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문화재에 대한 단상
오석민
충남역사박물관장
현존하는 문화유산은 현재의 우리 생활을 구성하는 한 요소이다. 비록 과거에 만들어졌고 그 시대에 이용되었다고는 하나, 이미 과거라는 맥락에서는 이탈된 상태이다. 오히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삶의 요소로 부단하게 다가오곤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옛 문화유산이 존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산악지역에 허물어진 채로 방치된 경우도 있고, 건설공사를 하기 위하여 사전 문화재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굴되는 경우도 있다. 종중 또는 종손이 대대로 보관하여 온 유물도 있고, 발굴 문화재처럼 당연하게 국가로 귀속되는 문화유산도 있다. 부동산인 경우도 있고, 동산문화유산도 있으며, 때로는 기예(技藝)처럼 무형의 정신유산도 있다. 원형보존이라는 원칙에 충실한다고 하여도, 그 대응방식이 달라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고택문화재는 지금도 종손들이 거주하는 생활의 터전이자 개인이 거주하는 사유재산에 해당되는 문화유산이다. 물론 건물 자체가 이미 매각되어, 고택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면면이 이어져 왔던 전통은 소멸되고, 건조물 자체만 남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국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고택을 보존하기 위한 일상적인 관리는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때로는 가족을 도시에 남겨두고, 종손 혼자 고택을 지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한 종가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건물만이 아니라 소중한 무형의 전통을 보존하여야 한다’는 당위론이 무색하기만 하다.
고택의 미래는 더 어두운 편이다. 특히 최근에 고택이 일종의 투자대상으로 인식되면서, 그 경제적 가치는 급증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는 고택의 상속과 관련된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타성에게로 매각, 자녀 사이에 분할상속, 사업실패 등으로 인한 경매사건 등은 이제 낯선 소식이 아니다. 최근 전통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좋아할 수 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손 한 사람으로는 유지관리가 버거운 상황에서, 역으로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흔히 고택문화재는 개인의 사유재산이기에 앞서서 우리 민족의 유산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막상 그에 대한 정책은 소극적이기만 하다. 고택에 대한 사적 소유권, 그리고 후손에게 물려 줄 때의 상속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그 원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여 손을 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최근 고택문화재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금도 고택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거니와, 장차 후손들이 온전히 관리해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결단인 것이다.
그러나 막상 고택을 기증하는 일에 대한 관계 당국의 관심은 미온적이다. 설령 기증을 받는다고 하여도 고택의 관리 운영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거니와, 현재로서는 고택을 활용할 만한 방안도 뚜렷하지가 않다. 최근 간간이 고택 스테이 또는 고택 음악회 등의 프로그램이 널리 회자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택별로 추진 중인 프로그램의 성공이 모든 고택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문제는 실무진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다행히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고택을 명품화하기 위한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보다 큰 틀에서 마스터플랜을 그려나가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고택문화재에 대한 단상
오석민
충남역사박물관장
현존하는 문화유산은 현재의 우리 생활을 구성하는 한 요소이다. 비록 과거에 만들어졌고 그 시대에 이용되었다고는 하나, 이미 과거라는 맥락에서는 이탈된 상태이다. 오히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삶의 요소로 부단하게 다가오곤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옛 문화유산이 존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산악지역에 허물어진 채로 방치된 경우도 있고, 건설공사를 하기 위하여 사전 문화재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굴되는 경우도 있다. 종중 또는 종손이 대대로 보관하여 온 유물도 있고, 발굴 문화재처럼 당연하게 국가로 귀속되는 문화유산도 있다. 부동산인 경우도 있고, 동산문화유산도 있으며, 때로는 기예(技藝)처럼 무형의 정신유산도 있다. 원형보존이라는 원칙에 충실한다고 하여도, 그 대응방식이 달라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고택문화재는 지금도 종손들이 거주하는 생활의 터전이자 개인이 거주하는 사유재산에 해당되는 문화유산이다. 물론 건물 자체가 이미 매각되어, 고택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면면이 이어져 왔던 전통은 소멸되고, 건조물 자체만 남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국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고택을 보존하기 위한 일상적인 관리는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때로는 가족을 도시에 남겨두고, 종손 혼자 고택을 지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한 종가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건물만이 아니라 소중한 무형의 전통을 보존하여야 한다’는 당위론이 무색하기만 하다.
고택의 미래는 더 어두운 편이다. 특히 최근에 고택이 일종의 투자대상으로 인식되면서, 그 경제적 가치는 급증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는 고택의 상속과 관련된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타성에게로 매각, 자녀 사이에 분할상속, 사업실패 등으로 인한 경매사건 등은 이제 낯선 소식이 아니다. 최근 전통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좋아할 수 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손 한 사람으로는 유지관리가 버거운 상황에서, 역으로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흔히 고택문화재는 개인의 사유재산이기에 앞서서 우리 민족의 유산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막상 그에 대한 정책은 소극적이기만 하다. 고택에 대한 사적 소유권, 그리고 후손에게 물려 줄 때의 상속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그 원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여 손을 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최근 고택문화재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금도 고택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거니와, 장차 후손들이 온전히 관리해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결단인 것이다.
그러나 막상 고택을 기증하는 일에 대한 관계 당국의 관심은 미온적이다. 설령 기증을 받는다고 하여도 고택의 관리 운영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거니와, 현재로서는 고택을 활용할 만한 방안도 뚜렷하지가 않다. 최근 간간이 고택 스테이 또는 고택 음악회 등의 프로그램이 널리 회자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택별로 추진 중인 프로그램의 성공이 모든 고택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문제는 실무진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다행히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고택을 명품화하기 위한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보다 큰 틀에서 마스터플랜을 그려나가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