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승]명승 제39호 38인의 신선이 내려온 듯한 황홀경의 세계, 남해 금산(南海 錦山)



우리나라 만큼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도 드물 것이다. 본격적인 행락철이 되면 우리 산하는 온통 등산객들의 행렬로 수놓아지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산을 오르는 것은 복잡한 일상을 떠나 주변 경치를 즐기고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이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정상에서 맛보는 짜릿함이 가장 큰 보람일 것이다.
 높은 지점에서 내려다보이는 트인 전망을 보고 우리는 흔히 ‘파노라믹(panoramic)’하다고 표현한다. 전망이 좋은 높은 곳에서 광활하게 내려다보는 풍광은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남해 금산>


 우리나라의 명승 중에서 특히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단연 으뜸인 곳은 바로 ‘남해 금산(南海 錦山)’이다. 이 산은 드물게 섬에 위치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유일한 산악공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섬은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그 면적이 협소한 경우가 많아 그 경계가 쉽게 드러나는데 섬에 산지가 발달한 경우는 마치 육지의 한 부분인 것처럼 실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남해 금산’은 지리산맥이 남쪽으로 뻗어내려 형성된 산으로 원래 원효대사가 이곳에 보광사라는 사찰을 지은 뒤 산 이름이 보광산으로 불리어 왔으나,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린 뒤 왕위에 등극하게 되자 보은을 위해 영구불멸의 비단을 두른다는 뜻의 비단 ‘금(錦)’자를 써 금산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조선건국과 관련이 깊다 하겠다.

 금산은 영남에서는 합천의 가야산, 방장산(지리산)과 자웅을 겨루고 중국의 남악(南嶽)에 비견되기도 했으며, 바다 속의 신비한 명산이라 하여 ‘소금강산’ 혹은 작은 ‘봉래산(蓬萊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금산이 작은 봉래산이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명산으로 칭송을 받게 된 것은 멀리 떨어진 남해의 섬 속에서 다시 아득한 섬과 바다를 눈 앞에 두고 우뚝하게 솟은 돌산이라는 점에서 유람객에게 속세를 떠난 신비감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해 금산>


 금산은 다도해에서 유일한 큰 체적의 화강암 산임에도 불구하고 토산 성격이 강해 남해안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낙엽수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가을이면 마치 오색 자수판을 보는 듯하며 대규모의 낙엽수림이 화강암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아낸다. 

 이밖에도 신라 고승인 원효대사, 의상대사, 윤필거사 등이 이곳에서 수도를 하였다고 전해지고, 금산과 관련된 신비스런 전설이 많은 곳이며, 전국의 3대 기도도량인 보리암이 위치하는 등 상징적인 의미가 많은 명승지이다. 관련 고문헌으로는 하재문 《동와유고》의 유금산시서(遊錦山詩序), 하달홍 《월촌집》권3 보제암관어화(菩提菴觀漁火), 송병선 《연재집》권1 관노인성(觀老人星), 김인섭 《단계집》 권2 석홍문(石虹門) 등 유람기와 금산에서 보이는 상주바다, 노인성, 쌍홍문을 통해 보는 남해 바다의 경치를 읊은 시가 전하고 있어 옛 경관을 보여준다.


<금산 보리암 전경>


 이곳의 유명한 절경을 모아 ‘금산 38경’이라 부르고 있는데 남해금산을 여유롭게 등반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1경부터 일일이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먼저 금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이며 고려 시대 봉수대(熢燧臺)가 남아 있는 망대, 금산 정상에 주세붕이 '유홍문 상은산(由虹門 上錦山)'이라 새겼다고 전하는 문장암, 보리암 뒤에 우뚝 솟은 대장봉이 있다. 대장봉을 향해 마치 허리 굽혀 절하는 모양으로 생긴 형리(刑吏)암은 네 번째 절경에 해당한다. 다섯째로 지방유형문화재 제74호 보리암전 삼층석탑 앞의 절벽인 탑대, 탑대 바로 북쪽에 있는 비둘기 모양의 바위인 천구암, 삼불암 아래 이성계가 백일기도 후에 왕이 되었다는 전설이 깃든 조선태조기단이 일곱번째 경치다. 여덟 번째로 옛날 낙서대사 때 천동천녀(天童天女)가 가사를 입고 내려와 목욕을 하고 물을 길어 갔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가사굴, 세 개의 바위가 부처님의 좌상 같다는 삼불암, 이성계가 기도를 올리고 있을 때 닭 울음소리가 들려 발견했다는 천계암, 망대 아래 두꺼비 모양의 회두암(回頭岩) 으로도 불리는 천마암, 높이가 만장이나 된다는 쌍홍문의 오른쪽에 있는 만장대가 그 열두 번째에 해당한다.


<망대에서 바라본 남해>


 또 만장대 북쪽, 높이 2m, 길이 5m 정도 되는 장구소리가 난다는 음성굴, 옛날 용이 살다가 하늘에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는 용굴, 세존도에 해상동굴이 생기게 되었다는 두 개의 구멍이 난 쌍홍문, 옛날 삼신산의 네 선녀가 놀다가 갔다는 사선대, 정유재란 때 100명 내외의 사람들이 피난한 곳이라는 백명굴도 38경 중의 하나이다. 일월봉 아래쪽에 있는 바위로 마치 개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천구봉이 있고  무당의 신인 제석님이 내려와서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제석봉, 원효대사 등 고승들이 수도 좌선(修道坐禪) 했다는 좌선대, 또 원효대사, 의상대사, 윤필 거사가 기단을 쌓고 기도를 올렸다는 삼사기단은 불교와 관련 깊다. 금산 산장 바로 뒤에 있는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를 업고 있는 모양의 저두암, 향로봉 옆에 있는 촛대 모양의 촉대봉, 삼사기단 왼편에 있으며 마치 향로와 같은 모양의 향로봉, 상사암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사자 모양의 사자암, 상사바위 입구 오른쪽에 있는 여덟 개의 바위인 팔선대, 주인 딸을 사랑하다 죽은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하는 상사암은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또 아홉 개의 홈이 난 구정암, 조선 숙종이 이 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고 하여 구군천(求君泉)이라는 글자를 새겨 놓은 감로수, 세 개의 바위가 두 바위의 한복판 위에 한 개의 구슬처럼 서 있는 농주암, 농주암의 왼쪽에 있는데 바위 모양이 "(華嚴)" 두 글자 모양이라고 이름붙인 화엄봉, 세 개의 바위가 층암절벽을 이루는 일월봉도 장관이다.

 거북모양으로 한 사람의 힘으로도 움직인다 하여 흔들바위인 요암, 중국 진시황의 아들 부소가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갔다는 부소암, ‘서불 과차’라고 진시황의 사신 서불이 선남선녀 500명을 거느리고 불로초를 캐려고 이곳에 와서 새겨놓고 간 글자라는 전설이 있는 남해 양아리 석각은 금산에서 유명하다. 세존이 금산 쌍홍문에서 돌배를 타고 이 섬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는 전설이 있는 세존도가 금산 38경 중 하나이고 춘분, 추분절의 전후 3일, 7일 동안 남해에서 가장 잘 보이는 별인 노인성, 금산 38경 중 가장 첫 손에 꼽는 것은 정상과 보리암에서 보는 일출경이 남해금산 38경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금산 보리암과 기암괴석>


 멀리 아득한 섬과 바다를 눈 앞에 두고 기암괴석들이 꿈틀거리는 남해 금산의 조망은 또 하나의 세상을 하늘 위에서 보는 듯한 황홀경을 느끼게 한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산악의 푸르른 경관과 도서경관의 특징을 등 뛰어난 자연환경과 불교성지, 전설, 문인들의 정취가 깃든 문화유산까지 고루 갖춘 남해금산은 우리나라 명승의 특징을 대변하기에 손색이 없는 소중한 우리 국토의 일부분이다.



사진제공=김중만, 남해군청 홈페이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이원호 학예연구사













 News & Company

법인명 : 주식회사 리몽 | LEEMONG corp.

등록번호 : 강원 아00093 |  발행일자 : 2011. 9. 5

발행인 :  이원석 | 편집인 : 이진경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은미 기사배열 책임자 : 이원석

[25464] 강원도 강릉시 운정길 63 강릉선교장

63, Unjeong-gil, Gangneung-si, Gangwon-do,[25464] Republic of Korea

Email : kchnews@naver.com T : 02-733-5270 F : 02-6499-9911

 ⓒ문화유산신문 당사의 기사를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링크, 게재하거나 배포하실 수 없습니다.

Copyrightⓒ 2019 KCHN All rights reserved. Hosting &  Powered by Leemong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