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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장독대
오늘은 유난히 새하얀 눈으로 옷을 갈아입은 앞마당의 장독대에 잠시 눈길을 멈춥니다. 3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선교장을 지켜온 안방마님들이 매일같이 열고 닫으며 정성스럽게 닦았던 장독대에는 선교장에 맏며느리로 시집오셔서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하시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안채 앞마당에 늘 가지런한 모습으로 반짝거리는 장독대가 며느리에게는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안방에서 항상 시어머니께서 보고 계시다는 부담감 때문이겠지요.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께서 며칠 서울 본가에 가시게 되었습니다. 며느리는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배짱으로 하인들을 시켜 장독을 몽땅 안채 뒤로 옮겨놓아 버렸습니다. 며칠 후 서울에서 돌아오신 시어머니께서는 곧바로 청지기를 부르시더니 빈 독만 다시 앞마당으로 옮기라고 하셨습니다. 일은 저질렀지만, 시어머니 호통이 무서웠던 며느리는 안절부절 눈치만 봤습니다. 한 달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시어머니께서는 며느리를 조용히 부르셨습니다. 그때야 마음이 풀리신 시어머니께서는 나도 옛날에는 네 맘과 같았다고 하시며 앞으로는 빈 독은 자주 닦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살아계시는 동안만이라도 이 빈 독을 보고 있어야 마음이 덜 허전하지 않겠냐고 하셨다고 합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그런 일이 있었던 후 선교장에는 안채 앞마당에도 뒤뜰에도 장독대가 놓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독대는 지금은 선교장 보수공사와 관람객의 실수로 인한 파손 우려 때문에 잠시 외별당으로 옮겨져 있습니다.
이것이 선교장 300년을 지켜온 안주인들의 근본이며 깊은 사랑의 역사입니다.
< 글쓴이 碧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