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건축에 담긴 조영원리: ⑥ 전통건축물 지붕 꾸밈에 대한 이해

정연상
안동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선조들이 남긴 다양한 건축문화유산들은 오랜 시간을 통해 축조된 것으로 시간의 결과물이다. 시간은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데, 특히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고, 더 나아가 역사를 만든다. 집을 조영하는 것도 개인의 추억, 집안의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집짓기와 집수리는 여건에 따라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적게 걸리는데, 집을 짓는 동안 집주인과 장인들은 크고 작은 건축의례를 행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건축의례로 모탕고사, 정초식, 입주식, 상량식을 행한다. 그리고 집주인과 장인들은 상량식 이후 집을 꾸미기 위한 일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건물은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낸다.
장인들은 상량식을 치른 이후, 서까래를 걸고, 기와를 올리고, 마루를 놓고, 벽을 꾸미고, 구들을 놓고, 창문을 다는 등의 일을 한다. 서까래는 지붕의 형태에 따라 유형 및 수량 차이가 있고, 목수가 해야 할 일의 양도 다르다. 그리고 전통건축물은 서까래를 거는 방식에 따라 외관이 다르다. 특히 전통건축은 처마와 추녀부분의 서까래를 걸면서 그 자태를 드러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처마와 추녀부분의 서까래 점이 만들어내는 처마 곡선을 보고 한국의 아름다운 선 중 하나라고 한다.
처마곡선은 사다리꼴 모양의 긴 부재인 평고대를 이용하여 만들며, 서까래는 평고대 선을 따라 건다. 전통건축물의 처마곡선은 선에 대한 건축주와 장인의 선호도에 따라 다르다. 홑처마 건물은 평고대와 서까래가 만들어낸 처마선이 하나지만, 겹처마 건물은 평고대와 서까래가 만들어낸 처마선과 부연과 평고대가 만들어낸 처마선이 이중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이 평고대를 걸고 서까래와 부연을 걸어 처마곡선을 결정하는 일을 전통건축가들은 ‘건물의 맥을 잡는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추녀를 걸은 전통건축물의 처마곡선은 X축과 Y축의 이차원 곡선이 아니라 X축과 Y축, Z축의 삼차원 포물선의 곡선이다. 3차원의 처마곡선을 긋고 있는 평고대는 중앙에서 추녀 쪽으로 가면서 휘어 오르면서 추녀 머리끝 쪽으로 돌출한다. 따라서 평고대와 서까래의 처마곡선은 전통목조건축에 참여한 장인들의 미의식이 표현된 중요한 부분이며, 또한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정교한 가공 및 시공방법들이 숨어 있다.
새로 짓는 집의 경우, 목수는 자기가 좋아하는 선을 자기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기존 건축문화유산을 수리 할 때 오늘날 목수들은 과거 선배들이 잡은 맥 위에 손을 올려놓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자신의 방식으로 맥을 집어보고 선배들의 미의식을 우선 음미한다. 이후 장인들은 선배들의 정교한 치목 및 조립 시공방법에 따라 수리를 한다. 따라서 건축문화유산을 수리하는 장인은 과거 선배들이 잡은 맥과 그들의 조영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리 전 건물 모습을 재현 할 수 없다.
목수들은 서까래의 수많은 점 위에 평고대를 건 후, 기와를 놓는 와공을 만나 술 한 잔을 하면서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목수들은 건물의 특성과 조영원리, 그간 공사 일정과 앞으로의 공사일정 등을 설명한다. 과거 와공들은 수제품의 기와를 사용했지만, 오늘날 와공은 공장의 기성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신 한옥 또는 개량형 가옥은 처마 끝에 흰색의 와구토를 사용하지 않고 유지관리를 위해 막새기와를 사용한다. 막새기와를 사용하면 서까래와 평고대가 만들어내는 처마곡선은 약해지지만 흰색 와구토를 사용하여 처마 끝을 마감하면 처마선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과거 전통건축물 중 막새기와를 사용한 건물은 궁궐이나 사찰, 서원 등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사찰의 주 불전 중, 수막새 등에 와정을 박고 흰색의 연봉을 씌워 처마 끝을 마감하여 의연한 처마곡선을 강조한 예도 있다. 전통가옥은 대부분 흰색의 와구토로 처마 끝을 마감한다. 그리고 전통가옥은 대부분 서까래 열과 수키와 열이 같아 살림집의 흰색 와구토와 서까래 마구리의 수많은 점들의 선이 건축주와 전통장인의 미의식을 잘 드러낸다.
전통건축물의 지붕 꾸밈은 목수와 와공이 만나면서 시작되고, 또한 상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목수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와공이고, 목수 능력을 알고 싶으면 와공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따라서 지붕과 처마의 곡선은 그들의 조형 의식이 결합하여 완성된다. 즉 목수가 잡은 건물의 맥과 와공이 잡은 건물의 맥이 일치하여 같은 높이의 박동 수로 뛸 때 전통건축물의 처마선과 지붕 꾸밈, 건물의 외관이 완성된다.
전통건축물의 처마 선, 용마루 선을 잡기 위해 대목장과 와공은 건물을 멀리서 가까이서 보면서 주변 건물과의 조화, 주변 산과 지형과의 조화, 건물 주인의 인품 및 성향을 헤아린 후 결정한다. 그리고 장인은 계획에 따라 부재를 정교하게 치목하고 치밀하게 시공한다. 따라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전통건축물 처마곡선의 대한 이해를 통해 선조들의 조영원리와 미의식을 배우고, 처마곡선의 맥을 통해 선조의 숨결을 느낄 때,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는 선조들이 남긴 다양한 유산을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다.
■ 약력 ■ -전통건축 목수 및 기술자 수업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박사(2006) -현 경상북도 및 대구시 문화재전문위원 -현 안동대학교 건축공학과 조교수 -건축 역사 및 이론, 건축문화유산 보수 및 유지관리 연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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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건축에 담긴 조영원리: ⑥ 전통건축물 지붕 꾸밈에 대한 이해
정연상
안동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선조들이 남긴 다양한 건축문화유산들은 오랜 시간을 통해 축조된 것으로 시간의 결과물이다. 시간은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데, 특히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고, 더 나아가 역사를 만든다. 집을 조영하는 것도 개인의 추억, 집안의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집짓기와 집수리는 여건에 따라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적게 걸리는데, 집을 짓는 동안 집주인과 장인들은 크고 작은 건축의례를 행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건축의례로 모탕고사, 정초식, 입주식, 상량식을 행한다. 그리고 집주인과 장인들은 상량식 이후 집을 꾸미기 위한 일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건물은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낸다.
장인들은 상량식을 치른 이후, 서까래를 걸고, 기와를 올리고, 마루를 놓고, 벽을 꾸미고, 구들을 놓고, 창문을 다는 등의 일을 한다. 서까래는 지붕의 형태에 따라 유형 및 수량 차이가 있고, 목수가 해야 할 일의 양도 다르다. 그리고 전통건축물은 서까래를 거는 방식에 따라 외관이 다르다. 특히 전통건축은 처마와 추녀부분의 서까래를 걸면서 그 자태를 드러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처마와 추녀부분의 서까래 점이 만들어내는 처마 곡선을 보고 한국의 아름다운 선 중 하나라고 한다.
처마곡선은 사다리꼴 모양의 긴 부재인 평고대를 이용하여 만들며, 서까래는 평고대 선을 따라 건다. 전통건축물의 처마곡선은 선에 대한 건축주와 장인의 선호도에 따라 다르다. 홑처마 건물은 평고대와 서까래가 만들어낸 처마선이 하나지만, 겹처마 건물은 평고대와 서까래가 만들어낸 처마선과 부연과 평고대가 만들어낸 처마선이 이중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이 평고대를 걸고 서까래와 부연을 걸어 처마곡선을 결정하는 일을 전통건축가들은 ‘건물의 맥을 잡는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추녀를 걸은 전통건축물의 처마곡선은 X축과 Y축의 이차원 곡선이 아니라 X축과 Y축, Z축의 삼차원 포물선의 곡선이다. 3차원의 처마곡선을 긋고 있는 평고대는 중앙에서 추녀 쪽으로 가면서 휘어 오르면서 추녀 머리끝 쪽으로 돌출한다. 따라서 평고대와 서까래의 처마곡선은 전통목조건축에 참여한 장인들의 미의식이 표현된 중요한 부분이며, 또한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정교한 가공 및 시공방법들이 숨어 있다.
새로 짓는 집의 경우, 목수는 자기가 좋아하는 선을 자기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기존 건축문화유산을 수리 할 때 오늘날 목수들은 과거 선배들이 잡은 맥 위에 손을 올려놓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자신의 방식으로 맥을 집어보고 선배들의 미의식을 우선 음미한다. 이후 장인들은 선배들의 정교한 치목 및 조립 시공방법에 따라 수리를 한다. 따라서 건축문화유산을 수리하는 장인은 과거 선배들이 잡은 맥과 그들의 조영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리 전 건물 모습을 재현 할 수 없다.
목수들은 서까래의 수많은 점 위에 평고대를 건 후, 기와를 놓는 와공을 만나 술 한 잔을 하면서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목수들은 건물의 특성과 조영원리, 그간 공사 일정과 앞으로의 공사일정 등을 설명한다. 과거 와공들은 수제품의 기와를 사용했지만, 오늘날 와공은 공장의 기성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신 한옥 또는 개량형 가옥은 처마 끝에 흰색의 와구토를 사용하지 않고 유지관리를 위해 막새기와를 사용한다. 막새기와를 사용하면 서까래와 평고대가 만들어내는 처마곡선은 약해지지만 흰색 와구토를 사용하여 처마 끝을 마감하면 처마선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과거 전통건축물 중 막새기와를 사용한 건물은 궁궐이나 사찰, 서원 등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사찰의 주 불전 중, 수막새 등에 와정을 박고 흰색의 연봉을 씌워 처마 끝을 마감하여 의연한 처마곡선을 강조한 예도 있다. 전통가옥은 대부분 흰색의 와구토로 처마 끝을 마감한다. 그리고 전통가옥은 대부분 서까래 열과 수키와 열이 같아 살림집의 흰색 와구토와 서까래 마구리의 수많은 점들의 선이 건축주와 전통장인의 미의식을 잘 드러낸다.
전통건축물의 지붕 꾸밈은 목수와 와공이 만나면서 시작되고, 또한 상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목수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와공이고, 목수 능력을 알고 싶으면 와공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따라서 지붕과 처마의 곡선은 그들의 조형 의식이 결합하여 완성된다. 즉 목수가 잡은 건물의 맥과 와공이 잡은 건물의 맥이 일치하여 같은 높이의 박동 수로 뛸 때 전통건축물의 처마선과 지붕 꾸밈, 건물의 외관이 완성된다.
전통건축물의 처마 선, 용마루 선을 잡기 위해 대목장과 와공은 건물을 멀리서 가까이서 보면서 주변 건물과의 조화, 주변 산과 지형과의 조화, 건물 주인의 인품 및 성향을 헤아린 후 결정한다. 그리고 장인은 계획에 따라 부재를 정교하게 치목하고 치밀하게 시공한다. 따라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전통건축물 처마곡선의 대한 이해를 통해 선조들의 조영원리와 미의식을 배우고, 처마곡선의 맥을 통해 선조의 숨결을 느낄 때,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는 선조들이 남긴 다양한 유산을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