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승]명승 제46호 단양 구담봉(丹陽 龜潭峰) 선유(船遊)의 멋을 통해 옛 선비들을 만날 수 있는 단양의 구담봉


배를 타고 유람하는 것을 옛 선비들은 선유(船遊)라 했다. 적당히 요동치는 강줄기를 따라 앞뒤로 펼쳐지는 경치를 순차적으로 둘러보는 일은 도보여행과는 또 다른 감흥을 준다.
 특히, 산은 가까이 보는 것도 좋지만 멀리서 전체 형세를 바라보는 것도 운치 있다.


<단양 구담봉>


 우리나라 명승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명산 중에서도 강을 끼고 있어 선유(船遊)가 안성맞춤인 곳이 제법 많다. 남한강이 지나는 단양지방에는 구담봉이 있다. 

 이곳은 단양팔경의 하나로 강줄기를 따라 깎아지른 듯 장엄한 기암절벽 위에 거북모양 바위가 있어 구봉(龜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거북은 대표적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와 지혜를 상징하니 옛 선비들이 소망하는 것 중 하나였을 터이다.

 단양팔경은 도담삼봉(島潭三峰)ㆍ석문(石門)ㆍ옥순봉(玉筍峰)ㆍ하선암(下仙巖)ㆍ중선암(中仙巖)ㆍ상선암(上仙巖)ㆍ사인암(舍人巖)ㆍ구담봉(龜潭峰)으로 이루어진 옛 단양 8곳의 명승지를 말하는데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5곳이나 지정될 만큼 유명한 경승지다.

 구담봉은 충청북도 단양군의 서쪽 단성면 장회리와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단양8경 중 제5경이다. 옛 지명인 구담인데 후세 사람들이 옥순봉과 가까이 있어 구담봉이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구담봉은 물줄기를 따라 깎아지른 장엄한 기암절벽이 남한강, 월악산과 어우러져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현재는 충주호 수상관광으로 유명하다.

 

 구담은 조선 시대 토정비결로 유명한 이지함의 형인 이지번(李之蕃)이 선조 즉위 후에 청풍 군수를 지냈는데 1556년에 이황의 권유로 벼슬을 버리고 구담봉(龜潭峰)에 암자를 짓고 세상과 등지고 살게 되었다. 학문을 닦으며 은거하는 그를 가리켜 사람들이 구선(龜仙)이라 불렀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구담(龜潭)은 군 서쪽 20리에 있다.”고 하고 《미호집(渼湖集)》에는 “단양 명승지의 하나이다. 기암절벽의 바위 형태가 거북을 닮았다는 구봉(龜峰)의 주위를 에워싼 못으로, 물속에 비친 바위가 거북무늬를 띠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구담과 구봉을 아울러 구담봉(龜潭峰)이라 부르는데, 단양팔경의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강 가운데 또한 반석이 많은데 물이 줄어들면 나타나고 물이 깊어지면 잠긴다”고 이중환은 《택리지》에 적었다. 구담봉 일대는 현재 충주댐 건설로 이 지역이 수몰되어 택리지에서 적어놓은 원경관은 사라졌지만 구담봉은 그대로 남아있다.

 또 이중환은“구담은 청풍에 있는데, 양쪽 언덕에 석벽이 하늘 높이 솟아 해를 기리었고 그 사이로 강물이 쏟아져 내린다. 석벽이 겹겹이 서로 막혀 문같이 되었다고 당시 경관을 묘사하고 있다. 퇴계 이황은 “산봉우리가 그림 같고 골짜기는 서로 마주 벌어져 있는데 물이 그 가운데 괴여서 넓고 맑고 엉키고 푸르러 마치 거울을 새로 갈아서 공중에 걸어 놓은 것 같다. ” 라고 구담을 표현하기도 했다.

 유람선을 타고 지나다보면 구담봉에서 장회나루 쪽으로는 퇴계 선생을 그리다 강물에 몸을 던진 기녀 두향의 묘가 있으며, 물이 적을 때는 두향이 움막을 짓고 살았다는 강선대도 조망된다. 현재 강산이 변했어도 옛 사람들의 장소는 남아있어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뜻밖에 구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나타난다.

 흥선대원군과 반목한 것으로 잘 알려진 조선 시대 문충공 이유원(1814~1888)의 임하필기 37권 봉래비서에 구담을 언급하고 있는데 봉래비서는 이유원이 금강산을 두루 유람하고 금강산과 관련된 시문을 들고 각 승경지를 예찬한 글로 유명하다.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사람은 와전을 곧잘하여 문득 한(漢)나라가 설치한 사군(四郡)의 수석(水石)을 금강산과 백중이라 한다. 그러나 금강산은 산이 높고 바다가 깊다. 사군에는 기이한 바위가 우뚝 섰는데 그중 가장 뛰어난 것은 옥순봉(玉筍峯), 구담봉(龜潭峯), 도담봉(島潭峯) 등 여러 승경이나, 이것들을 동해 가운데 갖다 놓는다면 이름 없는 자그마한 돌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니, 중국에 알려졌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글은 언뜻 보면 문충공이 금강산을 중심으로 기술하면서 우리 강산이 중국 것에 비해 보잘 것 없다는 말로 비춰지는 듯 한데 우리나라 산수경관이 가지는 특징이 무엇보다 인간에 맞추어진 스케일이라는 점을 부각되는 내용으로도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단양 구담봉>


 구담봉 일원의 기암절벽들은 경치만 아름다울 뿐 아니라 학술적 가치도 높다고 한다. 중생대 백악기에 관입한 불국사 화강암에 속하는 조립질 내지 중립질 흑운모 화강암 내에 수평절리와 수직절리들이 발달하고 남한강의 침식작용으로 하식애기 발달함으로서 이 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회강암 지대의 전형적인 지형과 수려한 경관으로서 명승의 가치가 높다고 이광춘 문화재위원은 명승지정 보고서에 평가하고 있다. 노출된 바위들과 그 절벽 사이에 드문드문 보이는 푸른 소나무들도 멋을 더한다.

 구담봉에 대한 옛선비들의 표현들을 살펴보면 옛사람들의 구담에 대한인식을 이해하고 오늘날 경관과 비교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전에 구담봉을 감상할 때 선유를 주 유람방법으로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이들은 선유의 아쉬움을 지적하면서 아예 전망 좋은 곳에 정자를 짓기도 했다.

 

 단구에 있는 이윤지의 두 정자에 대한 기문〔李胤之丹邱二亭記〕 

 

 구담(龜潭)은 매번 배를 타고 아래에서 보기 때문에 전체를 보지 못한다. 이자유(李子由)가 단양(丹陽) 군수로 있을 때에 가은봉(可隱峰) 아래에 터를 잡고 작은 정자를 지어 구담과 마주하게 하였는데,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면 구담의 전체 모습을 이곳에서 다 볼 수 있다. 자유의 맏아들 윤지가 주자(朱子)의 “푸른 이내는 붉은 성에 비치네.〔蒼霞映赤城〕”라는 시구에서 취하여 정자의 이름을 “창하(蒼霞)”라 지었고, 한강(漢江) 가에 사는 윤경평(尹景平)이 편액의 글씨를 썼다. 내가 또 짧은 기문을 지어 정자에 비치하니, 이때는 계유년(1753, 영조29) 늦봄이다.
- 정암집 제9권 / 기(記) -

 

다음 내용은 이지번의 시에 차운한 시에 나타나는 구담봉의 예찬 부분이다.

 

구담 주인의 시에 차운하다〔次龜潭主人〕 


사해에서 구담이 빼어나니 / 四海龜潭勝

참으로 조물주의 호방함을 알겠네 / 眞知造物豪

단란하게 이루니 원기가 씩씩하고 / 團成元氣壯

깎아 내니 옥병이 높다라네 / 斲出玉屛高

돛단배 달려 맑은 거울 나누니 / 帆駃分淸鏡

꽃은 밝아 푸른 파도와 싸우네 / 花明戰碧濤

기꺼이 세상 피한 나그네 만나 / 欣逢避世客

소나무 아래서 향기로운 막걸리 기울이네 / 松下倒香醪

- 금계집 외집 제5권 / 시(詩)- 

<단양 구담봉>


 단양 구담봉은 현재 수몰지역에 속해 구담의 모습은 확인 할 길 없으나 청풍호의 수상관광에서 활용할 문화재적 가치는 여전히 남아있는 곳이다. 배를 타고 유람하며 절벽위에 보이는 옛 명승지들과 전하는 이야기들을 인문과 자연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유람선 해설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이 지역의 명승적 가치와 관광객들은 지속적으로 이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문화재청 문화재지정보고서

이중환 택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한국고전종합 DB 홈페이지 (역자 : 김상환, 서정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이원호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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