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택]고성 왕곡마을 (高城 旺谷마을)



<남쪽 왕곡마을 풍경>


 시간이 멈춘 듯 전통의 향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고성 왕곡마을을 찾아간다. 동해안으로 따라 길게 뻗어있는 낭만가도, 7번 국도에서 1km 정도 내륙으로 들어간 곳에 마을이 형성되어있지만 산이 가리고 있어 마을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고성 왕곡마을(高城 旺谷마을, 중요민속문화재 제235호, 강원도 고성군 왕곡면 오봉리)은 마을 동쪽은 골무산(骨蕪山), 남동쪽은 송지호, 남쪽은 호근산(湖近山)과 제공산(濟孔山), 서쪽은 진방산(唇防山), 북쪽은 오음산(五音山) 등 다섯 개의 봉우리가 서로 겹치듯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에 자리 잡고 있다. 왕곡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이고 호수로 막혀 있는 지형적인 특성으로 지난 수백년간 전란의 피해가 없었고, 한국전쟁과 근래 고성지역에서 발생했던 대형 산불에도 전혀 화를 입지 않았다. 외부와의 왕래가 쉽지 않았던 이런 여건이 오히려 수백년간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끔 만들었다.

 

 1988년 ‘전통건조물 보존지구 제1호’로 지정된 왕곡마을은 600년의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려 말 공신이었던 양근함씨(楊根咸氏) 함부열(咸傅烈, 1363~1442)이 조선 건국에 반대하여 간성 지역에 낙향했고, 그의 손자 함영근이 이곳에 정착했다. 이후 강릉최씨(江陵崔氏)가 들어오면서 왕곡마을은 함씨와 최씨의 집성촌을 이루게 되었다.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되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19세기 전후에 지어진 북방식 전통가옥 50여 채가 마을 중심으로 흐르는 개울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 기와가 아닌 짚을 엮어서 올려놓은 돌담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면 마치 시간여행자가 된 듯하다.


<왕곡마을 초가집>


 왕곡마을의 가옥은 따뜻한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남향 또는 남서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옥과 가옥 사이에는 비교적 넓은 텃밭이 형성되어 있어서 별도의 담장 없이 이를 경계로 가옥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대부분 가옥들은 앞쪽에 담이나 대문을 설치하지 않아 햇볕이 잘 들고,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도 출입이 용이하도록 했으며 뒤편으로는 돌담이나 산죽으로 울타리를 설치해 차가운 북풍을 막아줄 수 있도록 했다. 이곳 대부분의 가옥은 남부지방 가옥들과 달리 안방과 사랑방, 마루와 부엌을 한 건물 내에 나란히 배치한 북방식 전통가옥으로 ‘ㄱ’자형 겹집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마루는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고 창호문과 벽체로 둘러싸인 건물 내부, 방들 앞쪽에 배치했고, 부엌 앞쪽으로는 마구간을 덧붙여 겨울이 춥고 긴 산간지방의 생활이 편리하도록 했으며, 가옥의 기단도 높여 많은 적설량에 대비하였다. 
 안방의 난방은 부엌에서 할 수 있도록 아궁이를 시설하였지만, 사랑방은 측면 벽에 별도로 지붕을 달아내어 편하게 난방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또 집집마다 굴뚝모양이 다르고 특이하게도 굴뚝 위에 항아리를 엎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진흙과 기와를 한 켜씩 쌓아 올리고 항아리를 엎어 놓아 굴뚝을 통해 나온 불길이 초가에 옮겨 붙지 않도록 하고 열기는 집 내부로 다시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지붕에 쌓이는 눈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전면보다 배면의 서까래 직경이 더 굵고, 지붕 내부는 결로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천장에 반자를 시설하지 않고 산자를 엮은 채로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게 지었다.


<함정균 가옥>


 왕곡마을에서 북방식 전통가옥의 특징을 잘 갖추고 있는 고성 함정균 가옥(高城 咸丁均 家屋, 강원문화재자료 제78호, 강원 고성군 죽왕면 왕곡마을길 52)은 19세기 중엽에 지은 집이다. 정면 4칸, 측면 2칸 규모로 정면에 2칸에는 마루가 있고 그 뒤에 안방을 두었으며 측면에 사랑방과 고방이 있는 북부지방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본채 오른쪽에 있는 사랑채는 사랑방 옆면에 아궁이가 있고, 고방과 사랑방 사이의 벽을 바깥쪽으로 연결해 지붕을 덧달아 헛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본채 뒤쪽에 툇마루가 있고 마루 양쪽 끝에는 하부는 뒤주, 상부는 두 짝 여닫이문을 단 벽장이 있고, 대청마루 안에 뒤주를 설치해 놓았다.

 

 한편 왕곡마을의 가옥은 외지인에는 팔 수 없도록 규정해 놓았다. 대신 문화재청이 가옥을 매입해 이곳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8채의 전통가옥, 기와집인 작은 백촌집, 큰 상나말집, 한고개집, 초가집인 큰 백촌집, 성천집, 진부집, 한고개 행랑채, 갈벌집 등에서 숙박체험이 가능하고, 전통생활을 체험하도록 새끼 꼬기, 짚신 만들기, 디딜방아 체험 등 다양한 옛 생활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았다. 특히 올해는 문화재청에서 지원하는 ‘생생문화재사업 시범사업 육성형’으로 선정되어 ‘고성 왕곡마을로 떠나는 생생(生生)시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재는 단순히 눈으로만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기존의 프로그램을 더욱 확장 및 보강해서 진행하고 있다. 전통가옥 체험을 기본으로 마을의 농경생활과 의식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생활체험에 전통놀이, 예술, 교육 체험 등이 보강되어 보다 폭넓게 전통 문화와 문화재를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고성 왕곡마을은 독특한 북방식 가옥으로 북부지방의 긴 추위를 이겨낸 선조들의 생활지혜와 옛 우리 문화를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으며, 마을 주변의 각종 문화재와 자연경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의 집합소라 할 수 있다. 가을은 점점 깊어져가고 있다. 어디론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왕곡마을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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