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 문화재]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한상수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한상수>

 

 

“아름다운 우리 자수,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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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에 실을 꿰어 깨끗한 천 위에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를 놓으면 새치름한 꽃송이도 생겨나고, 익살스러운 호랑이도 생겨나고, 먹음직스럽게 익은 열매도 생겨난다.
과거 우리 여인네들의 삶이고 생활이었던 바느질, 그리고 자수(刺繡). 남들이 알아주지는 않았지만, 혹여나 한국 자수의 맥이 끊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며 평생을 바쳐 수를 연구해 온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한상수 선생님. 서울 북촌 한옥마을 내에 있는 ‘한상수 자수 박물관’으로 선생을 찾아뵈었다.

 

박물관에서는 ‘아름다운 보자기와 주머니 展’이 한창 열리고 있었다. 박물관과 한상수 자수공방에서 9월 24일부터 10월 23일까지 공동으로 펼쳐지는 이 전시회에 걸린 보자기와 주머니에 형형색색 수놓아진 문양들을 보니 은은한 파스텔 색조부터 화려한 원색까지 아주 다채롭다. 우리네 전통 한옥과 우리의 자수가 만나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조용하고 편안한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박물관 한쪽에 마련된 방에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선생이 단정하게 앉아 수본을 뜨고 계셨다. 환하게 웃으며 기자를 맞아주는 아담한 체구의 선생은 한복과 자수와 함께 어우러져 한층 곱고 단아해 보인다.

 

“어떤 분은 화가 날 때 수를 놓으며 푼다고 해요. 하지만 그건 아니죠. 수는 가장 차분하고 평온할 때, 단정하고 온화한 마음을 가지고 정성을 드려 한 땀 한 땀 놓아야 해요”

 

수를 놓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자 선생은 우선 수를 놓는 마음가짐부터 얘기한다. 처음 자수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자수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찾아온단다. 그렇게 한 달여 수를 놓고 나면 어깨가 굳고 아파서 더는 못하겠다면서 그만둔단다. 또 어떤 사람은 수를 놓으면 스트레스가 잘 풀린다며 선생께 자랑했다 한다. 하지만 수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놓아야 한다고 선생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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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한국전쟁 중이던 16살 때 처음으로 자수를 배우기 시작했다. 원래 솜씨가 좋으셨던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은 선생은 타고난 손재주를 보였고, 한번 수틀을 잡고 앉으면 낮과 밤이 바뀌는 것도 모를 정도의 집중력과 끊임없는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어갔다. 50년대 서양 자수에 밀리고 일본 자수가 혼합되어도, 또 70년대 서구적인 수법이 유행하는 와중에도 선생은 끝까지 우리 전통 자수의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전통 자수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고, 전통 자수에 관련된 고증과 유품을 수집·연구했으며, 한국 전통 자수를 복원함과 동시에 외국에 한국 자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또한, 한국 수예의 60여 가지 자수 기법을 바로잡아 체계화하였으며, 우리나라의가장 전통적인 자수 공예로 꼽히는 ‘안주수(安州繡)’ 기법을 전수받기도 하였다. 이런 선생의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일까? 1984년 자수 부문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게 된다. 규방 문화인 자수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것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일이었다.

 

“제 딸들도 수를 놓고 있고요. 아들도, 손녀도 하고 있어요. 너무 힘들어서 시키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이 일을 배우겠다고 해 줘서 참으로 기뻤습니다.”

 

이렇게 3대에 걸쳐 온 가족이 선생의 자수를 잇고 있다. 평생 자수를 해 온 자신을 보며 자란 딸들과 아들, 손녀까지 자수를 배우겠다고 나선 것. 선생은 제자 욕심도 많다. 천여 명 남짓한 사람을 가르치며 우리 전통 자수를 알리고 전수하기 위해 칠십 중반의 연세임에도 한시도 쉬지 않는다.

 

“중국 자수, 일본 자수는 알아도 한국 자수는 사람들이 잘 몰라요. 저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한상수’ 하면 ‘한국 자수’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 자수를 제대로 복원해서 우리 자수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라며 환하게 웃는 선생의 모습이 수를 놓은 것같이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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