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선교장 이야기> 황혼




<선교장>

 

    황혼(黃昏)

 

     황혼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바쁘고 힘든 하루 나른함에

     초저녁만 되어도 스르르 눈이 감기고

     한동안 눈을 붙이다 깨어나면

     방에 전등과 텔레비전도 켜 놓은 채입니다.

 

     아침이다 싶은데 시계를 보면

     자정이 갓 지난 한밤중입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옷을 추려 입은 뒤

     방문을 나서 선교장 이곳저곳을 돌아봅니다.

 

     아무도 없는 고요와 적막

     저는 그때야 선교장의 진정한 향기를 느낍니다.

     눈에도 보입니다.

     그 누군가 부르고, 찾는 소리도 듣습니다.

 

     달빛에 비친 흰 눈이 발길을 밝히고

     맑은 고드름은 수정 같습니다.

     고요한 숲 속 둥지에 잠자는 새들의

     가냘픈 숨소리도 들려옵니다.

 

     초가의 아늑함이 옛 친구 살던 모습 그립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외양간 구유 속의

     구수한 여물 냄새도 풍겨 옵니다.

 

     육중한 소나무 숲 밑 가지런히 펼쳐진 기와지붕과

     머리를 맞대고 들어앉은 건물과 그림자에

     마음이 눌려지기도 합니다.

 

     앞녘 들판 멀리 휘황찬란한 네온과

     고층 아파트의 불빛을 보노라면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의 비애도 느껴집니다.

 

     대관령 넘어가는 자동차 불빛 따라

     서울에서 지내는 그리운 사람들도 떠오릅니다.

 

     이때서야 선교장에 나 홀로 서 있구나!

     스며드는 외로움에 몸을 추스르며

     다시 방으로 돌아옵니다.

 

     어물어물 신문도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뒤적거리다

     또다시 잠이 듭니다.

     일어나 보면

     아직도 밤입니다.

 

     <글쓴이 碧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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