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소][기행]소설《태백산맥》의 발자취를 따라간 보성 벌교



겨울이 시작되면서부터 마음속에 품고 그리워만 하던 전남 벌교에 도착. 참으로 먼 길이다. 벌교 읍내 초입 도로변을 따라 득량만의 드넓은 갯벌에서 채취한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대표선수 벌교꼬막을 비롯해 새조개, 바지락 등 각종 해산물이 눈에 많이 띤다. 특히 벌교는 대하소설《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작가가 생활했던 이곳을 무대로 삼아 곳곳에 사건이 펼쳐졌던 장소들이 똑같은 위치에 있어 사실감을 더해준다.

태백산맥문학관


  먼저 제석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태백산맥문학관(전남 보성군 벌교읍 홍암로 89-19)을 찾아간다. 2007년 11월에 준공한 문학관은 소설《태백산맥》의 문학적 성과를 기리고 통일에 이바지하자는 취지로 보성군이 주도해서 세웠으며, 이곳에는 1983년 집필을 시작해 6년 만에 완간된《태백산맥》육필원고와 함께 719점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문학관 옆에는 소설 속 첫 장면에서 등장해 <그 자리는 더 이를 데 없는 명당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풍수를 전혀 모르는 눈으로 보더라도 그 땅은 참으로 희한하게 생긴 터였다>라고 묘사한 현부자네 집과 신당에서 정참봉의 손자 정하섭과 무당 월녀의 딸 소화가 애틋한 사랑을 시작하는 길고도 아픈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당 소화의 집을 복원해 놓았다.

보성여관

 소설 속에서 임만수와 그 대원들이 한동안 사용한 숙소로 <지금이 어느 때라고, 반란 세력을 진압하고 민심을 수습해야 할 임무를 띤 토벌대가 여관잠을 자고 여관밥을 먹어>라고 한 바로 그 남도여관, 구 보성여관(舊 寶城旅館, 등록문화재 제132호, 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길 19)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검은 판자벽에 함석지붕, 전형적인 일본식으로 지어진 2층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이다. 구 보성여관은 드물게 남아있는 한옥과 일식이 혼합된 일본식여관으로 근대건축사적 가치와 생활사적 가치도 높은 건물로 그동안 여관과 상가 등으로 사용되다가 2004년 근대건축사적, 생활사적 가치가 높이 평가돼 등록문화재로 등재되었다. 2008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보성여관을 매입해 훼손된 보성여관의 복원공사를 마치고 2012년 새롭게 문을 열었다. 1층에는 벌교와 건물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장과 카페, 소극장으로, 2층 다다미방은 세미나와 발표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1층 안쪽의 한옥 부분에 있는 온돌방 7개는 손님을 받아 숙박체험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벌교홍교

  다음은 무지개 모양의 아치가 아름다운 보성 벌교 홍교(寶城 筏橋 虹橋, 보물 제304호,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천1길 75-1)로 향한다. <김범우는 홍교를 건너다가 중간쯤에서 멈추어 섰다.... 그러니까 낙안벌을 보듬듯이 하고 있는 징광산이나 금산은 태백산맥이란 거대한 나무의 맨 끝가지에 붙어있는 하나씩의 잎사귀인 셈이었다>라고 나오는 다리로 ‘횡개다리’라고도 부른다. 조선 시대 영조 5년(1729)에 선암사의 한 스님이 돌다리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이 홍교는 지금까지도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다. 무지개 모양을 한 다리 밑의 천장 한 가운데 마다 용머리를 조각한 돌이 돌출되어 아래를 향해 있고 예전에는 이 용의 코끝에 풍경을 매달아 은은한 방울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하였다고 한다. 화려하고 거대한 모습 속에서도 단아한 멋을 풍기며, 웅대함과 함께 뛰어난 기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벌교는 낯선 여행자에게 어색하지 않게 말을 건네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친구처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주인공들의 삶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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