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승]명승 제28호 삼척 죽서루와 오십천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환경으로 인해 증강현실을 사용하면 과거나 혹은 미래처럼 원하는 곳을 가상으로 얼마든지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스마트폰은 이용자들을 솜씨 좋은 사진작가로 손쉽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이처럼 디지털시대를 살면서도 과거 우리 조상들이 즐겨 찾았던 명승을 찾았을 때, 느끼는 감회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이지만 디지털적인 편리함과는 다른 특별한 감동이 있다. 특히 옛 그림 속에 표현된 과거의 경관을 실제로 찾아 서있노라면 시공간을 초월한 같은 장소에서 느껴지는 선현과의 깊은 교감이 있다. 이는 증강현실보다 더한 현실감 있을지도 모른다. 


<죽서루와 오십천>


 이번호에 소개하는 '삼척 죽서루와 오십천(三陟 竹西樓와 五十川, 명승 제28호, 강원 삼척시 성내동 29번지 등)'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소개된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다. 멀리 태백준령이 한 폭의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가까이는 근산 갈야산 봉황산이 솟아있어 죽서루를 에워싼 모습이 마치 삼신산의 선계(仙界)를 느끼게 하는 경지라고 그 경치를 칭송하고 있다.
 

<김홍도 금강사군첩 '죽서루'>


 김홍도를 위시한 진경 산수화가들의 그림으로도 유명한 죽서루는 삼척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오십천에서 가장 절경으로 알려진 곳으로, 관동팔경의 누정이 바다를 끼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죽서루는 강줄기와 이웃하고 있다. 죽서루에서 내려다보는 오십천 경관은 물론이거니와 강 건너에서 바라보는 죽서루 자체와 절벽부의 경관이 오십천에 투영되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진경산수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카르스트지형이 빚어낸 절벽부가 수면에 비친 그림자는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연상시킨다.  
 오십천 협곡의 암벽들은 중생대 백악기에 생성되어 오랜 기간 하천작용으로 퇴적 변형되어 현재의 다양한 석회암지대 지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죽서루가 있는 곳은 이 오십천의 협곡이 끝나려 하는 부위에 해당한다. 

 문화재보호법상 명승의 지정기준에는 저명한 경관의 전망지점이란 항목이 있는데 이중 죽서루는 누대의 조망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학술적 경관적 가치가 높은 지형, 지질로도 손색이 없다. 죽서루 누정의 경관은 대상 사물로서의 구조체를 넘어 삶을 담는 그릇이요, 풍류를 즐기던 조선의 문화와 사회제도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복합체라 논하였다. 


<죽서루 전경>


 죽서루 누각은 창건자와 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동안거사집》에 의하면, 1266년(고려 원종 7)에 이승휴가 안집사 진자후와 함께 서루에 올라 시를 지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1266년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며, 정면 7칸, 북쪽 측면 2칸, 남쪽 측면 3칸의 특이한 형태의 누 건물로 현재 보물 제213호(1963.1.21. 지정)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죽서루>와 <관동 제1루> 현판은 숙종 41년 부사 이성조의 글씨이고, 누각 내에 게시된 <제일계정(第一溪亭)> 현판은 현종 3년(1662) 부사 허목의 글씨이며, <해선유희지소(海仙遊戱之所)>는 헌종 3년(1837) 부사 이규헌의 글씨라고 한다. 원래 죽서루의 명칭은 ‘죽장사’라는 절이 인근에 있었고 유명한 기생인 죽죽선녀의 집과도 연관되어 죽서루라 명칭을 붙인 것이라 전한다. 처음엔 정면 5칸, 측면 2칸이었던 것을 늘려지은 것이라 한다. 죽서루 경내에 있는 용문바위는 신라 제30대 문무왕과 관련된 전설이 전하기도 한다. 


<죽서루>


 자연 암반을 훼손하지 않고 건물의 주초로 사용하여 건축되어 있는 죽서루와 주변암벽의 식생과 지형 등이 조화를 이루어 비경을 이루고 예로부터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다녀가 이곳의 경치를 읊은 시와 그림이 전한다.
 

<강세황 죽서루>


 김홍도의 금강사군첩과 정선의 관동명승첩, 강세황의 풍악장유첩에 죽서루가 전한다. 이 그림들에는 지금은 없는 중앙에 죽서루 좌측으로 관아건물이 보이고 있다. 

 최근의 발굴결과에 의하면 죽서루 일대가 조선 시대 삼척도호부의 관아 건물터인 객사(진주관)터, 동헌터, 내아터 등이 확인됨에 따라 죽서루 일대를 정비·복원하여 도심 속의 역사문화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한다. 죽서루 주변 바위각석과 관련된 인물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하니 보다 원형에 가까워진 죽서루를 볼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오십천은 삼척시 도계읍 백병산에서 발원하여 시내를 가로질러 동해로 흘러가는 하천으로 ‘오시내’라고도 불리운다. 오십천은 동해안에서 가장 긴 감입곡류하천으로 상류에서 하류까지 물이 50여회나 굽이돌아 흐른다고 해서 이같이 불리기도 하고, 다리 50, 굽이 50에 상거로리의 쉬누구미(五十 谷)를 돌아 흘러 오십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산지가 발달한 지형은 감입곡류하천이 발달하는데 오십천 외에도 예천의 회룡포와 하회마을, 영월 한반도 지형 등이 같은 유형들이다. 앞서 소개한 김홍도와 강세황의 그림에는 죽서루 아래 오십천이 휘돌아나가는 곡류형태로 정확히 표현된 것이 확인되나 현재는 물길이 변하여 직강하고 있다. 


<죽서루와 오십천>


 지금은 예전 죽서루 인근의 갑입곡류하천을 볼 수 없고 죽서루에서 바라보는 경관도 아파트가 들어서 아쉬움이 있지만 죽서루와 주변암벽은 여전히 진경산수화에서 보여주는 절경임에 틀림없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이원호 학예연구사

참고문헌 

삼척시(1999), 죽서루 정밀실측조사보고서

문화재청 홈페이지

국가지정문화재지정보고서 천연기념물, 명승


사진제공=사진작가 김중만, 국립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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