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문화유산이라는 보석



문화유산이라는 보석


<이은옥>

 

 


 

 

이은옥

(사)고택협 동부지회 직원

 

 

고향 집 5분 거리에 큰 기와집이 있었다. 넓은 마당에 자리 잡은 웅장한 집의 모습은 어린 우리 사이에서는 늘 화젯거리였다. ‘그곳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에서부터 ‘정말 엄청난 부자가 그곳에 살고 있을 것이다.’라거나 ‘그 집안사람들은 늘 한복을 입고 있을 것이다.’ 혹은 ‘그곳은 아마도 식당일 것인데 그냥 옛날 집처럼 꾸며놓은 것일 뿐이다.’ 등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 집의 정체를 밝혀내진 못했었다. 부모님께 물어보면 간단히 해결될 궁금증인데, 우리는 꼭 우리 중 누군가가 그 집에 들어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나와야 이 모든 궁금증이 해결될 것만 같았다. 넓은 마당은 개방되어 있었지만, 대문은 한 번도 열려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던 탓에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커졌었다.

 

하루는 큰마음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대문을 살짝 열어보기로 하고 대문 앞까지 가서는 대문을 밀어 보는데, 인기척이 나기에 반의반도 못 열어 보고 죄지은 사람 마냥 냅다 줄행랑을 친 기억이 난다. 그 후론 그 집에 대해 까맣게 잊고 지냈었는데 고택협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문득 생각이 났다. 그 집이 고택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한옥으로 지은 일반 가정집이 아니었던가 싶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문화유산이란 앞서 말한 기와집과 같았다. 겉보기에는 아주 오래된 옛날 집같이 보이긴 하는데 대문이 닫혀 있어서 확인할 수는 없고, ‘아마 그 집은 이러이러한 집이고 이러이러한 사람이 살고 있을 것이다.’라는 추측들로 더욱 궁금증만 자아내게 하던 그런 거 말이다. 그랬기 때문에 우리 문화유산이 장롱 안 깊숙이 숨겨 둔 보석처럼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문화유산의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대문을 활짝 열고 우리 문화유산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유산은 장롱 안 저 깊숙한 곳에다 숨겨 두고 혼자서만 몰래 꺼내 보는 보석이어서는 안 된다. 장롱에서 끄집어내어 널리 알려서 그 가치를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함께 나눌 수 있어야만 진정한 문화유산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증명되는 것이다.

 

우리 문화유산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개되고 있다. 박물관에서 교육의 목적으로 공개?전시되거나, 문학작품으로 변신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교훈을 준다. 또한, 체험이라는 형식을 통해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쉴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 주거나, 지역 축제 마당의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문화유산 하나하나가 장롱 밖으로 나오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장롱 밖으로 나온 보석들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때가 묻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개됐던 문화유산들이 공개 시 의도했던 방향성을 잃고 점점 그 형태나 목적이 변질되고 있다. 박물관에는 무미건조하게 진열해 놓은 박제된 유물만이 가득하고, 우리 고전문학작품은 대중적인 즐거움만을 추구하다 보니 왜곡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고택이 돈벌이가 됨을 알아챈 사람들로 하여 고택의 훼손이 날로 심각해져 원형대로의 보존이 어려워지고, 축제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지역 축제에서는 잔치를 즐기러 온 관람객들은 배제된 채 오로지 주최 측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리기 일쑤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안타깝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이렇게 이용을 당하는구나 싶어 다시 장롱 속에 꼭꼭 감춰 두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물론 그렇지 않은 문화유산도 많지만 이렇게 이용가치로만 존재하는 문화유산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문화유산을 단순히 이용하려고만 하는 마음을 버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 문화유산을 더욱더 가치 있게 활용?보존할 수 있을지 지금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보석이 갈고 닦아서 더 빛나는 경우도 있고, 원래의 형태가 더 아름다운 경우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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