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전통문화살롱 > 장인정신



아프리카 말리의 생명의 강 나이저에 있는 진흙 모스크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맨손으로 진흙을 사용해 지은 고전건축물로써 매우 유명하다. 그 지역 사람들은 흙집을 짓고 땅위에 곡식을 펼쳐서 긴 막대를 내리치며 아직도 원시적 타작을 한다. 우리의 아주 오래 전 조상들의 시골 풍경과 다르지 않다.

 

 흙으로 지어 진 건물이나 집들은 예나 지금이나 부담이 없는 편안한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흙으로 만들어진 각 기의 조형물들은 아프리카 흙벽과 지붕·벽돌사이의 역사를 넘어, 현대 건축물 앞에서도 작지만 당당하고 위엄 있게 서 있다. 우리의 황토벽돌 장인은 황토 흙에 볏단을 섞어서 벽돌을 만들었고 말리의 장인은 손으로 황토를 만져서 건물을 만들었다. 이것은 우리의 장인과 말리의 장인 간 작업의 흡사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신안톤궁전 복도 양쪽에는 1800년부터 사냥을 통해 잡은 사슴뿔(순록)로 장식된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슴뿔 터널이 궁전 안에 펼쳐져 있다. 또 오스만투르크·헝가리의 지배를 받았던 치치마니라는 마을은 세계 최초 전통 민속마을로 지정됐다. 이 마을은 집집마다 아주 독특한 문양이 그려져 있고, 전통공연춤팀의 남자 단원들의 탭댄스 ‘폴라나’는 단연 예능의 압권이다. 또한 이곳의 치즈 장인들이 양 젖을 꼬박 24시간 동안 발효시켜 위에 좋은 치즈를 만드는 전통방식은 그 정신과 함께 오늘날까지 지켜오고 있다.

 

 네팔의 투망마을 타망족의 빠랑게(석청사냥꾼)는 망싱(야자나무로 만든 벌을 피할 수 있게 쓰는 나무모자)을 쓰고 쿠크리(꿀을 따는 대나무 장대)를 들고 벼랑 끝에서 목숨을 걸고 석청을 따는 장인이다. 이들은 네팔 정부의 허가를 받은 석청꿀채집가로, 7~8명이 한 조를 이뤄 현장에서 바로 대나무를 잘라 껍질을 벗겨 가늘게 만들고, 이것으로 대나무새끼줄 사다리를 만들어 고도의 기술을 발휘해 꿀을 채취한다. 그러다 혹 실수로 줄이 끊어지면 직각의 가파른 절벽 아래로 떨어져 그들의 목숨도 끊어진다. 이렇게 채취한 꿀은 왕실의 국가 귀빈에게 사용되고 짜낸 찌꺼기는 기름램프로 사용한다고 한다. 빠랑게에게 준 신의 선물은 쁘라쁘라(연기로 모기를 쫓는 나무)이다. 그리고 작업 뒤 무사귀환을 한 이들은 양을 잡아 마을 축제를 열고 양고기 달밧을 먹고 노래를 하며 온 종일 축제를 즐긴다.

 

 스위스의 유명한 시계 장인인 카제 씨는 “시계를 만들려면 전부 다 알아야 합니다.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내 시계를 찾는 한 시계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4대째 이어진 가게를 하며 128년의 아펜젤 전통을 지켜가는 가죽 장인인 뒤리히 씨는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아펜젤의 전통을 잇는다는 즐거움이 있어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우리에게 전통은 무엇이고 장인정신은 무엇일까? 고려 장인, 조선 장인은 언제나 그랬듯이 오랫동안 전통을 인생의 기쁨이 전혀 아닌 고생과 고행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스위스 장인들은 우리와 달리 삶의 즐거움과 아름다운 행복으로 생각해 오면서 지속되는 전통을 잇는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즐거워한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사실은 같지만 참으로 관점이 다르다. 따사한 봄에 우리의 관점과 제발 다르지 않기를 바란다.

구영국


국가문화재보존협회장

국립이리스트대학교 종신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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