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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하면 굴비, 굴비하면 영광
연일 계속되는 가뭄에 농민들의 가슴도 논바닥처럼 갈라지고 있을 즈음 반가운 단비소식이 들린다. 남부지방까지 장마전선이 올라왔다는 예보도 무시한 채 용감하게 길을 나선다. 서울에서 영광까지 약 300km. 오늘따라 기상예보는 왜 이렇게 잘 맞을까. 출발부터 앞이 안보일정도로 폭우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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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三白, 쌀?소금?눈)의 고장으로 유명한 영광은 조선 시대 말까지 곡식과 특산물을 한양으로 보내는 조창(漕倉)으로 호남 제일의 포구였다. 영광은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가 풍부해 오랫동안 번성했던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비하면 영광, 영광하면 굴비가 맨 먼저 떠오른다. 영광 굴비는 산란을 위해 3월 중순경 칠산 앞바다를 지나는 참조기에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섭간을 해 해풍으로 말린 것이 제 맛. 굴비의 유래는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종 때 왕위를 찬탈하려고 난을 일으킨 이자겸(李資謙, ? ~1126)이 지금의 법성포로 귀양을 왔다가 해풍에 말린 조기 맛에 반해 인종에게 진상을 했다. 이에 ‘굴비(掘非)’라는 이름을 지어서, 지금 비록 귀양살이는 하고 있지만 자기 잘못을 용서받기위해 절대 굴복하거나 비굴하게 꺾이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서해 바다가 육지 안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가진 항구, 법성포로 들어가면 고개를 어디로 돌리던 굴비 가게들이 즐비하다. 어디로 들어갈까 선택은 여행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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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법성포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가 있다. 법성포는 백제 때 ‘아무포(阿無浦)’라 불렀는데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최초로 불교를 전래한 포구라 해서 ‘법성포(法聖浦)’가 되었다. 마라난타는 대승불교가 융성하게 발달했던 인도 간다라에서 태어나 대승불교문화의 정수를 체득하고 백제로 건너와 불교를 전함으로써 찬란한 불교문화의 개화를 이룰 수 있는 초석을 놓았다. 이를 기념해 세운 마라난타사는 영광군이 1999년에 착공한 민자유치사업으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작한 성역화불사이다. 벽면에 석가모니 출생에서 고행까지 전 과정을 23개 원석에 간다라 조각기법으로 음각한 부용루와 정상에 모셔진 만불전과 거대한 아미타사면대불을 볼 수 있다. 또한 간다라 지역의 특성을 살려 수투파를 만들어 모셔놓은 탑원이 있고, 간다라 지역의 사원양식을 본떠서 돌로 지어진 불교전시관에는 간다라 유적과 유물을 전시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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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꼽힌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접어든다. 해당화를 만나기엔 조금 늦었나보다. 간간히 지각생으로 피어난 녀석들이 보인다. 향긋하게 전해져오는 향기만큼은 여전하다. 해안선을 따라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는 나무테크를 설치해 차에서 내려 산책로를 따라 걸을 수도 있고, 전망대에 올라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도 있다. 칠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백수해안도로는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 동백마을까지 17km로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난 서해안 도로들과는 달리 마치 동해안에 온 것처럼 절벽으로 이뤄진 해안에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놓치면 꼭 후회하게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낙조. 백수정에 올라도 좋고, 노을전시관에서도 좋다. 붉은 빛으로 서서히 바다를 물들이며 뚝뚝 떨어지는 환상적인 모습은 일상으로 돌아와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리움의 장소로 기억되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