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 문화재]중요무형문화제 제 112호 주철장 원광식



“혼을 담아야 천년의 소리가 나오는 거지” 

                                                     -중요무형문화재 제 112호 주철장 원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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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종 용뉴 코팅 작업>


  2011년 신묘년 새해를 맞는 자정. 서울 종각에는 청아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묵은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행사인 제야(除夜)의 종 타종식. 맑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은 간절한 희망을 담아 기도한다. 시주받은 아이를 집어넣어 만들었다는 에밀레종 전설과 꿩의 보은설화를 간직한 치악산 상원사 종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생활에서 불교와 종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음을 말해 준다. 이러한 종 만드는 일에 집념과 열정을 불사른 한 사람이 있다. 몇 년 전 모 CF에서 멋진 장인의 모습을 보여준 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 원광식 선생.

 

“이 사람아! 나는 종을 위해 내 한쪽 눈을 바쳤어. 혼을 담아야 천년의 소리가 나오는 거지. 잔재주 부리면 끝이야, 끝!”

 

1942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원광식 선생은 종을 만드는 할아버지 원덕준 선생과 8촌 형 원국진 선생이 계신 집안에서 자랐다. 중학교를 마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자동차 정비 일을 배웠지만, 운명이었을까…… 선생은 정비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곧 그만두게 된다. 그 길로 선생은 ‘성종사’ 대표로 종 만드는 일을 하던 8촌 형을 따라 종 만드는 일을 배우게 되는데, 그때가 17살. 그러구러 벌써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성실하게 정말 열심히 일하던 선생에게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친다. 종을 만들기 위해 쇳물을 녹이던 중 용광로가 폭발해 선생에게 쇳물이 튀어 오른쪽 눈을 잃게 된 것이다. 자포자기한 선생은 처음엔 수술까지 거부하며 이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단다. 하지만, 종은 쉽사리 선생을 놓아주지 않았다. 일 년간의 방황 끝에 결국 선생은 다시 작업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후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범종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은 선생은 무작정 수덕사로 달려간다. 스님들처럼 머리를 깎은 후 열정을 다해 종을 만들기 시작한 선생.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든 수덕사의 종은 급기야 선생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어 준다.

 

현재 전국 방방곡곡의 사찰에 있는 범종 대부분이 모두 선생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제야의 종 타종식이 거행되는 보신각종과 몇 년 전 불타 녹아 버려 재제작한 낙산사 동종도 선생의 작품이다. 50여 년의 세월 동안 7천 개가 넘는 종을 제작해 오면서 국내에선 내로라하는 최고의 종 제작자가 되었지만, 선생에겐 한 가지 욕심이 있었다. 신라 시대 장인들이 만들었던 종소리의 비밀을 알고 싶었던 것. 국내 고문서에는 신라 종의 주조기술에 대한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중국에까지 찾아가서 알아봤지만, 전부 헛수고였던 선생은 마침내 신라 종을 직접 재현해내기로 한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다 드디어 천 년 전 신라 시대 장인들의 종 만드는 기술의 비밀을 알아낸 선생. 8년여에 이르는 각고의 노력 끝에 ‘밀랍주조기법’을 사용해 일본 광덕사에 보관 중인 신라 종을 복원해내게 된다. 바야흐로 명실상부한 한국 종의 명장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선생의 종에 대한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롯이 종에 바친 한평생이지만, 못다 이룬 평생 꿈이 아직 남아 있다. 바로 에밀레종이라 불리는 성덕대왕 신종의 복원. 더 나아가 전국 사찰에 남아 있는 옛 종들의 복원이 바로 그것이다. 선생은 꿈의 실현을 위해 지금도 쉬지 않고 공부하면서 종을 만들고 있다. 선생이 평생을 바쳐 만든 종들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천 년의 세월을 이어가며 선생의 종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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