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택]삼척 굴피집과 너와집



<삼척대이리굴피집>


<너와집>


굴피집과 너와집은 주로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화전민이 짓고 살던 집이다. 1970년대만 해도 여러 채가 있었지만 대부분 개조되거나 사라지고 문화재로 지정된 몇 채만이 남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굴피는 8월경 적당히 자란 굴참나무나 떡갈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돌이나 나무로 눌러 평평하게 펴서 지붕 재료로 사용하게 된다. 굴피지붕의 수명은 약 20년 정도이지만 2~3년에 한 번씩 교체를 해주고, 거꾸로 뒤집어 다시 사용한다. 너와는 소나무나 전나무를 통으로 40∼60㎝ 정도로 잘라 이것을 도끼로 4∼5㎝ 두께로 쪼갠 널빤지를 말한다. 굴피나 너와로 지붕을 올리고 용마루는 굴피로 이었다. 지붕 위는 작은 삼각형모양 구멍을 내어(까치구멍) 집 안의 연기를 밖으로 뿜게 만들어 놓았다. 마루에 누우면 지붕의 벌어진 틈새로 하늘이 보여 비나 눈이 오면 물이 샐 것 같고, 그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추울 것 같아 허술해 보이는 집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붕 틈새가 벌어져 있다가도 습기를 머금게 되면 바로 부풀어 물 한 방울 새지 않는 지붕이 되고, 겨울에 눈이 덮이면 그 무게에 눌려 틈이 사라지게 된다.


<삼척대이리통방아>


 깊은 산속에 있는 너와집이나 굴피집은 추위나 맹수로부터 사람과 가축을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집 안에 필요한 방ㆍ마루ㆍ부엌ㆍ도장방(창고)ㆍ봉당(부엌 바닥)ㆍ외양간 등 모든 것이 들어와 있다. 또한 너와집이나 굴피집 안에는 요즘은 보기 드문 시설들이 있다. 부뚜막 옆에 진흙으로 작은 아궁이를 만들어 불씨를 보관하던 화티, 온돌방의 외벽 구석이나 방바닥으로부터 30cm쯤 높이에 진흙으로 아궁이처럼 만들어 방 안의 난방과 조명 역할을 하던 한국식 벽난로인 코클, 싸리나무로 항아리처럼 만들어 식물을 저장하던 채독, 통나무 속을 파내 만든 김치통 등이 있다. 그리고 주변에 곡식을 찧는 물레방아와 통방아가 있다. 삼척 대이리 통방아(三陟 大耳里 통방아, 강원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산105, 중요민속문화재 제222호)는 직경 약 5m, 총길이 4.4m의 곡식을 찧는 방아이다. 6평 남짓한 평면에 원추형으로 서까래를 세워 그 위에 참나무껍질인 굴피로 지붕을 이었다.


<신리너와집내부>


 먼저 삼척 신리소재 너와집 및 민속유물(三陟 新里所在 너와집 및 民俗遺物, 강원 삼척시 도계읍 문의재로 1223-9, 중요민속문화재 제33호)을 찾아간다. 삼척 신리 계곡을 따라 비탈진 곳, 도로변에 자리 잡은 김진호 씨 집은 서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정방형의 ‘ㅁ’자 집으로 다른 집에 비해 규모도 크고, 너와집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지붕에 까치구멍을 뚫었고 앞면 왼쪽에 외양간, 오른쪽에 부엌을 놓았다. 대문간을 들어서면 안쪽 트인 공간 중심에 마루가 있는데 마루 왼쪽이 사랑방, 오른쪽 부엌과 접해 있는 곳에 안방을 배치하였다. 화장실은 외양간 외벽에 설치했다.

 

 강봉문 씨 집 역시 비탈진 경사면에 석축을 쌓아 터를 잡고 남서향으로 앉혔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ㅁ’자형 집이지만 외양간을 앞쪽으로 돌출되게 지었으며, 집 오른쪽에 헛간과 디딜방앗간채를 두었다. 지붕 위는 작은 삼각형모양 구멍을 내어(까치구멍) 집 안의 연기를 밖으로 뿜게 만들었다. 앞면 가운데 대문간이 있고 대문간 왼쪽에 외양간, 오른쪽에 부엌이 있다. 안쪽에는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사랑방과 안방을 두었다.

 

 삼척 대이리 너와집(三陟 大耳里 너와집, 강원 삼척시 신기면 환선로 868-2, 중요민속문화재 제221호)은 동서로 길게 뻗은 계곡의 서측 산등성이 아래에 자리 잡은 너와집으로, 현 소유주의 11대조가 병자호란(1636년) 때 이곳으로 피난 와서 지은 것이라 한다. 동남향한 너와집의 왼쪽에 굴피로 지붕을 이은 곳간채가 있고 남쪽에 화장실이 있다. 지붕의 양측 합각부에는 까치구멍을 두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본채 대문을 들어서면 가운데 마루를 중심으로 안방, 도장, 사랑방, 부엌, 봉당이 구성되어있고, 마루는 주 출입구 우측에서 앞으로 1칸을 내달아 꺾은 ‘ㄱ’자의 형태를 만들고 있다. 도장방은 곡식과 중요 물건을 보관하는 곳으로써 채광을 위한 봉창이 있고 외부와 직접 연결되는 출입은 없다. 마루와 부엌 앞쪽에는 부엌과 연결하여 실내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는 봉당이 있고, 대문간 왼쪽으로 외양간채를 붙여 돌출시켰다. 외양간의 위는 다락을 꾸몄다. 부엌문을 열고 나가면 안마당이 있다. 벽은 흙벽이나 남쪽 벽은 판자벽으로 되어 있다.

 

 삼척 대이리 굴피집(三陟 大耳里 굴피집, 강원 삼척시 신기면 환선로 864-2, 중요민속문화재 제223호)은 동서로 길게 뻗은 계곡의 냇가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언제 지었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나 19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본채는 사랑방과 안방 가운데에 마루와 도장방을 두고, 안방쪽에 부엌을 두었다. 부엌과 마루 앞은 흙바닥으로 된 통로 같은 공간이 있고, 사랑채 건너편에 외양간을 붙여 돌출시켰고, 도장방에 뒷문을 달았다. 벽은 흙벽과 판자벽으로 마감하였고, 연기는 지붕에 설치한 까치구멍으로 나가도록 하였다.


<너와체험마을>


 점차 사라져가던 너와집과 굴피집이 2002년 안전행정부의 정화마을 지정으로 삼척 신리에 ‘강원 삼척 너와마을’이 되살아났다. 이곳 너와마을(강원 삼척시 도계읍 문의재로 1113) 주민들은 너와집, 굴피집, 통방아, 물레방아 등을 복원해놓고 사라져가던 우리 산골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체험객을 맞이하고,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을 활용해 주민 소득증대에도 힘쓰고 있다.

 

 너와집과 굴피집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산간지역의 혹독한 자연조건을 극복하며 생활하던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벌목이 금지되어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어졌고, 편리한 생활을 찾아 외지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너와나 굴피를 뜨는 기술자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그리고 너와집과 굴피집의 불편함에서 탈피해 대부분의 집들의 지붕과 내부를 편리하게 개량하고 수리를 했다. 이제는 문화재로 지정된 너와집, 굴피집 만이 그 명맥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점점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를 살면서도 문화유산 원형보존이라는 사명감과 문화재보호법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삶. 이젠 그 해법을 찾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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