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 수 있는 고택으로 만들자
이동수
(사)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동부지역협의회장
고택·종택·민가 등 사람의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전통가옥과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향교·서원·서당 등의 교육용 건물, 재사·사당·누각·정자 등 선인들을 추모·기념하기 위한 건물 등 다양한 전통가옥이 현재 문화재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만큼이나 복잡한 문화재 보호법에도 ‘원형 보존’이란 막연한 기본 원칙만 있을 뿐 문화재의 애초 용도와 특성에 맞게 보존·관리하는 원칙이 없어 그동안 문화재위원회의 일방적인 횡포에 의해 문화재 관리 정책이 운영되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2009년부터 시행된 고택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한 관리인력 지원과 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결성은 고택 주인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고, 고택소유자들의 불만이나 건의 등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 기능을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행 경과를 보면, 정부의 체계적인 보존·관리 지원이 아니라 일시적 일자리 창출사업이 되어 부작용도 있었고, 매년 지원 인력이 줄어들더니 올해는 애초의 반으로 줄어들어 자부담이 많이 늘어나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한다.
이러한 실정에서 지난 4월 14일 문화재청에서 주관하여 개최한 전통가옥 보존·관리 기준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고택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우리 고택문화재 소유자들은 앞으로의 진행 과정과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우선 기본적인 문화재 보존·관리에 대한 나름의 주장을 한다면,
첫째, 효율적인 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하여 ‘문화재위원회’의 구성을 도 단위가 아니라 지자체별로 확대하고 문화재 소유자 중에서 문화재위원이 선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소유자의 주장을 무시하는 문화재위원들의 말 한마디에 따라 문화재 정책이 운영돼 온 현실에서 수많은 민원이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여, 그 지역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유자의 주장을 검토·수용할 수 있는 문화재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둘째, 문화재 보존·관리는 주거용 전통가옥부터 우선하여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원형 보존’이란 원칙에 얽매어 지금까지 고택과 종택을 사람이 살 수 없는 박제된 전시물로 만들었다. 고택은 수백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고택과 종택은 문중과 가문마다 고유한 생활양식과 삶의 철학, 선인들의 올곧은 가르침이 배어 있고, 그 후손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이 함께 배어 있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곳이다. 후손들은 생업을 따라 도시로 떠나가고 고택·종택은 비어 있거나 관리인의 농자재 창고로 전락해 잡초만 무성한 폐허로 변해 면면히 이어져 오던 고택 문화가 일시에 단절되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문화재 정책 담당자들은 누구 하나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제라도 주거용 전통가옥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되게끔 지원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사람이 사는 고택·종택은 규모에 따라 관리 인력을 지원하고, 이차적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건물이 될 수 있도록 시설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사람이 살 수 있게끔 하려면 고택의 기본 형태를 잘 보존하면서 내부 구조를 고쳐 생활이 편리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재래식 부엌은 입식 부엌으로 고치고, 거실 옆에는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마련하고, 냉난방 시설과 상·하수도 시설, 전기, 통신, 인터넷 등 편의 시설은 모두 지하에 매설하여 밖에서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현재 고택을 개방해 숙박체험 장소로 운영하는 전통가옥은 개인의 소유개념을 떠나 국민에게 경험하지 못한 문화와 의례 체험 등을 제공하는 공공건물이 되었다. 그렇다면 국민이 편리하게 출입하고 이용할 수 있게 편의 시설과 체험 시설을 갖추는 데 필요한 시설과 인력에 대한 자금 지원은 물론, 전기요금이나 상·하수도 요금 지원 등의 혜택을 주어야 한다.
셋째, 현재 일시적으로 사용되거나 관광거리로만 이용되는 향교·서원·서당 등은 현대인들이 접근하기 편리한 편의 시설을 마련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하여 현대인들의 사회교육과 인성교육의 도장으로 만들고, 재사·사당·누각·정자 등은 지역마다 관리인과 문화유산 해설사를 고정 배치하여 매일 깨끗하게 관리함으로써 언제라도 방문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건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이루어지기는 어렵지만, 현재 사람이 살면서 고택 체험으로 개방된 건물부터 우선하여 지원을 확대해 나간다면 비어 있는 고택과 종택으로도 자연 사람들이 모여들게 될 것이고, 이를 다시 사회로 개방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그 고택마다 고유한 문화적 특색이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전통가옥 보존·관리에 대한 기준이 잘 마련되고, 내년부터 관리 인력이 고정적으로 배치되어 사람이 살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화재로 가꾸어 가기를 기대한다.
<약력>
- 철학박사
- 경북 안동 치암고택 주손(胄孫·맏손자)
- (사)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동부지역회장
-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 회장
사람이 살 수 있는 고택으로 만들자
이동수
(사)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동부지역협의회장
고택·종택·민가 등 사람의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전통가옥과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향교·서원·서당 등의 교육용 건물, 재사·사당·누각·정자 등 선인들을 추모·기념하기 위한 건물 등 다양한 전통가옥이 현재 문화재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만큼이나 복잡한 문화재 보호법에도 ‘원형 보존’이란 막연한 기본 원칙만 있을 뿐 문화재의 애초 용도와 특성에 맞게 보존·관리하는 원칙이 없어 그동안 문화재위원회의 일방적인 횡포에 의해 문화재 관리 정책이 운영되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2009년부터 시행된 고택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한 관리인력 지원과 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결성은 고택 주인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고, 고택소유자들의 불만이나 건의 등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 기능을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행 경과를 보면, 정부의 체계적인 보존·관리 지원이 아니라 일시적 일자리 창출사업이 되어 부작용도 있었고, 매년 지원 인력이 줄어들더니 올해는 애초의 반으로 줄어들어 자부담이 많이 늘어나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한다.
이러한 실정에서 지난 4월 14일 문화재청에서 주관하여 개최한 전통가옥 보존·관리 기준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고택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우리 고택문화재 소유자들은 앞으로의 진행 과정과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우선 기본적인 문화재 보존·관리에 대한 나름의 주장을 한다면,
첫째, 효율적인 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하여 ‘문화재위원회’의 구성을 도 단위가 아니라 지자체별로 확대하고 문화재 소유자 중에서 문화재위원이 선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소유자의 주장을 무시하는 문화재위원들의 말 한마디에 따라 문화재 정책이 운영돼 온 현실에서 수많은 민원이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여, 그 지역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유자의 주장을 검토·수용할 수 있는 문화재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둘째, 문화재 보존·관리는 주거용 전통가옥부터 우선하여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원형 보존’이란 원칙에 얽매어 지금까지 고택과 종택을 사람이 살 수 없는 박제된 전시물로 만들었다. 고택은 수백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고택과 종택은 문중과 가문마다 고유한 생활양식과 삶의 철학, 선인들의 올곧은 가르침이 배어 있고, 그 후손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이 함께 배어 있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곳이다. 후손들은 생업을 따라 도시로 떠나가고 고택·종택은 비어 있거나 관리인의 농자재 창고로 전락해 잡초만 무성한 폐허로 변해 면면히 이어져 오던 고택 문화가 일시에 단절되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문화재 정책 담당자들은 누구 하나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제라도 주거용 전통가옥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되게끔 지원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사람이 사는 고택·종택은 규모에 따라 관리 인력을 지원하고, 이차적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건물이 될 수 있도록 시설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사람이 살 수 있게끔 하려면 고택의 기본 형태를 잘 보존하면서 내부 구조를 고쳐 생활이 편리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재래식 부엌은 입식 부엌으로 고치고, 거실 옆에는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마련하고, 냉난방 시설과 상·하수도 시설, 전기, 통신, 인터넷 등 편의 시설은 모두 지하에 매설하여 밖에서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현재 고택을 개방해 숙박체험 장소로 운영하는 전통가옥은 개인의 소유개념을 떠나 국민에게 경험하지 못한 문화와 의례 체험 등을 제공하는 공공건물이 되었다. 그렇다면 국민이 편리하게 출입하고 이용할 수 있게 편의 시설과 체험 시설을 갖추는 데 필요한 시설과 인력에 대한 자금 지원은 물론, 전기요금이나 상·하수도 요금 지원 등의 혜택을 주어야 한다.
셋째, 현재 일시적으로 사용되거나 관광거리로만 이용되는 향교·서원·서당 등은 현대인들이 접근하기 편리한 편의 시설을 마련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하여 현대인들의 사회교육과 인성교육의 도장으로 만들고, 재사·사당·누각·정자 등은 지역마다 관리인과 문화유산 해설사를 고정 배치하여 매일 깨끗하게 관리함으로써 언제라도 방문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건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이루어지기는 어렵지만, 현재 사람이 살면서 고택 체험으로 개방된 건물부터 우선하여 지원을 확대해 나간다면 비어 있는 고택과 종택으로도 자연 사람들이 모여들게 될 것이고, 이를 다시 사회로 개방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그 고택마다 고유한 문화적 특색이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전통가옥 보존·관리에 대한 기준이 잘 마련되고, 내년부터 관리 인력이 고정적으로 배치되어 사람이 살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화재로 가꾸어 가기를 기대한다.
<약력>
- 철학박사
- 경북 안동 치암고택 주손(胄孫·맏손자)
- (사)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동부지역회장
-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