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 문화재]전북도 무형문화제 제10호 김동식 선자장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합죽선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김동식 선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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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살랑살랑 바람을 일으키면, 땀으로 범벅된 몸을 금세 시원하게 식혀 주던 우리네 부채. 부채는 우리 조상에게 단순히 바람을 내는 도구로서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양오행의 진리를 담았고, 선비 정신을 담았고, 우리네 삶을 담았고, 예술을 담았다.

 

문명에 떠밀려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예술품 부채를 대를 이어 만들어 오면서 전통을 지키고 있는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김동식 선생. 선생과 부채의 인연은 1957년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14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이 가난해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선생은 밥걱정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소리에 외가로 간다. 선생의 외가는 외증조부 때부터 대대로 부채를 만들던 집안이었다.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면서 외조부에게 부채 만드는 기술을 배웠고, 같이 부채를 만들던 외삼촌들에게도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받는다. 끼니 걱정을 덜기 위해 시작한 부채 만드는 일은 이후 50여 년을 선생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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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합죽선을 참 좋아한다. 부채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할 것 없이 우리 조상의 필수품이었다. 그중 합죽선은 사대부 계급 이상만 소장할 수 있는 고급 부채였다. 합죽선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대나무 중 왕대만을 사용해 대를 쪼개고 양잿물에 삶아 노랗게 색이 바래지게 한 뒤 얇게 살을 깎아 민어 부레와 아교를 섞어 만든 풀로 하나하나 붙인 것으로, 현재 전주 지방에서만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합죽선은 다른 부채에 비해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부채다. 만드는 데 140~150번 정도의 손이 간다. 선생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합죽선을 옛 부채 장인들이 해 온 방식 그대로를 고수해 만든다. 재료에도 정성을 들인다. 꼭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왕대만을 사용하며, 종이도 전주에서 생산되는 전통 한지만 사용한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 140번 이상의 손품을 파는 어렵고도 긴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선생의 합죽선은 그냥 부채가 아니라 예술작품이다.

 

선생은 평생 해 오던 부채 만드는 일을 포기할 뻔한 적이 많았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그중 가장 큰 고비는 1995년, 보증 선 게 잘못되어 당장 돈이 필요했다. 일을 포기할까 망설이며 괴로워하고 있을 때, 한 독지가가 선생의 기술을 아까워하며 선뜻 돈을 지원해 주었다. 선생은 그 일을 평생 잊지 못한다. 그 일 이후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어떻게 하면 좋은 부채를 만들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며 전통 기술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살리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선생의 제자는 아들 김대성 씨 혼자뿐이다. 돈벌이가 되지 않으니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혼자 묵묵히 해 오던 일을 아들이 선뜻 나서서 배우겠다고 했을 때, 선생은 정말 감동했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아버지를 믿고 따라 준 아들이 항상 고맙다. 선생은 누구든지 3~4년 정도만 참고 견디며 따라와 준다면 모든 것을 다 가르쳐 줄 생각이다. 물론 이 일이 당장은 돈이 되진 않지만, 희소성이 있어 나중에는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선생은 전통 기술을 보존하고 있는 사람이 전통 예술의 도시라는 전주에서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 선생은 오늘도 자신의 기술이, 우리네 부채가 다음 세대에도 면면히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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