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승]명승 제15호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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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


 2014년 7월 현재, 한국의 명승 지정건수는 107건에 이른다. 2000년에 7건에 불과하던 상황을 돌이켜보면 겨우 10여년만에 실로 놀랄만한 성장을 한 것이다.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이 지정되던 2005년 무렵은 인간과 결부된 역사문화경관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기로 2007년에 와서 자연경관과 구분 짓는 역사문화경관을 명확히 한 명승지정기준이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흔히 사람들은 자연경관 보호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바로 우리 자신인 인간중심으로 경관을 보는 것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인간과 자연경관이 함께 어우러진 장소에 가치를 발굴해야 할 때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열악한 자연경관을 극복하고 농경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자 한 인간문화의 대표적 산물이 바로 계단식 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랑이논’의 의미는 ‘산골짜기에 비탈진 곳 따위에 있는 계단식으로 된 좁고 긴 논배미’를 일컫는 것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필리핀 등지에서도 볼 수 있다. 사실 ‘다랑이논’의 표현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랑이’는 ‘다랑논’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랑이논’은 다랑논+논으로 논이 중복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명승의 개척자인 김학범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장에 의하면 명승지정 시에 명칭의 의미로는 부적절했지만 세간에 ‘다랑이논’으로 흔히 불리었던 점을 고려하여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구들장논’ ‘공중배미’ ‘삿갓배미’ ‘엉덩이배미’ ‘천상배미’ ‘하늘배미’ 라고도 불려 졌는데 여기서 ‘배미’는 논두렁으로 둘러싸인 구획되어진 논을 뜻한다.

 

 계단식논의 기원은 쌀농사가 시작되고 경작지를 조성하기 위한 개간과정에서 초창기 경사면의 논은 산간계곡 산록사면이 불을 이용한 화전개간으로 형성되어지는 시기와 비슷하고, 약 6,000년 이전으로 추정이 가능하다(남궁 봉. 1997). 초기에 일군 화전의 좁은 농지는 일반 평지 논에 비해 관수의 필요성이 중요하므로 산지의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가두고 농경지에 관수시키는 보(洑)와 같은 장치들이 발달하였고 이와 함께 수전 벼농사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해군은 소백산맥의 최남단 지류로서 망운산, 금산, 호구산, 송등산 등 험준하고 높은 산들이 분포하고 있다. ‘가천마을’은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홍현리에 속하며, 마을 뒤편으로 동편에 설흘산과 서편에 응봉산이 배후에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마을 앞쪽은 바다에 바로 맞닿아 있다. 마을입구에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이라는 커다란 안내판이 먼저 눈에 띄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이곳은 미국의 CNN이 대한민국 관광명소 제3위로 선정하기도 한 외국인들에게도 제법 알려진 곳이다. 마을의 다랑이논은 곡선형태의 계단식 논이 100여 층 이상 조성되어 있다. 푸른색의 바다와 녹색의 다랑이논이 빚어내는 색의 감동은 카메라 셔터를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경사지에 겹겹이 쌓은 다랑이논의 경계는 사뭇 물결과도 같고 고기비늘 같기도 하다. 주요 경작물은 벼와 마늘 이모작이며 마을을 중심으로 기계화가 가능한 곳은 현재도 경작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비탈이 심한 지역 등 경작 여건이 어려운 곳은 휴경지로 남아있어 아쉬움이 있다. 마을의 유래는 미륵과 육조문에 대한 전설로 고려 시대 이전에 이 마을에 집단주거가 시작되었다고 하고 김해김씨, 함안조씨가문에 내려오는 말로는 신라 신문왕 당시의 기록이 언급된다고 한다. 마을명은 원래 ‘간천’이라 불리다 조선 중엽에 ‘가천’이라 고쳐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산 위에는 임진왜란 때 사용되었다는 남해 설흘산봉수대(경남도기념물 제247호)가 있고 마을 내에는 남해 가천암수바위(경남도민속문화재 제13호), 밥무덤 등 민간신앙의 요소가 남아있다. 또한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가 동쪽 앞바다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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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마을인근 바닷가에는 가마우지가 날아들고 얼레지, 용담, 참게, 전복, 소라, 멍게 등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매년 6월초에는 다랑이논 축제를 개최하는데 전통농법인 소가 끄는 써래질 체험행사와 사람이 직접 써래질을 하는 행사가 이색적이라고 한다. 그밖에 모내기, 미꾸라지 잡기, 논 썰매 타기, 전래놀이, 타악공연 등 다양한 체험행사와 전통놀이가 진행되기도 한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마을 곳곳의 지붕에 그려진 앙증맞은 꽃그림들이 재미있다.

 

 가천 다랑이논은 뛰어난 해안경관과 함께 전통농업경관의 일면을 볼 수 있는 가치 높은 명승지이다. 그러나 경작지로써의 경관을 저해하는 포장이나 데크, 파고라 등의 현대적 시설은 이곳과 그리 잘 어울리지는 않아 보인다. 무분별한 농작물의 재배 역시 이곳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마을 사람들은 예로부터 좁은 농토를 삶의 터전으로 일구어냈고 현재는 명승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랑이논을 보존하고 이를 활성화하려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다. 좁은 비탈 논두렁에서 농사일을 하다 허리 한 번 펴고 뒤돌아서면 아름다운 바다가 보여주는 장관은 이곳 주민들에게만 주는 신의 선물이 아닌가 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이원호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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