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김영관 칼럼] 알렌컬렉션 연구조사활동의 역사적 의의(4) A. 2017년 11월 30일 제2차 연구조사 경과보고까지의 여정과 에피소드들



5. 미국 알렌후손들과의 연락의 어려움 그리고 130년 만에 이루어진 대한황실과 알렌후손들과의 만남

 

 이번 프로젝트의 정점은 미국 오하이오 톨레도에 거주하는 알렌박사의 후손들을 만나는 일이며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대한제국선포 120주년을 맞이하여 고종광무태황제의 자주독립정신과 대한제국의 기독교우대정책으로 서양의 개신교 선교사들이 교육-의료-사회봉사의 기치로 왕성한 활동들을 전개했던 그 당시 독특한 상황들을 연구하는 일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호러스 알렌 선교사의 행적과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셨던 고종황제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발굴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지 미국에 거주하는 알렌 후손들의 정확한 연락처나 연락방법을 알 수 없어 많은 어려움에 봉착케 됐다.

 

 연세대학교 의료원 발전기금사무국 남진정 팀장의 도움으로 동의의학박물관 소장인 박형우 교수를 소개받았지만 받은 이메일주소로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답신이 없었고 4주 만에 연락이 됐지만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연세대 의과대학 동문회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허정 박사의 연락처를 얻게 됐다. 허정 박사는 미국거주 30년 된 재미교포로 2008년 연세대학교 의학대학 부설 동은의학박물관 설립 시 알렌후손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접촉했고 동 박물관에 알렌후손들을 초청하여 상당수의 알렌유품들을 기증토록 크게 조력했다. 그리고 후배들을 위한 지속적인 장학금모금과 기탁에 공로가 커 2013년 ‘연세의학대상 봉사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분이셨다. 


알렌기념관 방문. 연세대학교 의료원 발전기금사무국 남진정 팀장과의 기념촬영


 허정 박사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이 역시 회신이 되지 않아 몇 주의 시간이 허비되고 말았다.

 결국 문화재환수국제연대 이상근 상임대표의 오랜 지인인 김정광 뉴욕한국불교문화원 원장을 소개받게 되어 허정 박사와 연결될 수 있게 됐다. 

 

 미국 방문 시 11월 16일 오하이오 톨레도에 거주하는 알렌 박사 후손들의 집을 방문하여 매도의사를 밝힌 고종황제의 흉배와 명성황후의 은접시 하사품의 감정 및 매수절차 그리고 향후 알렌후손들이 소장하고 있는 알렌유물들의 한국반환 또는 순회임대전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토의할 수 있는 오찬간담회 일정이 확정됐다.     

   

 이로서 본 연구조사 활동의 일환인 미국현지 알렌박사의 증손녀들과 고종황제의 증손인 이 원 황사손 저하와의 만남이 130년 만에 이루어지게 되어 역사적으로도 매우 뜻 깊은 순간이 기록으로 남게 되는 계기가 마련됐고 알렌후손들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의 한국 환수의 가능성도 열려지게 됐다. 

 

 따라서 알렌 박사의 증손녀들과 고종황제의 증손이신 이 원 황사손 저하와의 만남은 길고 긴 험한 질곡의 세월이 지났어도 과거 130년 전 조상들에 의해 한번 맺어진 인연은 후손들에 의해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케 해주었다.

 

 특별히 이 만남을 위해 김정광 원장은 뉴욕에서 오하이오 톨레도로 10시간 넘게 이동하여 9월 16일 허정 박사 부부와 함께 알렌후손들과 직접 만나 황사손 저하와의 오찬간담회 일정을 조율하고 확정하는 시간적-재정적 수고와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2017년 오하이오에서 알렌후손들과 사전미팅


 이런 과정을 통해 대한황실문화원 파견단은 2017년 11월 16일 오전 10시 30분 오하이오 톨레도 인근 Wauseon 204 W Elm St에 위치한 알렌의 둘째손자부인의 동생 Ruth Zimmerman의 집에 도착하게 됐다. 

 

 도착하자마자 알렌의 12명의 5대 가족들은 황실파견단을 환대했다. 알렌가족들은 예의와 격식을 갖추어 황사손 저하에게 차례로 가족소개를 했고 약 30여 분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악수를 하며 미국식 허그를 주고받았다. 마치 오랜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조우한 것처럼 황가와 알렌가의 재회는 130년의 긴 시공간을 뛰어 넘어 정감 넘치는 분위기와 뜻 깊은 역사적인 순간들이 만들어지면서 성사될 수 있게  됐다.


 

130년 만에 이루어진 황가와 알렌가의 재회장면


 이렇게 인사를 주고받은 후 알렌가족들은 130년이 넘도록 소중히 보관한 알렌박사의 역사적인 기록물들과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로부터 하사받은 유물들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숨겨지고 가려진 역사의 장막들이 하나둘씩 벗겨지는 순간들이었다. 

 

 알렌가족들은 가장 먼저 고종황제의 상복차림 어진을 공개했다. 고종황제 증손인 황사손의 방문으로 그 의미와 뜻을 되새기기 위한 배려였다.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희귀한 고종황제의 어진이었다. 어진 속의 고종황제는 황후를 잃은 후였지만 매우 의연하고 당당하신 모습이셨고 앞으로 주도하실 대한제국 선포의 희망찬 포부와 국가개혁의 열망의지가 또렷이 목격될 수 있었다.

 

 이를 목도한 황사손께서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회로 가득 찼고 현재 세계경제10대 강국 대한민국을 있게 한 증조부 고종광무태황제의 위풍당당한 모습 속에서 새롭게 전개될 역사문화전통 보존복원 강국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적 청사진을 기대하시는 모습이셨다.


명성황후 국장 후 찍은 고종황제의 어진

Ruth Zimmerman 집 앞에서의 기념촬영


 이렇게 집안에 오랫동안 간직했던 유물들을 보여주고 이에 담겨진 역사이야기들을 들려준 후 알렌가족들과 황실파견단은 인근 식당으로 가 오찬간담회를 진행했다. 

 

 오하이오주 시골식당의 인심 넉넉한 큰 접시와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양의 음식으로 오찬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고 아쉬움을 뒤로한 체 곧 재회할 것을 약속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황사손께서는 알렌가족들이 소장한 나머지 알렌컬렉션들과 역사적인 사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알렌박사의 편지들이나 기록 자료들을 대한황실이 기증을 받아 먼 한국 땅으로 가져오는 것 보다는 최근 개관준비가 한창인 워싱턴 주재 대한제국 공사관에 ‘알렌컬렉션 역사관’을 설치하여 한국과 미국의 외교관계 홍보 그리고 미국현지 교포자녀들을 위한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셨다.


오찬간담회

김영관 박사

캐나다 McGill대학교 비교종교철학박사(PhD)

대한황실문화원 문화재환수위 연구위원/ 

해외왕실교류위 수석위원

사단법인 한국효문화원 원장

베뢰아국제대학원대학교 비교종교철학 교수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 방문연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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