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중 정원가 예찬 28] 《사고전서》에 수록된 중국 최고의 원림서, 《장물지》를 편찬한 문진향 편



사회현상을 보여주는 문화의 색채가 농후할수록 그 문화현상을 정리한 저작들이 속속 세상에 등장하게 마련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해당시대 문화와 관련된 자료가 많을수록 그 문화는 융성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세계적으로도 원림을 주제로 한 풍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원림은 조영자의 이념과 경관연출기법에 따라 조영된 휴식, 관상 및 예술의 대상으로서, 중국 문화예술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발전해왔다.

 대표적으로 《고공기 考工記》 《격고요론 格古要論》 《천공개물 天工開物》 《낙양 목단기 洛陽牡丹記》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대원림 관련 문헌들은 기행문과 시문 형태를  통해 원림의 현상을 기록하고 창작의 대상으로 삼아 왔으며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오늘날 책으로 온전히 남아있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원림에 대해 조예가 깊을수록 원림의 특징을 보다 명확히 기술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 글재주의 기본기가 있어야만 한다. 결국 원림에 관한 수준과 글재주가 있어야 원림서를 쓸 만 한 소양이 갖춰지는 것이다.

 

 고대 원림에 관한 문헌들을 자세히 보면 화목의 식재, 관상에서부터 원림과 관련한 개인적 감회, 원림에 내재된 사상 등에 이르기까지 원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원림조성과 기법에 충실한 전문서도 꽤 많다. 

 중국 명대의 《원야 園冶》 《장물지 長物誌》 그리고 청대의 《한정우기閒情偶寄》는 중국의 대표적인 원림 전문서다. 이 세 저서는 원림을 건축물과 차별된 하나의 독립된 요소로 구분지어 공간 내에서 다양한 경관을 끌어내 원림을 주체적 경관으로 부각시킨 원림설계 및 시공을 위한 전문서적이다. 특히 계성이 관직에 있을 당시, 전문적 원림가로서 활동했던 점을 고려하면 그의 저서《원야》는 다양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서적이라 할 만하다. 

 또 청나라 이어의 《한정우기》는 청조의 원림 조영 방식을 볼 수 있는 원림관련 문헌으로 그 가치가 뛰어나다. 그러나 명대 원야《원야》동시대의 원림저술인 문진향의 《장물지》에 대한 한국에서의 평가는 다소 축소되어 서운한 면이 없지 않다.

 《장물지》는 《원야》와는 차별적인 원림관련 저작물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장물지》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거시적이고도 미시적인 면을 모두 갖춘 백과사전적 특징을 갖는다. 원림과 관련해 매우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때로는 세부적인 원림요소의 조성방법을 거론하는 책의 구성은 가히 원림조영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 하다. 

 이번 호에는 계성과 동시대에 원림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상이한 원림 조영 방식을 보이고 있는 문진향을 집중적으로 예찬하고자 한다. 


<문진향 자화상>


 문진향(文震亨, 1585~1645, 启美)은 장주(長州: 현재 강소성 소주) 사람으로 明四家(명대 4곳의 명문집안: 沈同, 唐寅, 仇英齐,文震亨)에 속한 강남 소주지역의 명문 세가 자손이다. 그의 증조부는 명대 왕헌신이 졸정원(拙政園)을 조영할 때 설계에 참여한 인물로서 명대 명원들을 화폭에 담아 현대까지 명대 원림의 모습을 전한 문학가 문징명(文徵明)이다. 특히 그가 그린 졸정원 31경의 화첩은 졸정원의 각 공간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당시대의 복원연구에 활용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가문의 영향으로 인해 문진향은 일찍부터 시문과 서화에 능통하였고 고대 문인들의 생활장소이며 예술공간인 원림의 조영에 자연적으로 심취하게 되었다. 그는 국자감을 졸업(1621년)한 후, 1637년 북경으로 상경하여 조정 일에 참여했다. 문진향은 강남일대의 문화와 북방의 문화의 경험을 토대로 총 12권으로 구성된 《장물지》를 저술하게 된다. 

《장물지》는 조영자의 학문적 이념이 반영되어 철학적이고 생태적인 자연미를 구현하고자 하였으며, 북방과 남방 원림 조영방식의 결합과 설계자의 관점에서 탈피한 실제 이용자의 관점에서 본 원림조영 방식을 주창하고 있어 계성의 원야와는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물지》의 ‘장물(長物)’은 신외다여지물(身外多餘之物)에서 기인 한 것으로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나, 기본적으로는 생활의 필수품이 아닌 기타 그 외의 것들을 일컫는 의미이며 동시에 책에 쓰여진 다양한 내용을 함축적으로 뜻하고 있다. 《장물지》는 1621년에 완성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 집과 방 화목 수석, 궤 걸상, 기구, 옷과 장신구, 배와 교통수단, 각종 요소의 배치, 과채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원림의 설계 원칙과 배치규범과 그에 맞는 요소의 사용법을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오늘날 원림을 조성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하면 원림을 만들고 그에 필요한 인테리어 소품까지 책에서 시키는대로 고르면 되는 아주 간편한 원림 조영 매뉴얼인 셈이다. 이는 문진향이 당시 권문세가로서 대대로 축적되어온 정신·문화·경제적 풍요에서 기인한 것으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다여지물(多餘之物)을 가능하게 한 배경이 되었다. 


<國家圖書館 장물지>


 또 《장물지》는 약 48종의 화목의 생장특성, 식재 시기와 배치방법 등과 식물경관 배치 원칙을  서술하고 있으며 취병과 분재 등에 관하여 설명되어 있어 명대 말기 사가원림에서 사용되었던 주요 화목을 가늠할 수 있다(장물지 제 2권 화목편:弄花一歲,看花十日,…. 第繁花雜木,宜以畝計,乃若庭除檻畔,必以虯枝古乾,異種竒名,枝葉扶疏,位置疏密,或水邊石際,橫偃斜披,或一望成林,或孤枝獨秀,草木不可繁雜,隨處植之,取其四時不斷,…). 

 《장물지》의 수석편에는 산수경관을 조성하기 위해 수석과 수목을 재료로 활용했는데 먼저 수려한 산수 경관을 조영하기 수변에 먼저 충분한 식생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동물을 끌어들여 자연스러운 경관이 연출 되도록 생태계 순환을 고려하여 천인합일의 의미를 이룬 원림을 조영하였다(卷三《水石廣池》). 금어(禽漁)에서는 원림에서의 동물과 어류의 양생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장물지》에 근거하면 문진향은 원림의 조영에 있어 자연 척도를 기준으로 각 공간의 건축물을 조성하였고 천인합일의 기본 원칙에 따라 자연과 생물을 이해하고 연구하여 마치 조물주와 같이 원림안의 인간 또한 원림 조영 요소의 일부로 고려한 듯 하다. 

 문진향은 명나라 말기 원림 조영의 종합적이고 체계를 이룬 조원가이다. 그의 위대한 업적이 인정되어 《장물지》는 청대에 제작된 사고전서(四庫全書)에 수록되게 된다.  문진향은 《장물지》 외에도 《金門集》 《一葉集》 《載蟄》 《清瑤外傳》 《武夷外語》 《文生小草》 《新集》 《琴譜》 등 다수의 작품을 남긴 문학가로서도 인정받았다.  

 

 문진향은 안타깝게도 명의 멸망과 청나라의 남경과 소주의 함락(1644년)을 통탄하고 강물에 투신하였으나 목숨을 끊지 못했다. 그 후 절식하며 피를 토하고 끝내 사망하는 비운을 겪었지만 그의 명작 《장물지》는 오늘날에도 중국원림의 귀중한 고증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신현실

중국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문화재수리기술자(조경)

(사)한국전통조경학회 편집위원

(사)한국전통조경학회 집행이사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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