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고장, 경북 봉화는 우리나라 오지 중의 오지로 손꼽힌다. 첩첩산중이란 말이 실감나도록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낸 산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요즘 봉화는 겨울여행의 진가를 발하고 있는 기차여행이 각광받으면서 자동차로는 접근하기 조차 힘든 봉화의 간이역들이 기차여행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봉화 분천역에서 승부역 구간이 대세다. 이 구간은 백두대간협곡열차인 ‘V-train’과 중부내륙을 순환하는 ‘O-train’이 만나고, 겨울이면 ‘환상선 눈꽃열차’가 운행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V-train’은 하루 세 차례 분천역에서 철암역을 왕복하는 국내 최초의 개방형 관광열차이다. 2013년 3월부터 운행하기 시작한 이 열차는 관광객들이 험준한 백두대간 협곡구간의 비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창문도 크게 만들고 평균 시속 30km로 천천히 달린다. 내부도 겨울에는 친환경적인 화목난로로 난방을 하고, 여름에는 천장에 선풍기를 달아 복고분위기를 냈다. ‘O-train’은 중부내륙 3도, 강원·충북·경북을 하나로 잇는 중부내륙순환열차로,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끼고 순환 운행하는 관광열차이다. ‘환상선 눈꽃열차’는 해마다 12월 말에서 2월까지만 운행되는 임시 관광열차로, 자동차로 접근하기 힘든 산간지방의 환상적인 눈꽃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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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분천역>

  먼저 봉화 분천역을 찾는다. 멋진 눈꽃 세상을 기대했건만 지나친 욕심이었나 보다. 분천역은 지난 12월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맺고 산타마을로 새롭게 단장을 했다. 눈과 산타를 테마로 낭만적인 기차역으로 변신한 분천역은 눈썰매장, 희망의 드림열차를 비롯해 산타카페, 농특산물판매장, 먹거리장터 등이 마련되어 있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산하던 분천역이 갑자기 분주해진다. 우르르 기차에서 내린 관광객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분천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손님맞이에 일손이 바빠진 주민들의 얼굴에는 금세 활기가 넘쳐난다. 시간이 허락되면 이곳에서 자전거나 자동차를 빌려 분천마을을 한 바퀴 돌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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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승부역에 정차한 V-train> 

 분천역을 출발한 기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역 양원역을 지나 봉화 승부역에 도착한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는 역사(驛舍) 앞 비석에 새긴 글귀처럼 사방이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기차가 아니면 접근하기조차 힘든 곳으로 이 일대 3개 마을 주민들은 주로 기차를 통행수단으로 이용한다. 산촌마을 간이역이던 승부역은 관광열차가 정차하면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태어났다. 승부역 앞 강변은 얼음썰매장으로 바뀌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만들고, 지역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작물과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판매하는 소박한 장터도 열린다. 강변을 따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트레킹코스를 걸어 봐도 좋다.

 코끝으로 전해져오는 진한 솔향기를 맡으며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덧 자연과 하나가 된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면 겨울 낭만이 가득한 봉화로의 여행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