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승]명승 제27호 화마의 재앙이 전화위복이 된 양양 낙산사 의상대와 홍련암



우리나라에는 일출과 일몰로 유명한 곳이 꽤나 많다. 특히 해안가에 절경을 배경으로 한 일출이 장관인 곳으로는 단연 동해안을 꼽는다. 특히 ‘양양 낙산사 의상대와 홍련암(襄陽 洛山寺 義湘臺와 紅蓮庵, 강원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산5-2번지 등, 명승 제27호)’은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로 동해가 한눈에 조망되는 일출로 유명한 곳 중 하나이다.

 천혜의 해안경관을 지닌 낙산사는 2007년에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었으며, 2009년 사적 제495호로도 지정된 바 있다. 이곳의 지형은 해안선이 100여리나 펼쳐지고 굴곡 없이 단조로운 편이며 해안가를 따라 해빈이 발달하였다. 사찰의 입지는 낙산사 전체 지형에 따라 북서-남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천혜의 해안경관과 어우러진 의상대와 홍련암>


 의상대와 홍련암은 낙산사의 동쪽 바닷가 절벽 위에 세워져 있으며 낙산해수욕장과도 인접해 있다. 동해의 수평선 위로 붉은 기운을 머금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해기운이 낙산사의 전각들과 숲 사이로 스며드는 빛줄기는 눈부시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하다. 낙산사에서는 매년 해맞이 행사를 열어 일출을 보며 새해 소원을 빌고자 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고 있다. 일출 이외에도 낙산사는 사시사철 볼거리가 다채롭다. 봄에는 경내 벚꽃들이 만연하고, 여름에는 연꽃과 바다와 대비되는 저녁노을이 아름답고, 가을에는 전각위에 걸쳐있는 무지개,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답기도 하다. 

 낙산사는 ‘관동십경’에도 옛 모습이 잘 남아있고, 《삼국유사》 《동문선》 《동국여지승람》 등의 고문헌에도 소개되고 있다. 관동십경은 김상성을 비롯한 7명의 조선후기 문인들이 시와 당대 작가 등이 그린 그림으로 되어 있다. 낙산사는 많은 시인묵객 등의 사찰 창건 및 중수 기록과 유람기, 경관을 노래한 시문이 다수 전하는 역사적 가치 또한 큰 곳이라 할 수 있다. 

 의상대 및 홍련암 주변 해안에는 시스택(sea stack)이 발달하여 독특하고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671년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는 ‘낙산사’와 낙산사 창건 당시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한 해안 암벽 위에 조성하였다는 ‘의상대‘, 의상대사가 홍련 속의 관음보살을 기려 조성한 ’홍련암’ 등 낙산사의 곳곳에 의상대사와 관련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낙산’이란 자비의 화신인 관음보살이 거처하는 ‘보타낙가산’의 줄임말로 관음보살이 조사에게 나타나 산꼭대기의 대나무가 솟는 곳에 불전을 지으려고 하여 그 자리에 낙산사를 창건하고 관음불상을 모셨다고 한다.


<의상대>

<홍련암과 기암절벽>


 의상대는 의상대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돌아와 낙산사를 지을 때 이곳에서 산세를 살폈다고하며, 의상대사의 좌선 수행처로도 전해진다. 의상대는 홍련암의 관음굴로 가는 해안 언덕에 자리해 있다. 조성연대는 18세기 무렵으로 추측되며, 근대 이전에 폐허가 되었다가 1925년 육각형 정자의 모습을 갖게 되었고, 명필가인 성당 김돈회가 황정견의 서체를 빌어 ‘의상대’라 편액을 썼다한다.  

 

 2005년 낙산사는 강원지역의 강풍을 동반한 큰 산불로 보물 제479호였던 낙산사 동종과 원통보전, 일주문 등이 소실되고 경관이 크게 훼손되었으며 주요 경관요소였던 낙락장송도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다행히 의상대와 홍련암은 직접적인 화재피해에서 비껴갈 수 있었다. 현재 낙산사는 산불의 잿더미를 이겨내고 가람이 복원되었고 주변삼림도 복원되어 가고 있다. 

 이 화재로 인해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최대 피해 지역인 원통보전과 그 주변 지역에 대한 정밀 발굴 조사를 시행해 낙산사 사역이 변화되는 과정을 밝히고 건물지의 정확한 규모와 위치 등을 파악한 바 있다. 발굴조사 결과 원통보전의 규모가 조선시대 세조 때 최대 규모였음이 밝혀졌고 당시 번성했던 낙산사의 모습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낙산사 사역의 배치가 1600~1700년대에 단원 김홍도-겸재 정선이 그린 ‘낙산사도’와 유사한 모습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낙산사가 겪은 비운의 역사가 낙산사에 있어서는 화재 이전보다 더 이전시대로 복원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니 이보다 더 큰 전화위복이 없겠다. 낙산사 홍예문 바로 앞에는 화재자료 전시장을 조성하여 찾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낙산사에서 의상대와 홍련암에서 관음굴로 가는 바닷가 절벽부근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코스로, 주변에 노송(老松)들이 자리하고 있어 동해안의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으나, 화마의 피해로 예전만큼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러나 관동팔경을 찾은 과거에 선조들이 탄식을 금치 못했던 그 자리에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우리가 다시 그 자리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은 시공을 초월한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의상대와 홍련암은 동해안 절벽 위에 위치하여 해안 절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주변의 해안 절벽과 수목들과 사찰의 건축물이 어우러진 동해안 최고의 명승이라 할 만한다. 이제 건물도 복원되었으니 주변경관을 옛 모습대로 잘 가꾸어 나갈 일이 낙산사와 우리들의 과제로 남은 셈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이원호 학예연구사


참고문헌

문화재청(2007) 국가지정문화재 지정보고서 2006~2007 천연기념물 명승

문화재청(2008) 낙산사 발굴조사보고서

사진제공=사진작가 김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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