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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가 필 때면
매화가 만발하고 있습니다.
안채에서 활래정으로 가는 길은 온통 매화와 앵두나무로 가득했습니다. 활래정에서 기생들과 연회를 벌이는 모습을 안채에 계신 할머니께서 보실 수 없도록 조부님께서 심으셨습니다. 할머니 눈을 피하려는 목적 외에도 꽃도 즐기고 열매도 얻으려는 여러 가지 의도가 있으셨던 것입니다.
기생들과 연회가 벌어지면 할머니께서는 저를 부르시어, 활래정에 어떤 손님이 오셨느냐고 살며시 보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활래정을 두리번거리면 조부님께서는 이내 눈치를 채시고 슬며시 문을 닫으셨습니다. 저는 안채로 가서 할머니께, 활래정에 여자들이 있는데 얼굴도 못생기고 노래도 엉망이라며 거짓말을 합니다. 나중에 조부님께서 저를 살짝 부르시어 할머니께 무어라 그랬느냐고 물으시면, 예쁜 기생들과 재밌게 보내고 계신다고 여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이렇게 조부님과 할머니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양다리 걸치며 첩자 노릇 하는 게 재밌었지요. 그리고는 심부름값을 톡톡히 받아내곤 했습니다.
20여 년 전 강릉에 내려와 며칠 뒤 바로 굴삭기를 동원해 나무들을 모두 뽑아버렸지요. 할머니의 눈물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도 계속 나무를 심지 않고 빈자리로 남겨 두다가 10년 전 어머님께서 극구 권유하시는 바람에 다시 매화나무를 심었습니다.
손자는 역시 할머니 편인가 봅니다. 올해도 매화는 흐드러지게 피어 진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글쓴이 碧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