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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입장한 박물관이 되었다. 자신의건물을 가지지 못하고 셋방살이로 전전하다가 진정한 자신의 공간을 확보한지 불과 5년 남짓만의 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가 요인이 상호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국립중앙박물관은 편안한 우리 집이라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제현상공모의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국제현상설계 방식으로 공모하면서 제시된 목표는 ‘ 한국성을 바탕으로 한 세계성 ’ 이었다. 한국성으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이 시대의 사회적 의미뿐만 아니라 한국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위한 상징’을 요구하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이 현상설계에 공모하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한국 건축가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한옥이라는 한국성을 바탕으로 세계성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 전통을 살린다는 이유는 한국 전통 건축을 재현하는 것은 세계성이 무시되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성을 강조하다보면 우리의 건축이 아니라 남의 건축이 된다. 결국 건축가는 한국건축의 전통에 내재되어 있는 근본 원리를 통해서 한국성을 찾았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한국민의 정서에 맞는 우리 집을 지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산과 물의 조화를 바탕으로 하였다. 산과 물은 우리 민족 정서의 뿌리이다. 산과 물의 기운은 생명의 원천이며 음양의 조화를 의미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남산과 한강 사이에 이루어진지세를 바탕으로 건축되었다. 남산이라는 산과 한강이라는 물이 만들어낸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박물관 앞뜰에 있는 거울못은 한옥의 연못을 연상하게 한다. 한옥의 연못은 기능적으로 골짜기의 모든 물을 모여들게 함으로써 집터를 건조하게 할뿐만 아니라 화재 시에는 방화수의 역할도 담당하였다. 그리고 겨울에는 주변 온도를 높이고 여름에는 낮추는 역할을 하며, 연못가에 정자를 짓고 연꽃을 심으면 이곳은 바로 풍류공간이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백미는 열린마당이다. 열린 마당은 한옥의 대청이다. 남방 주택에서 볼 수 있는 여름공간인 한옥의 대청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청은 문을 열면 앞뒤의 공간이 열려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냉방공간이다. 대청은 안방과 머릿방을 구분해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거실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청은 집의 입구이면서 제사를 비롯한 집안에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실제 국립중앙박물관의 열린마당은 한옥의 대청과 꼭 같은 역할을 한다. 열린마당은 앞뒤가 열려 있어서 멀리 남산을 볼 수있다. 그리고 열린마당을 기준으로 동관과 서관의 공간이 구분된다. 동관에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서관에 사무실과 극장, 도서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열린 공간은 박물관의 입구인 동시에 많은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특히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부분은 관객석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집 한옥인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와를 이고 목재를 사용하고 흙벽을 한 한옥이 아니라 한옥의 원리를 철저하게 연구하여 반영한 한옥이다. 서양식의 공법과 재료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한국식의 원리가 살아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우리 집이다.
차장섭 (강원대교수, 한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