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Company
법인명 : 주식회사 리몽 | LEEMONG corp.
등록번호 : 강원 아00093 | 발행일자 : 2011. 9. 5
발행인 : 이원석 | 편집인 : 이진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은미 | 기사배열 책임자 : 이원석
[25464] 강원도 강릉시 운정길 63 강릉선교장
63, Unjeong-gil, Gangneung-si, Gangwon-do,[25464] Republic of Korea
Email : kchnews@naver.com | T : 02-733-5270 | F : 02-6499-9911
<해당화>
어머니의 해당화
선교장에 해당화가 한창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진분홍 치맛자락처럼 곱고 화사하게 피어오른 해당화를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속에서 묵직하게 떠오르는 옛일 하나가 있지요.
선교장의 해당화는 어머니께서 대문 행랑채 전면에 심어 놓았던 것을 제가 선교장 내 다른 곳으로 사방에 옮겨 심은 것입니다. 해당화를 유난히도 좋아하신 어머니께서 직접 심으신 것이지만 대문 앞에는 해당화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제가 일부러 옮긴 것이지요. 20년 전 강릉으로 내려와 선교장의 주권을 어머니로부터 뺏으려는 계획된 의도이자 선교장의 모든 일을 내 맘대로 하겠다는 일방적인 포고였습니다. 당신 손으로 가꾼 해당화가 여기저기 흩어지는 모습을 보시면서 어머니의 마음도 갈래갈래 흩어졌을테지요.
당차고 기세 높은 평소의 성품을 봐서는 그냥 계실 분이 아니었는데도 어머니는 저와의 대립을 포기하시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이 저를 이기려고 하시기보다는 이해하기 위해 그저 묵묵히 제 뜻을 따라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명실공이 선교장의 권력자로서 얻어낸 작은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해당화의 인연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 선교장에 처음으로 자가용을 들이고 그 기념으로 가족들이 금강산과 원산의 명사십리 바닷가로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 핀 해당화가 무척 인상적이고 아름답다며 강릉으로 옮겨와 선교장 대문 앞에 심으셨던 것입니다. 어찌 보면 어머니에게 있어 해당화는 소중한 추억의 한 자락이자 마음 한켠을 기댈 수 있는 벗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식으로 그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머니의 기세를 꺾어보겠다고 그러한 고집을 부렸으니 그 당시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시렸을지 지금 생각하면 제 자신이 참으로 미워지기만 합니다.
해당화의 꽃말은 ‘온화’와 ‘원망’ 라고 합니다.
집안에서 여성의 기세는 꺾어야 된다는 집념 때문에 행한 행동이 어머니께 상처를 안겨드렸고 그로 인해 잠깐은 자식 원망도 하셨겠지만 이내 온화한 부모의 마음으로 가시 같은 자식을 품어준 어머니의 마음이 진정 해당화를 닮으신 것 같습니다. 이제는 후회해도 소용없는 지난 일이 되었지만 해당화가 필 때마다 어머니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제 가슴이 메어져 옵니다.
<글쓴이 碧童>
<선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