는 삼신산인 봉래(蓬萊)ㆍ방장(方丈)ㆍ영주(瀛洲)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그들의 유람처인 도담삼봉을 의미한다(박재금 외2인,2014). 당시 삼봉 중동쪽 섬에 소나무가 있었고 서쪽 섬에는 바위사이에 물이 솟아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도담삼봉을 신선의 세계로 보고 이곳에서 선경에 취한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조선 후기 학자 홍직필의 <매산집> 제2권의 시에는 도담삼봉에 대한 또 다른 시가 전한다.

 

도담에서 돌아올 적에 경문이 말을 세우고 절구 한 수를 외워 전하므로 말 위에서 차운하다〔自島潭歸景文立馬誦傳一絶馬上步韻〕

섬 아래에는 깨끗한 못 섬 위에는 구름이라 / 島下淸潭島上雲

세 봉우리 우뚝이 솟아 절로 무리를 이루네 / 三峯卓立自成羣

풀숲의 가야금 소리 들으며 목란주(목란나무를 깎아만든 배)를 띄우니 / 草琴聲遠蘭舟泛

산수의 깊은 정 홀로 그대를 허여하노라 / 山水濃情獨許君

(성백효 국역,2016)

 

 농암 김창협(農巖 金昌協, 1651~1708)의 문집인 《농암집(農巖集)》에 보면 도담(島潭). 자익의 시에 차운하다. 당시 광경을 상상할만 하다.

 

강 빛은 어둑어둑 저녁놀 퍼질 무렵 / 江光黯黯晩霞生

뱃머리의 삼봉이 눈에 훤히 들어오네 / 鷁首三峯照眼明

깎아지른 바위산 물 위에 솟아났고 / 戍削雲根無地湧

들쭉날쭉 섬 차례 천연으로 늘어섰네 / 參差鴈序自天成

솔가지 늙은 새매 배를 만나 날아가고 / 松梢老鶻衝船起

깊은 물 밑 잠긴 용 젓대 화답 우는데 / 泓下潛龍應笛鳴

나무꾼에게 선경 길 어디냐 물어볼까 / 欲借樵柯問仙路

석문 깊이 들어서자 바둑소리 들리누나 / 石門深入聽碁聲

(송기채 국역,2001)


도담삼봉은 신선의 세계를 상징하는 삼신산과 관련하여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극대화시킨 전통경관이며 수많은 문사의 시와 그림을 통해 오늘날 그 가치를 지켜온 대표적 명승이라 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하고 주변의 개발 압력 속에서도 당시 명승의 가치를 지켜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고전종합DB db.itkc.or.kr/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문화재청 자료

이석호(1982) 한국명저 번암집, 대양서적

고부응 등 9명 (2005) 동서양 문학에 나타난 자연관, 보고사

박재금 이은영 홍학희 (2014), 강한집,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성백효(2016) 매산집 번역, 성신여자대학교 고전연구소ㆍ해동경사연구소 

송기채(2002) 농암집 번역, 한국고전번역원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이원호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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