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정중수의 문화사색] 정자문화 관점에서 바라본 서석지



 조선 시대 선비들의 정자문화란 문학과 더불어 인생의 풍유와 낭만을 벗 삼는다고 할까? 때론 중앙 정계의 정치와 국가 발전 방향을 논하기도 하고 때론 교육과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하였다. 조성과정은 크게 두 분류로 살펴볼 수 있다. 정계에서 벼슬이후 낙향을 하여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보내는 경우와 정계에 입문하지 않고 처음부터 고향주변에서 처사로써 학문 증진과 후학 교육에 힘쓰는 경우로 분류된다.


<영양 서석지>


 영양 서석지(英陽 瑞石池, 국가민속문화재 제108호, 경북 영양군 서석지1길 10)는 조선 광해군 5년(1613)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 정영방(石門 鄭榮邦) 선생이 조성한 조선 시대 민가 연못의 대표적인 정원 유적이다.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과 더불어 조선의 대표적인 3대 민가 정원으로 손꼽히고 있는 서석지는 석문 선생이 소과를 거쳐 대과 준비 중 이 시대에 정치적 환멸을 느껴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로 내려와 조성하였다. ‘서석지’란 이름은 석문 선생이 정원 조성 시 못을 파보니 상서로운 자연석 돌이 연못에 나왔다고 유래되었다고 한다. 

 

 서석지 주변은 인공 건물인 경정(敬亭)∙주일재(主一齋), 정문(正門)인 사주문 등과 생물 경관인 연못 주변의 사우단(四友壇)에는 소나무∙대나무∙매화나무∙국화를 심어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데, 4백년 생 은행나무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원 내 못 안에는 서석군단의 돌이 물 위에 나타난 것이 60여 개, 침수된 것이 30여 개 등 90여 개가 물속에 잠기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하여 전통 정원 조경미의 오묘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이 정원은 내원(內苑)과 외원(外苑)으로 구분되어 있다. 지면상 내원을 소개한다. 내원은 정관∙사고∙독서 등 사생활을 위해 인공적으로 꾸며 주위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었고, 외원은 병풍바위로 되어 수려한 천혜의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다.














<서석지의 연못내 서석군단과 정자. >


 서석지 내원에 들어서면 연못의 바위와 돌에다 이름을 부여하고 유명한 오언절구 한시를 남겼다. 그 내용의 핵심 사상은 인간이 자연을 벗 삼아 신선과 가까워지려는, 신선경(神仙景)을 상상 속에 그려내려는 사상을 느낄 수 있다.
 

  여러 개의 서석군단 중 그 핵심이 되는 돌에 부여된 오언절구로 구성된 한시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

 

 신선이 노니는 돌의 선유석(仙遊石), 바둑을 두는 돌의 기평석(碁枰石), 문드러진 도끼자루 돌의 난가암(爛柯巖), 갓끈 씻는 돌의 탁영반(濯纓盤), 꽃과 꽃술을 감상하는 돌 화예석(花蘂石), 나비가 노는 돌의 희접암(戱蝶岩), 떨어진 별 돌의 낙성석(落星石), 못 속에 웅크린 용의 돌인 와룡암(臥龍巖), 낚싯줄 드리우는 돌의 수륜석(垂綸石), 상서로운 구름 돌의 상운석(祥雲石), 학 머리를 두른 구름 돌의 봉운석(封雲石) , 광채를 뿜는 촛대 돌의 조천촉(調天燭), 물고기 모습을 한 돌의 어상석(魚牀石), 선계(仙界)로 건너는 다리 돌의 통진교(通眞橋)가 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신선이 노니는 주변을 하늘과 땅, 물 주변을 재미있게 묘사하였다.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 노는데 주변은 누군지 모르지만 갓끈을 깨끗이 씻고, 도끼자루가 문드러지는 줄 모르고 바둑을 둔다. 그 주변은 보자. 땅에는 예쁜 꽃과 꽃술 주변에 아름다운 나비가 날아다니고, 물속에는 용이 웅크리고 누워있는 주위에 물고기가 다니면서 춤을 춘다. 또 하늘은 어떤가. 떨어지는 별이 밝게 빛나고, 광채를 뽐내는 촛대 주변에 한 마리의 학이 구름처럼 날아다닌다. 서석지를 배경으로 한 한시로서의 한 폭의 그림이다.  

 

 이 아름다운 서석지에 신선이 계시면.... 어찌 함께 하고싶은 마음이 없을까. 
 그래서 그림의 옥대위의 경정에서 신선계(神仙界)로 건너는 다리인 통진교를 거쳐 신선의 세계를 묘사한 서석군단과 왕래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지 않았겠는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참 각박하다고들 한다. 시간에 쫓겨 여유가 없다면 상스러운 돌의 집합체에 신선과 어우러지는 서석지 주변 환경의 아름다운 돌들을 연상하면서 정신적인 여유를 가져보면 아마 현대인의 삶에 더욱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정중수 교수

국립안동대학교 공과대학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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