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소]<기행> 기암괴석을 품은 청송 주왕산



기암괴석을 품은 청송 주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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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가을이 완연하다. 청명한 가을 하늘은 자꾸만 고개를 들게 하고, 산에서 전해오는 단풍 소식은 가슴을 두 경북 청송은 서울에서 4시간, 조금 멀긴 하다. 청송으로 접어들자 도로변으로 길게 이어진 사과밭이 장관이다.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다.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으로 접어들면 멀리서도 한 눈에 기암괴석의 모습이 들어온다. 남쪽이라 좀 이른 감은 있지만 절벽 사이로 단풍이 마치 불꽃놀이를 하듯 빨갛고 노랗게 이곳저곳 물들이기 시작했다. 가을이 깊어지면 단풍의 자태는 더욱 더 빼어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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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왕산(靑松 周王山, 해발 721m)은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巖山)으로 손꼽힌다. ‘석병산’ ‘영남의 소금강’ ‘주방산’ 등 주왕산을 일컫는 이름도 많고, 기암괴석마다 수많은 전설이 얽혀 있다. 암벽으로 둘러싸인 크고 작은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진 주왕산은 기이하게 생긴 암반과 깊은 계곡 사이로 흐르는 폭포수와 맑은 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된 대전사(大典寺) 뒤에 웅장한 깃발바위, 기암(旗岩)을 비롯해 주방천 좌우로 도열해 있는 주왕의 아들딸이 달구경을 했다고 하는 망월대,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학소대,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았다기보다는 인자한 할아버지 모습을 한 시루봉, 앞으로 넘어질 듯 높게 솟아오른 급수대 등 기암괴석이 여행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중국 당나라 ‘주왕의 전설’이 서려 있는 주왕굴과 주왕암은 이역만리 신라 땅 주왕산으로 쫓겨 와 일생을 마친 주왕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주왕굴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 물로 세수를 하던 주왕이 화살과 철퇴에 맞아 흘린 피가 계곡을 따라 흐르면서 이 일대로 수달래가 처연하게 피어났다고 한다. 수달래는 모양은 진달래와 비슷하지만 꽃잎에 검붉은 반점이 나 있다.

 

 

 특히 대전사에서 시루봉, 용추폭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계곡의 아름다운 모습도 한 눈에 볼 수 있고, 등산로가 평탄해서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누구든 쉽게 오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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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일제강점기 민족문화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우리 고유지명을 쓰지 못하게 명칭을 없애고 강제로 주왕산의 폭포도 제1, 2, 3폭포 변경해 사용토록 했었다. 80년 만에 이름을 되찾은 제1폭포는 선녀탕과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는 구룡소를 돌아서 떨어진다고 해서 ‘용추폭포’라 부르고, 제2폭포인 ‘절구폭포’는 2단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수려함을 자랑하고 있으며, 제3폭포인 ‘용연폭포’는 2단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세 폭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폭포가 흐르는 협곡을 지나면 넓은 평지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바로 내원동,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마을로 알려진 ‘내원마을’이 있었던 곳인데 국립공원의 생태보존을 위해 주민들을 아랫마을로 이주시켰다고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멋진 풍광을 내주는 주왕산으로 오르는 다른 길도 많지만 이번 산행은 여기까지.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선다. 먼 길 왔다며 그 이유를 대신해 본다.

 

 햇살, 바람, 하늘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가을날.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고,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다. 느릿느릿 이들을 벗 삼아 걷다보면 세상의 온갖 시름을 잊게 만든다. 떠남이란 단어 앞에서 이미 다 달아나 버렸을 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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