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빛나는 문화유산, 공동의 책임의식으로 지켜나가야



각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이 응집된 문화유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장구한 시간의 흔적과 선인(先人)들의 숨결이 녹아들어 있는 문화유산은 그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존재감을 지닌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지구촌 각국은 자국의 문화유산에 비상한 관심을기울이고 있다. 굴뚝 없는 문화산업의 각축장에서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 관광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신산업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 일변도의 경제구조를 탈피하고자 찾아낸 해답이 바로 ‘관광산업’ 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이슬람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내세워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5천년의 유구한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문화유산을 물려주었다. 이를 잘 보존?전승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 시대의 경제개발 논리, 문화유산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인해적지 않은 문화유산들이 파괴되었다. 다행히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우리의 문화유산이 최근 잇따라 등재되면서 뒤늦게나마 그 가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신라?가야?유교 등 3대 문화권의 본향으로 일컬어지는 대구경북 지역은 우리나라 지정문화재의 20% 이상이 분포되어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寶庫)’ 다. 석굴암과 불국사, 경주역사 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고,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 잠정 목록에 올라 있다. 질적?양적으로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들이 대구경북에 산재해 있다.

 문화유산은 예술적?인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유형의 문화유산뿐 아니라 판소리, 탈놀이 등 무형의 문화유산,  대자연의 장관이 돋보이는 자연유산, 문화와 자연이 결합된 복합유산까지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문화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면서 당면 과제도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원형 그대로의 보존’ 을원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과 지역사회가 과도한 부담을 져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경북 지역에 수많은 고택(古宅)이 산재돼 있으나,  인구 감소 및 고령화,  거주의 불편함 등으로 인해 비어있는 고택도 많다.  그러나 고택 소유자는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보존에 대한 의무 때문에 고택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꽤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고택을 숙박체험 장소로 활용하여 관리비용을 보전하려 할 경우 고택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문화유산으로서의 원형 보존의무감으로 인해 숙박객의 편의를 고려한 개조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 이는 재방문 유도를 어렵게한다.  반면, 숙박객의 편의를 우선시하여 고택을 개조 할 경우, 그들은 “고택답지 않다” 고 불평한다.

  문화유산에 대한 외부의 시각과 지역주민의 입장은 같을 수 없다. 지역주민은 문화유산을 생활 속에 융화시켜 경험하는데 비해, 정작 문화유산을 향유하는 쪽은 외부인인 경우가 많다. 문화유산이라는 이유로 농촌문제, 주거문제, 지역사정 등에 대한 현실 이해나 비판 없이 문화유산의 파수꾼 역할을 무조건 개인이나 지역사회에만 짐 지우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유산 보존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있다.  다행히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과 기부를 통해 보전가치가 큰 문화유산이나 자연환경 자산을 보전?관리하는 국민신탁운동이 국내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역사 트러스트 단체인 ‘역사를 여는 사람들’ 이 발족하는 등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또한 홍릉과 유릉 일대에 대한 문화재 안내판 작업 등을 시작한 우리은행의 문화재 사회공헌활동이나 물류기업인 DHL이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최근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에서 잡초제거, 고궁청소 등 자원봉사활동을 펼친 것 등은 기업의 문화유산보존운동 참여라는 측면에서 청신호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소유자 동의하에 고택의 품격을 지키면서 다방면으로 고택을 활용?관리하는 ‘고가위탁관리’ 사업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경북미래문화재단의 등장 역시 문화유산 보존의 부담을 나눠지려는 사회 분위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민족의 귀중한 자산인 문화유산을 잘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공동 책임의식 확산과 함께 현실에 기초한 보존 방안 모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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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 철 /  대구 경북 연구원장,  (사)고택협 자문위원

< 약력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팬실베니아대학교 경제학 박사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건설교통부 차관보
국토연구원장
인천대학교 총장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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