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소]<기행> 물 맑고 경치가 수려한 합천(陜川)



물 맑고 경치가 수려한 합천(陜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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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호 >

 

 뼛속까지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이 분다. 몸과 마음이 점점 움츠러들지만 떠남이란 단어 앞에선 우선멈춤. 마음은 이미 달리는 도로보다 저만치 앞서 있다.

 

 ‘좁은 내’라는 뜻을 지닌 경남 합천(陜川)은 가야산, 오도산, 황매산 등 높고 험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물이 맑고 경치가 수려하다. 먼저 합천호로 향한다. 1988년 다목적댐인 합천댐이 준공되면서 생긴 인공 호수로 면적 25.95㎢, 댐 높이 96m, 길이 472m, 총 저수량이 7억 9천만 톤이나 되는 동서로 길게 황강을 끼고 병풍처럼 이어진 그림 같은 능선과 합천 호반으로 이루어진 40km 둘레길은 주변의 유명한 고가들과 함께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고 산자락도 발을 담그고 쉬어간다. 함박눈을 연상시키는 벚꽃이 4월이면 만개하여 그 절정을 이루고 가을이면 단풍으로 관광객의 발걸음을 잡는다. 이밖에도 웅장한 합천댐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합천댐 물 문화관, 율곡 이이를 모시는 옥계서원(玉溪書院), 임진왜란 때 합천 지역에서 활동했던 의병을 추모하기 위한 창의사(彰義祠) 등이 있다.

 

 보조댐 근처에 합천 영상테마파크도 있다. 2004년 건립한 이곳은 192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국내 최고의 오픈세트장으로 드라마 ‘에덴의 동쪽’ ‘서울 1945’ 등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써니’ 등 67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된 곳이다. 간이역처럼 꾸며진 ‘가호역’이 들어가는 곳이다. 시간 속으로의 여행을 하듯 과거로 들어간다. 이곳은 옛 서울의 모습이 시간을 멈춘 채 그대로 남아있다. 골목길 풍경이며 작은 소품까지 옛 분위기를 풍긴다. 어릴 적 한번쯤 봤을 익숙한 풍경에 자꾸만 발길이 멈춰지고, 영화 속에 나왔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난공불락의 요새이자 백제와 신라의 국경이었던 합천 대야성(陜川 大耶城, 경남 기념물 제133호)을 찾아간다. 신라 진흥왕 25년(565) 때 백제의 침공을 막기 위해 흙과 돌로 이용해 매봉산 정상을 둘러쌓은 성벽으로 오랜 세월을 흐르면서 대부분 훼손되고 건물터와 적을 막기 위해 세운 울타리 흔적만이 남아있다.

 

 이곳은 선덕여왕 11년(642) 백제 윤충이 공격해 왔을 당시 김춘추(金春秋, 604~661)의 사위 김품석(金品釋, ?~642)이 최후까지 싸우자는 죽죽(竹竹, ?~642)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항복했던 곳이다. 죽죽은 남은 병사를 거느리고 싸우다 끝내 전사하고 말았지만 그의 충절과 용맹을 기려 급찬(級?, 신라 17등 관계 중 9번째로 6두품에 해당하는 벼슬)으로 추증되었다. 이 후 조선 중종 20년(1525)에 합천군수 조희인(曺希仁)이 신라 충신 죽죽비(新羅 忠臣 竹竹碑, 경남 유명문화재 제128호)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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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벽루 >

 

 대야성 자락에 유유히 흐르는 황강을 바라보며 자리 잡은 함벽루(涵碧樓, 경남 문화재자료 제59호, 합천군 합천읍 죽죽길 80)는 고려 충숙왕 8년(1321)에 합주 지주사 김모가 지은 이래 수차례 중수되었다. 예로부터 경관이 아름다워 많은 시인묵객이 찾아와 풍류를 즐기던 명소였음을 증명이나 하듯 내부 곳곳에 퇴계 이황(1501∼1570)·남명 조식(1501∼1572)·우암 송시열(1607∼1689) 등이 쓴 현판이 가득 걸려 있다. 비가 오면 누각 처마의 낙숫물이 황강에 바로 떨어지도록 건립해 누마루에 앉으면 배를 타고 있는 듯 했다지만 지금은 그 앞으로 산책로가 나 있어 못내 아쉽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제 모습을 훤히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겨울 산과 마주한다. 오늘 하루도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며 이 순간을 즐긴다.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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