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조영 도구와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은 지형과 주변 경관을 원하는 데로 손쉽게 조성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과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과거에 조성된 건축물은 대부분 자연 지리적 환경과 지형을 이용하여 가로 및 주거지를 조성했다. 마을길과 가옥 터, 배치 및 향, 외부공간 등은 지형상황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전통건축물의 조영은 지형을 인위적으로 바꾸기보다 자연 상태의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때문에 건축물의 터는 초기 지형과 주변 자연경관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건축물들이 자리한 땅, 마을 및 가옥을 감싸고 있는 외부공간 요소를 살펴보는 것은 건축물의 자연경관을 이해하고, 조영에 참여한 사람들의 가치관을 읽는 첫걸음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건축물 주변을 가꾸어 주변 환경을 윤택하게 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와 같은 일련의 일들을 조경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마당을 꾸미고, 정원이나 공원을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건축 공간에 자연의 한 요소를 재현하는 것, 건물 앞 또는 뒤에,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연적인 것을 표현을 하는 것, 이 모든 것은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자 한 인간의 노력이다. 이와 같이 정원이나 공원 등을 꾸미는 것을 좁은 의미로 조경이라 한다면, 시야를 넓혀 주변 환경과 경관 디자인 및 시공까지를 광의의 조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건축물을 감싸고 있는 외부공간 요소는 벽체를 꾸미고 창과 문을 달아 내부공간을 만든 후 꾸민다. 대표적인 외부공간 요소는 마당인데, 마당은 건축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외부공간이다. 마당 너머, 담장 너머에는 밭과 산과 강, 하늘, 구름 등 외부공간들이 있다. 건물 주변을 감싸고 있는 크고 작은 마당은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문화가 내재되어 있다. 마당은 수많은 사람이 오간 공간으로, 다양한 계층의 갈등과 화합, 희로애락이 있었던 곳이며, 또한 그들의 일상과 의식이 살아 있는 주거생활 문화공간이다.
우리나라 전통가옥을 감싸고 있는 외부공간 요소 마당은 건축물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규모가 다르고 부르는 명칭도 다르다. 마당은 건축물과 담장 등으로 둘러싸이거나 텃밭, 들, 강, 또는 산자락과 이어진다. 가옥에 딸린 마당은 채에 따라 안마당, 바깥마당, 사랑마당, 뒷마당, 행랑마당, 사당마당, 별당마당 등이 있다. 마당은 돌 또는 흙바닥으로 마감하여 비워두거나 일부분에 화단을 조성하고 나무를 심기도 한다. 그리고 살림집의 마당은 흙바닥으로 마감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람이 움직임을 따라 돌을 깔아 돌길을 만들거나 전돌을 깔아 길을 꾸미기도 한다. 이와 같은 마당 위의 돌길은 방향성을 제공하면서 시각적 흥미를 제공한다.
전통건축의 마당은 주로 마사토 종류의 하얀 백토를 깔아 마감하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백토를 깐 마당은 태양의 빛을 받아 실내로 반사시켜 내부공간을 밝게 한다. 즉 우리나라 전통건축물은 직접 조명보다 간접 조명을 이용하여 실내를 밝힌다. 때문에 실내에 앉아 있는 사람은 부드러운 순광의 빛을 받는다. 따라서 전통가옥은 마당에 식재를 과다하게 심지 않고 담장너머에 있는 나무와 나무숲, 산 등 자연경관을 품는다. 이는 외부에 좋은 자연환경이 있기에 과한 꾸밈을 피한 것이다. 나무를 심을 경우 마당 끝에 일부 몇 그루를 심는다. 즉 이런 모습은 절제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살림집의 안마당은 안채와 사랑채로 둘러싸인 협소한 공간으로 커다란 수목 조성을 피했다. 이는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을 가리고 자연 풍의 바람 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요즘 일부 사람들은 기존 전통가옥의 마당과 신한옥 마당에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어 외부공간을 꾸민다. 이런 경우 가옥은 녹지공간을 가질 수 있지만 마당이 반사하는 간접 조명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실내가 어두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내에 전구를 밝힌다. 《산림경제 권1》복거에 따르면 안마당에 나무를 심으면 산재(散財)수가 생긴다고 했다. 따라서 안마당은 깨끗하게 정리해 놓는 것이 일반적인 전통 마당 가꾸기 수법이었다. 사랑채는 남성들이 기거하면서 외부 손님을 접빈하는 공간으로 이에 딸린 사랑마당은 다른 마당보다 다양하게 꾸미거나 정원을 꾸며왔다. 이외에 행랑마당이나 바깥마당은 다른 마당에 비해 규모가 작아 대부분 조경을 하지 않는다. 다만 중문 앞에 괴목을 심으면 부귀가 깃든다 하여 중문가에 회나무와 느티나무를 심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과거 궁궐의 마당에는 조정의 백관들이, 종묘의 마당에는 조선왕조의 왕족들이, 사찰의 마당에는 승려와 신도들이, 서원의 마당에는 유생들이, 살림집의 마당에는 문중과 이웃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의례와 행위 등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곳을 찾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어 있는 마당을 보고 여백의 미학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당은 여백으로 비워둔 공간은 아니다 그들의 삶의 문화가 살아 있는 장소다.
마당은 곡식을 타작하는 장소로, 회갑연을 하는 장소로, 젊은 신랑신부가 결혼을 하는 장소로, 여름날 모닥불을 피워 모를 쫒으며 수박을 먹던 장소로, 평상 위에 손자를 눕혀 놓고 하늘의 별을 따주시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장소로, 저녁을 먹고 사색하면서 거닐던 장소로, 우리가 모르는 장소 등으로 다양한 내용을 품고 있다. 손님으로, 관광객으로 스치듯이 보면 늘 비어있지만 주인 입장으로 보면 많은 이야기와 행위가 있었던 곳이다. 이제 우리는 입장을 바꿔 주인입장에서 문화유산을 보면 그간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인의 눈으로 보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전통문화의 고전과 원형을 지켜온 집 주인의 고단한 삶을 이해 할 수 있으며, 그 가치의 소중함을 이해할 수 있다.

정연상
안동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 약력 ■
-전통건축 목수 및 기술자 수업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박사(2006)
-현 경상북도 및 대구시 문화재전문위원
-현 안동대학교 건축공학과 조교수
-건축 역사 및 이론, 건축문화유산 보수 및 유지관리 연구 중 |
건축 조영 도구와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은 지형과 주변 경관을 원하는 데로 손쉽게 조성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과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과거에 조성된 건축물은 대부분 자연 지리적 환경과 지형을 이용하여 가로 및 주거지를 조성했다. 마을길과 가옥 터, 배치 및 향, 외부공간 등은 지형상황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전통건축물의 조영은 지형을 인위적으로 바꾸기보다 자연 상태의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때문에 건축물의 터는 초기 지형과 주변 자연경관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건축물들이 자리한 땅, 마을 및 가옥을 감싸고 있는 외부공간 요소를 살펴보는 것은 건축물의 자연경관을 이해하고, 조영에 참여한 사람들의 가치관을 읽는 첫걸음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건축물 주변을 가꾸어 주변 환경을 윤택하게 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와 같은 일련의 일들을 조경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마당을 꾸미고, 정원이나 공원을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건축 공간에 자연의 한 요소를 재현하는 것, 건물 앞 또는 뒤에,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연적인 것을 표현을 하는 것, 이 모든 것은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자 한 인간의 노력이다. 이와 같이 정원이나 공원 등을 꾸미는 것을 좁은 의미로 조경이라 한다면, 시야를 넓혀 주변 환경과 경관 디자인 및 시공까지를 광의의 조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건축물을 감싸고 있는 외부공간 요소는 벽체를 꾸미고 창과 문을 달아 내부공간을 만든 후 꾸민다. 대표적인 외부공간 요소는 마당인데, 마당은 건축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외부공간이다. 마당 너머, 담장 너머에는 밭과 산과 강, 하늘, 구름 등 외부공간들이 있다. 건물 주변을 감싸고 있는 크고 작은 마당은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문화가 내재되어 있다. 마당은 수많은 사람이 오간 공간으로, 다양한 계층의 갈등과 화합, 희로애락이 있었던 곳이며, 또한 그들의 일상과 의식이 살아 있는 주거생활 문화공간이다.
우리나라 전통가옥을 감싸고 있는 외부공간 요소 마당은 건축물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규모가 다르고 부르는 명칭도 다르다. 마당은 건축물과 담장 등으로 둘러싸이거나 텃밭, 들, 강, 또는 산자락과 이어진다. 가옥에 딸린 마당은 채에 따라 안마당, 바깥마당, 사랑마당, 뒷마당, 행랑마당, 사당마당, 별당마당 등이 있다. 마당은 돌 또는 흙바닥으로 마감하여 비워두거나 일부분에 화단을 조성하고 나무를 심기도 한다. 그리고 살림집의 마당은 흙바닥으로 마감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람이 움직임을 따라 돌을 깔아 돌길을 만들거나 전돌을 깔아 길을 꾸미기도 한다. 이와 같은 마당 위의 돌길은 방향성을 제공하면서 시각적 흥미를 제공한다.
전통건축의 마당은 주로 마사토 종류의 하얀 백토를 깔아 마감하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백토를 깐 마당은 태양의 빛을 받아 실내로 반사시켜 내부공간을 밝게 한다. 즉 우리나라 전통건축물은 직접 조명보다 간접 조명을 이용하여 실내를 밝힌다. 때문에 실내에 앉아 있는 사람은 부드러운 순광의 빛을 받는다. 따라서 전통가옥은 마당에 식재를 과다하게 심지 않고 담장너머에 있는 나무와 나무숲, 산 등 자연경관을 품는다. 이는 외부에 좋은 자연환경이 있기에 과한 꾸밈을 피한 것이다. 나무를 심을 경우 마당 끝에 일부 몇 그루를 심는다. 즉 이런 모습은 절제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살림집의 안마당은 안채와 사랑채로 둘러싸인 협소한 공간으로 커다란 수목 조성을 피했다. 이는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을 가리고 자연 풍의 바람 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요즘 일부 사람들은 기존 전통가옥의 마당과 신한옥 마당에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어 외부공간을 꾸민다. 이런 경우 가옥은 녹지공간을 가질 수 있지만 마당이 반사하는 간접 조명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실내가 어두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내에 전구를 밝힌다. 《산림경제 권1》복거에 따르면 안마당에 나무를 심으면 산재(散財)수가 생긴다고 했다. 따라서 안마당은 깨끗하게 정리해 놓는 것이 일반적인 전통 마당 가꾸기 수법이었다. 사랑채는 남성들이 기거하면서 외부 손님을 접빈하는 공간으로 이에 딸린 사랑마당은 다른 마당보다 다양하게 꾸미거나 정원을 꾸며왔다. 이외에 행랑마당이나 바깥마당은 다른 마당에 비해 규모가 작아 대부분 조경을 하지 않는다. 다만 중문 앞에 괴목을 심으면 부귀가 깃든다 하여 중문가에 회나무와 느티나무를 심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과거 궁궐의 마당에는 조정의 백관들이, 종묘의 마당에는 조선왕조의 왕족들이, 사찰의 마당에는 승려와 신도들이, 서원의 마당에는 유생들이, 살림집의 마당에는 문중과 이웃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의례와 행위 등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곳을 찾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어 있는 마당을 보고 여백의 미학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당은 여백으로 비워둔 공간은 아니다 그들의 삶의 문화가 살아 있는 장소다.
마당은 곡식을 타작하는 장소로, 회갑연을 하는 장소로, 젊은 신랑신부가 결혼을 하는 장소로, 여름날 모닥불을 피워 모를 쫒으며 수박을 먹던 장소로, 평상 위에 손자를 눕혀 놓고 하늘의 별을 따주시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장소로, 저녁을 먹고 사색하면서 거닐던 장소로, 우리가 모르는 장소 등으로 다양한 내용을 품고 있다. 손님으로, 관광객으로 스치듯이 보면 늘 비어있지만 주인 입장으로 보면 많은 이야기와 행위가 있었던 곳이다. 이제 우리는 입장을 바꿔 주인입장에서 문화유산을 보면 그간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인의 눈으로 보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전통문화의 고전과 원형을 지켜온 집 주인의 고단한 삶을 이해 할 수 있으며, 그 가치의 소중함을 이해할 수 있다.
정연상
안동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 약력 ■
-전통건축 목수 및 기술자 수업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박사(2006)
-현 경상북도 및 대구시 문화재전문위원
-현 안동대학교 건축공학과 조교수
-건축 역사 및 이론, 건축문화유산 보수 및 유지관리 연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