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Bandarin @ UNESCO>

  신화와 역사, 신과 사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리스는 유럽의 남쪽 발칸반도에 있다. 2,000여 개의 섬과 고대 유적, 코발트블루의 아름다운 에게 해의 물빛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그리스는 인류 문명의 원류인 그리스 신화가 잉태된 곳으로, 억겁 세월을 간직한 서구문명의 보고이며 세계문화유산의 이상을 상징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한층 더 친숙해진 그리스에는 수많은 유적이 산재해 있으며, 그중 백미는 수도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이다.

 아크로폴리스는 원래 신을 모시는 성역이지만 평상시에는 정치, 경제의 중심이자 사교의 장으로, 유사시에는 시민을 위한 요새로 사용된 산성 도시이다. ‘신들의 언덕’이라 불리며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의 전형을 보여 주는 가장 중요한 유적지 중의 하나로 지난 1987년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아크로폴리스로 통하는 관문인 프로필라이아를 통과하면 옛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파르테논 신전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당대 최고의 정치가인 페리클레스가 15년여에 걸쳐 복구공사를 벌여 BC 432년에 완공한 도리스식 건물인 파르테논 신전의 북쪽에는 우아한 이오니아식 신전인 에레크테이온이, 아크로폴리스 남서쪽 끝에는 승리의 여신 아테나 신전이 그 옛날 그리스의 화려하고 웅장했던 역사를 말없이 웅변하며 사람들을 신화의 세계로 이끈다.

 또한, 술과 연극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기리기 위해 매년 디오니소스 축제를 열었던 디오니소스 극장, 인류 최초의 법정이라 불리며 기독교인들의 중요한 성지순례지이기도 한 아레이오스 파고스, 고대에 정치문제를 논하거나 웅변가의 말에 귀 기울이던 곳인 광장 겸 시장 역할을 했던 아고라 등도 빼놓지 말고 둘러보면서 정치와 문화의 소통과 향유에 대해 깊은 성찰의 화두라도 던져봄직하다.

*사진 및 자료 제공: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유네스코와 유산’ 홈페이지 www.unesco.or.kr/heritage