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택]영양 서석지 (英陽 瑞石池)



敬 亭

有事無忘助 臨深益戰兢惺惺須照管 母若瑞巖僧

일이 있으면 돕기를 잊지 말고 심각한 일에 임해서는 더욱 싸워 이기며

깨닫고 깨달아 모름지기 밝히고 관통하여 중국 경정승 같이 되지는 말지어다

- 정영방이 읊은 <敬亭雜詠(경정잡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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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영양 서석지 전경>  

 영양군 입암면 자양산(紫陽山) 남쪽의 완만한 기슭아래, 한국 정원의 조형미를 품고 있는 영양 서석지(英陽 瑞石池, 중요민속문화재 제108호, 경북 영양군 입석면 서석지3길 16)는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 정영방(石門 鄭榮邦, 1577~1650)이 1613년(광해군 5)에 조성했다. 본관은 동래(東萊), 자는 경보(慶輔), 호는 석문(石門)인 정영방의 할아버지는 정원충(鄭元忠), 친아버지는 정식(鄭湜), 양아버지는 정조(鄭?), 어머니는 안동권씨(安東權氏)로 예천군 용궁면에서 태어나 우복 정경세(愚伏 鄭經世, 1563~1633)의 문하에서 성리학을 공부했다. 1605년 과거에 급제하였지만 당시의 혼란한 정치에 회의를 느껴 벼슬을 하지 않고 자연을 벗 삼아 은둔하며 학문 연구에 전념했다. 선생의 문집으로는《석문선생문집(石門先生文集)》《석문집(石門集)》이 있고, 목판본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이 문집은 정영방 사후 1821년(순조 21)에 편집 간행되었다.

 

 입암면 연당리에 터를 잡은 정영방은 마을 전체를 정원으로 보고 내원(內院)과 외원(外苑)으로 구분했다. 연당리 입구 기암괴석 촛대바위를 ‘석문(石門)’이라 하고 외원으로, 내원은 연지를 중심으로 정자인 ‘경정(敬亭)’, 서재 ‘주일재(主一齎)’, 수직사와 남문 등 건물을 앉혔다.

 

 영양 서석지는 담양 소쇄원(潭陽 瀟灑園, 명승 제40호, 전남 담양군 남면 소쇄원길 17), 보길도 윤선도 원림(甫吉島 尹善道 園林, 명승 제34호, 전남 완도군 보길면 부황길 57)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정원으로 손꼽힌다. 보호수로 지정된 4백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서석지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7월 연꽃 필 때 모습이 장관이라 하지만 조금 더 빨리 보고 싶었다. 때 이른 방문이라선지 너무나 고요하다. 사각문을 열고 들어선다. 연못에서 유유자적 노닐던 새들이 후드득 놀라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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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서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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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서석지 내부>  

 먼저 경정으로 오른다.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마루 바닥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머금고 있다. 6칸 대청에 좌우로 온돌이 2칸 있는 규모가 큰 정자다.(정면 4칸, 측면 2칸) 연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정 서까래에는 정영방이 서석지를 읊은 <경정잡영(敬亭雜詠)>이 걸려있다. 서재인 주일재, 연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가로 13.4m, 세로 11.2m, 깊이 1.3~1.7m ‘∪’자형모양을 하고 있는 연지 안에는 여러 형상을 한 90여개의 서석이 물에 잠기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한다. 서석지의 내원과 외원이 조화를 이뤄 주변에 있는 바위와 같은 모양의 크고 작은 바위들이 연지 안에서도 화를 이루고 있다. 연지 주변은 석축으로 쌓고 동북쪽 물이 들어오는 곳을 읍청거(揖淸渠)라 하고 맞은편 물이 나가는 곳을 토예거(吐穢渠)라 했다. 주일재 앞에는 동서로 4.5m, 남북으로 3m의 단을 연못 안쪽으로 축조한 ‘사우단(四友?)’이 있는데 이곳에 매, 난, 국, 죽 네 벗을 심어 놓았다. 정영방은 이 연지에 유난히 흰 암석을 배치하고 ‘상서로운 돌’이라는 뜻으로 ‘서석(瑞石)’이라 부르고 이름 없는 돌 하나하나에도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 <경정잡영>은 옥계척(玉界尺), 낙성석(落星石), 통진교(通眞橋), 선유석(仙遊石), 기평석(碁枰石), 희접암(戱蝶巖), 어상석(魚狀石), 옥성대(玉成臺), 조천촉(調天燭) 등 돌들의 형상에 따라 이름을 붙인 19개의 돌들을 시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옥계척에서 통진교를 거쳐 선유석까지 이어지는 축은 경정에서 신선 세계로 건너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선유석은 신선이 노니는 돌, 기평석은 신선이 바둑을 두는 장소를 의미한다. 난가암(爛柯巖)은 도끼 자루 썪는 바위, 탁영반(濯纓盤)은 갓끈 씻는 바위, 화예석(花?石)은 꽃과 향초의 바위, 희접암은 나비와 희롱하는 바위, 조천촉은 하늘과 어우러지는 촛불 바위 등 돌 하나하나에 정영방의 학문과 인생관은 물론 은거생활의 이상적 경지와 자연의 오묘함과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심취하는 심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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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주일재>

 한 가지 뜻을 받는 곳, ‘주일재(主一齎)’는 정면 3칸, 측면 1칸의 온돌과 마루로 구성된 건물로 서재로 사용했으며, 경정 뒤로는 수직사(守直舍) 두 채를 두어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아직도 이곳에는 디딜방아며 구유가 그대로 남아있다.

 

 서석지를 관리하고 있는 정수용 선생.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이곳저곳 돌아보고 있는데 오셨다. 경정이며, 주일재, 연지 그리고 수직사까지 일일이 문을 열어 다 보여주시고 설명해 주신다. 70년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지만 언제 봐도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신다. 지금은 한가하지만 연꽃이 피는 7월이 되면 주말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위한 사람들을 실은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줄을 선다고 하신다. 멀리서 왔으니 연당마을도 한번 둘러보라시며 나지막한 토담길이 나 있는 골목으로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가신다. 마을에 있는 다른 고택들도 일일이 보여주시고 설명까지 해 주셨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있는 서석지에서의 하루, 오랜만에 외갓집 같은 푸근함을 듬뿍 느끼게 했다. 아마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연지 가득 연향이 퍼지는 여름날, 노란 은행잎이 연지 가득 내려앉는 가을날 꼭 다시 한 번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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