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벽동이야기> 탱자나무 묘목을 심으며



탱자나무 묘목을 심으며

 

해방 후 전란을 겪으며 허물어져 가는 집의 일부와

서울로 떠나버린 친지들의 집은 하나 둘 헐려 버렸다.

아군의 폭격으로 선교장 본채의 건물과 담장이 파괴된 후

무너진 돌담대신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

 

탱자나무는 봄에 작고 하얀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동글고 노란 열매가 열린다.

굵은 가지는 가시를 제거하고 도끼자루나 낫자루 등에 쓰고

열매는 접시에 담아 방안 곳곳에 올려놓고 향을 즐긴다.

 

탱자나무 열매는 동무들끼리 패를 나눠 던지며 싸움을 해도

머리를 다치거나 상처 입는 일도 없어 놀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단지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 좁은 개구멍으로 질러 다니다가

머리와 어깨, 팔이 가시에 찔려 아플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리운 옛 이야기다.

 

세월이 지나 선교장의 복구공사로 탱자나무 울타리는 사라졌지만

남아있던 오래된 탱자나무에서 떨어진 열매가 싹을 틔워

수십 개 묘목이 한 뭉치를 이루며 이곳저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산 밑에 밭을 일구어 묘목을 하나하나 옮겨 심으며

초가집과 일부 기와집에 탱자나무 울타리를 만들어서

꽃도 보며 향도 즐기고 열매를 따서 아무데나 던져보기도 하고

이러려면 앞으로 이십년은 더 살아야 되겠다고 욕심을 부려본다.

 

-碧童

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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